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박 10일 일정 중 5일 차 아침을 맞았다. 자연생활교육원이란 '자연식 건강요법 체험' 시설이라 소개할 수 있다. 암, 당뇨, 고혈압, 간염, 그리고 생활습관병과 자가면역병을 가진 사람들이 휴양 오는 곳. 정갈하고 맛있고 건강한 자연식을 먹는 곳. 칠보산의 맑은 공기, 푸른 소나무 숲, 동해 바다, 그리고 햇빛과 맑은 물을 누릴 수 있는 곳이다.
내가 이곳을 알게 된 건 간암 수술 6개월 차 2015년 1월이었다. 암 자연치유 체험기를 뒤지다 송학운의 <나는 살기 위해 자연식한다>를 읽었다. 암수술 후 목숨 걸고 자연식 편식한다는 남자와 자연식 전문가 부인을 직접 만나보고 싶었다. 이곳에 다녀간 게 내겐 본격 자연치유 입문이었다. 달라진 몸과 마음으로 5년여 후 2020년 11월에 두 번째, 그리고 2021년 2월, 지금 세 번째 와서 묵고 있다.
자연생활교육원의 하루는 단순하다. 세끼 식사 시간 외에는 자유롭다. 입소자들이 팀을 나눠 오전에 등산을 한다. 각자의 몸 상태에 맞게 코스를 택한다. 평일 저녁 식사 후엔 송학운 원장의 30분 건강 강의가 있다. 병원이 포기한 대장암 직장암을 '뉴스타트 자연식 요법'으로 회복하고 30년을 건강하게 사는 그의 노하우를 나누는 시간이다. 이곳에서 나는 운동하고 글 쓰고 사람들과 사귀는 한량으로 지낸다.
이곳에 짧게 2박 3일, 4박 5일로 다녀가는 사람들도 있다. 건강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힐링 여행지로 인기가 좋다. 믿을 수 있는 재료로 만든, 건강하고 맛있는 채식 밥상을 찾아 사람들이 온다. 바쁜 도시 생황에서 몸에 쉼을 주고 싶은 사람들. 이곳의 자연환경과 자연식에 사람들과의 사귐이 치유제가 되기 때문이다.
이곳을 생각하다 나는 그 유명한 미슐랭 별표를 떠올리게 됐다.
식당 및 호텔 평가 별표인 미슐랭 말이다. 평범한 손님으로 가장한 암행어사들이 한 식당을 1년 동안 5∼6차례 방문한다. 음식 맛, 가격, 분위기, 서비스 등을 토대로 식당을 엄선, 그중에 다시 좋은 식당에 별을 부여한다는 시스템. 미슐랭 최고 평가는 별 3개. 자연생활교육원의 건강 자연식을 감히 미슐랭이 따라오랴.미슐랭 별점 세 개 줘도 모자란다는 게 내 생각이란 말이다. 별점 기준이 어떠냐고?
별 한 개★ : 요리가 특별히 훌륭한 식당.
별 두 개★★ : 요리를 맛보기 위해 멀리 찾아갈 만한 식당.
별 세 개★★★ : 요리를 맛보기 위해 여행을 떠나도 아깝지 않은 식당.
최고 점수는 '요리를 맛보기 위해 여행을 떠나도 아깝지 않은 식당'이 받는다. 자연생활교육원이야말로 자연식 요리를 먹기 위해 떠나는 최고 여행지다. 9박 10일을, 경북 영덕 칠보산까지, 전국 각지에서, 해외에서도 찾아온다. 이곳의 자연식을 한 번도 맛 보지 못한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다녀간 사람은 없다는게 정설이다. 미슐랭은 이런 거 알려나 모르겠지만, 별 세 개 되고말고!
아침과 점심에는 18가지, 저녁은 그 절반 정도 가짓수가 차려진다. 느긋하게, 쫓기지 않고 꼭꼭 씹어서, 식재료 본연의 맛을 즐기며, 채식만으로도 영양 풍부한, 오감을 깨우는 시간..... 평소 아침을 안 먹는 나도 이곳에선 예외로 몇 번은 즐긴다. 부엌 싱크대를 떠나 온 아줌마들에겐 몇 곱절 치유의 시간이다.
이곳에도 옥에 티는 있다. 과식의 위험이다. 음식 가짓수도 양도 적정선을 지키는 건 순전히 내 몫이다. 나는 집에서와 마찬가지로 "한 접시" 기준을 지킨다. 푸짐한 점심도, 단순한 아침과 저녁도 접시 하나로만 먹기! 내가 담은 접시 사진을 공개하자니 조금은 망설여진다. 아침저녁 사진은 헐렁하잖아, 9박 10일 내내 그렇게 위로하며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