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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벌 김화숙 Jun 18. 2024

글쓰기는 글쓰기를 통해서, 자연식채식은 해먹으며 배운다

"뼛속까지 내려가서 쓰라"는 주문도 기후위기도 하면서 배운다!

"글쓰기는 글쓰기를 통해서만 배울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 나탈리 골드버그의 말이다. 그의 책 《뼛속까지 내려가서 쓰라》를 밑줄치며 읽었던 기억이 이 아침에 번뜩 났다. 글쓰기에 관해 말한 대작가를 굳이 끌어올 것 없이 내가 매일 느끼는 점이다. 글쓰기는 글쓰기를 통해서 배운다는 진실이다. 책 내용 다 잊어도 글을 쓰면서 글쓰기를 배우는 건 살아 볼수록 진실이었다.


이 아침에 나는 쓰면서 또 배우자, 이렇게 단순하게 마음먹는다. 잘 쓰려하지 말아야지, 일단 써야지, 일단 쓰고 나서 생각해야지, 스스로를 격려하며 쓰기 시작한다. 글쓰기 강좌를 진행하며 함께 하는 벗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말도 결국 이거더라. 일단 쓰자. 그리고 밀고 나가자. 그러면서 배우자. 마치 자전거 타기를 배우듯 말이다. 넘어지고 떨어지면서 페달을 다시 밟고 달리며 배워야 하는 게 글쓰기다.


나도 덕이도 살인적으로 바쁜 한 주를 살고 있어서다. 오늘은 덕이 쓸 순서인데 내가 쓰기로 인심을 썼다. 워낙 계산으론 시간이 안 되는 한 주라서다. 각잡고 여유있게 쓸 날이 아닌지라, 이 아침 일단 쓰기로 마음 먹으며 연재를 한다. 안 쓰기 보단 잘하는 일이라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볍게 사진 포스팅으로 간다. 더 쓰고 싶어지면 후에 수정하며 보태기로 맘 먹으니 할 수 있다.


호랑이 아줌마가 비건 지향으로 먹고 사는 사진 구경이다. 어렵고 빡센 이념은 잊자. 글쓰기가 그렇듯, 비건지향으로 먹으려 시도하다 보니 점점 비건 지향의 삶을 살게 됐다. 암수술 후 어언 10년째, 내 몸과 맘이 반기지 않는 건 입에 넣지 않고자 하다 보니 그리됐다. 이 세상에 완벽은 없다. 오늘도 새로운 시도로 동물을 괴롭혀서 먹는 일은 피하며, 마음 평화롭게 먹고 살고자 한다.


비건식, 순식물식, 채식 자연식, 뭐라 이름붙여도 상관없다. 갈수록 더 절실히 느낀다. 비건 지향 삶 빼고 기후위기 대책 논할 수  있을까? 없다는 게 내 생각이기도 하다. 이 어마무시한 육식 시대에, 채식만 10년째인 건, 순전히 내가 받은 복이다. 내 몸과 맘에 맞아서, 10년간 감기 한 번 안 걸리고 건강하고 가뿐하게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호랑이 풀 뜯어먹는 소리다.  글쓰기는 글쓰기를 통해 배우고 자연식채식도 직접 해먹고 살며, 경험하며 점점 더 배우는 길이다. 이게 기후위기 대책도 된다는 걸 알아버렸다.호랑이 풀 뜯어먹는 소리니까!  



납작당면, 무채, 양파가 주재료다. 물에 당면을 삶고 마지막으로 양파채썬 걸 넣고 익히며 물로 볶아둔 무채를 더했다. 양념은 마늘과 간장 살짝, 그리고 딜 씨앗 오래가노 등 허브를 넣고 김가루 좀 섞으며 한살림 압착 콩기름을 떨어뜨려 섞었다. 어제 합창 끝나고 덕이 편에 딸 도시락으로 하나 보내고, 오늘 아침 막내가 도시락으로 하나 가져가고, 나머진 내 점심이다. 겉모습은 한국 음식, 맛과 향은 이국적, 딸이 먹고 나눈 한마디 소감이다.


주말에 서울에서 내가 만든 토마트소스다. 평범한 가지가지 채소를 물에 끓이다 토마토소스와 된장을 섞어 맛을 냈다. 한 주 한 번 숙덕과 딸과 시엄마와 내가 함께 하며 밥을 같이 먹는 건 주말 1박2일 뿐이다. 그것도 한 끼 또는 두 끼다. 나는 아주 번개같이 그 짬에 뭔가 한 가지 요리를 해서 같이 먹는다. 왜냐, 음식을 해서 같이 먹는 건 사랑이니까.


내가 안산에서 혼자 먹는 점심 밥그릇이다. 주로 채소 비빔밥을 먹는 경우가 많다. 요즘처럼 상추가 흔한 철엔 더더욱 그렇다. 상추를 나눠주는 벗들 덕분에 쌈으로 비빔으로 푸짐히 먹는다. 텃밭에서 기른 범수 상추, 합창단 두리의 농장 상추, 그리고 지성엄마가 나눠준 상추... 영양 균형을 위해 콩이나 견과를 더하기도 하고 내맘대로 요것조것 조합해 비비기도 한다.  


열무가 싸길래 지난 주 열무김치를 10단이나 담갔다. 서울에서 안산 돌아와 늦은 밤 김치담그며 숙덕은 저지른 걸 살짝 후회했는데 나중엔 뿌듯. 완전 단순한 양념, 마늘생강양파풋고추와 밥 한 덩이 갈아넣고 고춧가루는 흉내만 냈다. 살짝만 맛들어도 쥐긴다. 념으로 매밀국수랑 비벼 먹었다. 애호박과 양파를 볶아서 더해 비볐더니 기름기가 살짝 돈다. 올 여름 열무김치 좀 먹겠다.


나 혼자 먹는 점심 밥상이다. 붉은 건 비트를 주재로로 익힌 채소소스고 내가 담근 배추김치를 상추에 싸 먹었다. 가지가지 재료를 섞은 현미 잡곡밥을 주먹밥으로 뭉치고 생김 한 장으로 싸서 랩에 싸 두고 먹는다. 막내 도시락으로 가지고 가기도 하고 냉장고에 두고 바쁠 때 꺼내 먹는다. 씹는 맛 좋다. 배추를 강황과 된장으로 뭉근히 익혔다. 동네 산 길에서 딴 산딸기 열매, 찐 비트, 검붉은 색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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