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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티처 Mar 29. 2024

이름을 짓다

내 영혼의 이름찾기

아기가 태어나기 전부터 딸은 아이 이름을 무엇으로 지으면 좋을지 고민이 많았다. 

아이에게 어울리고 남들에게 놀림당하지 않고 조금은 특별한 이름을 짓고 싶은 게 부모 마음일 것이다. 


나에게도 이름을 지어달라고 부탁했지만 부모들이 알아서 짓는 것이 좋을 듯하여 잠자코 있었다. 

몇 개 이름을 정해서 어떠냐고 물어보면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다고 의견을 말한 게 전부였다. 


셋째 딸로 태어난 나는 넷째는 아들이 태어나기를 간절히 바라는 아빠의 소망을 따라 사내 남(男) 자가 이름에 들어갔다. 

두 언니의 이름에는 아들 자(子)자가 들어가 있는데 언니들 모두 성인이 되어서 개명을 했다. 


이름에 서운함을 느꼈던 나인지라 딸과 아들의 이름을 지을 때 고민을 엄청 많이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들 또한 군대를 다녀온 뒤 개명을 했다. 


영화 <늑대와의 춤을>에서 '주먹 쥐고 일어서' '발로 차는 새' '머리에 부는 바람' 같은 인디언 이름이 나온다. 영화제목 또한 케빈 코스트너가 밤에 모닥불을 돌면서 늑대와 춤을 추는 모습을 인디언이 보고 붙여 준 이름이다. 자연과 어울리면서 각자의 영혼을 상징하는 것 같아서 그 영화를 보고 난 뒤 나도 인디언식 이름을 짓고 싶었던 기억이 난다. 


출생신고를 한 다음 날 손자의 탯줄이 떨어졌다. 임신기간 동안 엄마와 연결되었던 생명의 고리가 떨어진 것이다. 

그 제대( 臍帶)로 딸은 손자의 도장을 만들었다. 


탯줄이 떨어지고 자기만의 이름이 생겼으니 이제 자기 이름을 가지고 홀로서기를 시작하게 되었다는 의미일 것이다.

부모에게서 독립하기까지 앞으로 30여 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겠지만 지금부터 도하가 하는 손짓, 몸짓, 행동 하나하나가 도하라는 이름을 떠올릴 때마다 떠오르는 이미지가 될 것이다. 


내 것이지만 남에게 더 많이 불리게 되는 이름.

이름의 뜻과 어감도 중요하겠지만 어쩌면 그 이름을 부를 때마다 타인이 어떤 이미지와 느낌을 떠올리느냐가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그러니 이제 와서 부모님이 내 이름에 사내 남(男) 자를 넣었다고 너무 원망하지 말아야겠다. 

손자 도하 또한 자기 이름에 대한 원망 없이 자기답게 자기 이름의 이미지를, 타고난 영혼의 모습을 찾아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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