빈틈 메꾸기
딸이 출산을 앞두고 휴직했다.
집에 있는 게 너무 심심하다며 포포가 입을 배냇저고리에 프랑스자수를 놓겠다고 주문했다.
시어머니가 사위가 입었던 배냇저고리를 매년 삶아서 보관하고 있다가 주셨다고 한다.
산부인과 로고가 있는 자리에 토끼자수를 놓겠다는 포부를 가지고서 말이다.
손재주가 있다고 자부하는 딸은 내 예상대로 2주쯤 지나서 마무리하지 못한 자수를 가지고 나에게 왔다.
도안과 달리 제멋대로 이어져 형태를 알 수 없었던 토끼를 이렇게 저렇게 연결해서 대충 모양을 잡아주었더니 나름 귀여운 배냇저고리가 되었다.
30년 전 첫 아이를 위해 준비했던 엄마의 마음,
태어날 손주를 위해 매년 삶아서 보관했던 친할머니의 정성,
한 번도 해보지 않은 프랑스 자수를 하겠다는 용기를 내고 서투르게 수를 놓은 엄마의 마음,
태어날 손주를 생각하며 한 땀 한 땀 마무리를 지은 외할머니의 마음.
이 마음들이 모여 포포의 배냇저고리가 완성되었다.
할머니가 된다는 것은 엄마, 아빠가 뭔가를 시도하다 맘대로 되지 않았을 때 그 빈틈을 메꿔주는 것인가 보다.
언제든 맘 놓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든든한 지원군처럼.
"내 그럴 줄 알았지"하는 마음대신 '그럴 수도 있지, 그렇게 하느라 애썼다'라고 말해주는 어른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