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남매 단톡방에 폭염보다 더 후텁지근하고 무거운 대화가 오가는 요즘이다
89세 친정엄마는 몇 가지 병을 가진 독거노인환자다.
돌봄이 필요한 몸이지만 약간의 요양보호사의 도움 말곤 스스로 자기 돌봄을 하고 있다. 벌써 6년은 지난 거 같다. 한 주 3일 2시간씩 오는 요양보호사에게 엄마는 자기 먹을 음식을 별로 맡기고 싶어 하지 않는다. 나름의 식이 관리 때문이기도 하고 그만한 기력이 있어서기도 하다. 다만 주말에 몸 상태가 많이 안 좋을 때가 최악이었다. 과연 언제까지 독거가 가능할 것인가, 결론 없는 질문만 무성해지곤 했다.
우리 엄마 같은 독거노인은 자부담을 얼마나 내야 집에서 제대로 돌봄을 받을 수 있을까. 국가의 노인 장기 요양보험이란 게 시설 중심의 돌봄에 집중돼 보인다. 장님인 오빠가 50세도 안 돼 세상을 떠난 게 우리 엄마의, 아니 우리 가족의 최악의 불행인지도 모르겠다. 가까이서 엄마를 전담할 자식이 없기 때문이다. 남동생은 해외에, 언니와 여동생은 대구에, 나는 안산에 사니 엄마 병원 갈 때마다 보통 일이 아니다.
지금까진 대구 사는 언니가 엄마 병원 동행 역할을 가장 많이 했다. 5남매 맏이요 큰딸이라는 위치 때문에 자의타의로 그리 되었다. 문제는 늘 그렇게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거다. 엄마 병원과 돌봄은 점점 시한폭탄 같고 폭탄 돌리기처럼 우리 형제 사이를 아슬아슬 불편하게 하는 일이 되고 있다. 4남매 단톡방은 폭염보다 더 후텁지근 무거운 대화가 오가는 요즘이다. 다음 병원 동행은 내 순서가 됐다.
누구나 다 늙고 노인이 되건만, 돌봄은 역시 불평등의 문제 맞다. 아~~ 내가 노인 되면 어떤 풍경이 되될까. 노부모 돌봄은 자식들에게 폭탄돌리기인가.
2024년 7월 27일 토요일 오후 6시부터
언니: 엄니 진료 날자 바꿨다고 전화하니까 또 병원 안갈라 신다. 저러다가 나 또 일하다 남주고 나오게는 안하실랑가. 날도 덥고 수술할 나이도 아닌데 계대 진료 그만두자신단다 니들은 어쨌으면 좋겠니
남동생: 그러면 정기 진료만 받는 걸로 해요~ 본인이 안 가신다는데 어쩌겠어요~
나: 병원진료 의미 없다 생각하는 듯. 어차피 뭘 할 뜻이 없으니
언니: 그럼 검사는 안 한다 하다 왜 하셨데. 아예 안 했으면 나나 골탕 안 억제.
남동생: 공연한 병 걱정 안 하시게 잘 설득해서 다녀오시는 게 좋기는 할 것 같은데요... 의사 얘기 들어보고 시술을 하든 안 하든 결정하면 되는 건데. 혼자 이것저것 생각하면서 온갖 나쁜 공상 하시느니 다녀오시는 게...
언니: 그니까 이번은 초진이고 포항병원에서 대학병원 가보랬잖니.
남동생: 그러다가 또 불쑥 계대 안 간 거 두고두고 거론하면 자식들 시간 쓰고 애쓴 건 늘 잊어버리고 당신 기분 내키는 대로 아무 말이나 하시는 거예요. 예정대로 하시죠.
언니: 내가 그런 생각이 든다
이번에 보니 큰딸 입장은전혀 생각을 안 해 힘들고 덥다고 안 간다니 휴가 가는 것도 아니고
뜻대로다
남동생: 그러니까요. 정 안 간다면 떠 매고 갈 수는 없는데요, 다시 한번 설득해 보시죠. 정말 아니라면 말고요.
언니: 그래 그때 가서 취소하기 전에 다시 전화할 테니 잘 생각해 보라 했다.
2024년 8월 4일 일요일 오후 3시부터
언니: 엄니 병원 안 가신다고 전화 왔다. 암치도 않다고 안 간단다 취소한다 했다
심장내과 간호실 직통 000-000-0000
신장내과 간호실 직통 000-000-0000
번호들 입력했다가 약 타는 건 본인 안 가도 된다. 9월분 라니나 숙이 둘이 의논해서 좀 타다 드려. 이달에 감기도 걸리고 예약도 있고 해서 아직 일을 못하고 있다. 밥벌이 좀 해야 한다. 엄니 환자등록번호와 주민번호다.
이것도 입력해 놓으면 편리하다.
나: 여긴 어느 병원? 성모? 약은 언제 타야 하는데?
언니: 의사 만나서 환자 안 오고 약 타러 왔다 하면 처방해 준다
나: 성모 가서 말이지?
언니: 웅. 처방전 들고 외부 약국에 가서 탄다 8-9만 원 되더라. 심장내과 과장
나: 응응. 내가 일정 보고 안되면 조정해서라도 해볼게.
언니: 약한 봉지 잃어버렸다고 예약 챙겨달레서 미뤄지지 당기지는 못한다. 예약할 때 이미 날짜가 그때뿐이었어
나: 응응
언니: 요즘 종합병원 예약도 쉽지 않다 그나마 정기검진환자라 예약이 됐지
나: 응응
언니: 가서 또 3개월 후에 예약해 놓고
나: 오키
언니: 계대도 한번 갔던 곳이라 겨우 됐는데 안 간다니 어쩔 수 없다. 이제 아프면 무조건 아산병원 가라 했다. 진료의뢰서도 보여주고 영상자료는 나한테 있는데 암환자 등록을 심장내과 의사한테 물어봐 안 그러면 우리가 공단으로 가야 하지 싶다.
나: 응
언니: 혹시 모르니까 가족관계증명도 하나 떼서 갖고 다녀. 예약은 간호실로 바로 가서
번호표 뽑고 접수하면 된다.
2024년 8월 5일 월요일 오전 9시 20분
언니: 진료예약 취소했다. 덕분에 내 밥줄 이삼일은 또 그냥 날아갔다. 아무리 실정 모르는 논네라지만
참... 공짜 공부할 기회도 알려주지 않은 나의 모친 빌딩이라도 겼냐 밥줄 날리는 게 예사다. 존경시럽다.
나: 쩝
언니: 이삼일뿐이냐, 지난달 말에 평생 안 하던 여름감기로 예약 미뤄서 일 못해 미룬 예약 취소해서 일 못해 다 내 팔자려니 하지만 참 기가 막힌다. 저 논네한테 내가 무슨 죄 졌나. 큰딸 살림살이 때려 부수고 간
기억까지 되살아나네
여동생: 4대 1로 졌네~~ㅋㅋ
나: 으~~ 이 시대에 노인 돌봄은 폭탄 돌리기인 듯ㅠㅠㅠㅠ
언니: 그랴. 폭탄 이제 니들이 받아. 나도 연로해서 밥줄이 버겁다
나: 여유 있는 극소수 빼고 과연 돌봄에 종사해도 될 형편인 집이 과연 있을까? 노인 돌봄 국가정책이 쓰레기란 말이지. 다 나가떨어지게 만들지
언니: 국가정책을 거부하잖아 지금 요양급여로 돌려서 요양원을 가면 비용 크지 않을걸. 그리고 주간보호도 싫다잖니. 그 고집이 판사다. 우짜겠니. 요양병원은 급여 상관없이 암환자 등록되면 본인부담 5%~15%다 것도 싫고. 뭣이 뒤틀렸는지 목소리가 똘똘 뭉쳤더라. 예전 같으면 쫓아와서 내 살림 엎었을 텐데 ㅠ
나: 진짜 진짜 머리 싸매고 연구하고 설득할 주제지. 울 시엄니 4급인데 주간보호센터 한 달 28만 원 들더라고. 물론 자기 돈으로 내지. 하루 세끼 식사에 간식에. 저녁 먹고 집에 오니 씻고 쉬다 자고 담 날 차 오면 나가. 다만 두 아들네 집에서 아침저녁 보내고 맞이하고 주말 돌봄 하지. 경우도 극소수 복 받은 노인네 같아. 내가 볼 때 어느 자식이 주간보호센터만큼 해 줄 수 있을까? 자식들 사는 형편을 엄마가 모르신다는 생각은 나도 늘 하는 바야. 다른 집 잘 사는 자식들 하는 거랑 비교나 하지. 살아온 세월이 다르고 지금 노인들은 그저 자식들 통해 체면 세우는 세대니 어쩌겠어. 나야 여차하면 배울 만큼 쳐 배우고 지지리 궁상으로 산다는 소리나 듣지. 난 이제 자격지심 안 갖기로 했어. 기회 되면 강력하게 권해볼게. 요양원 가시든가 주간보호센터 다니시든가. 엄니는 스스로는 결정할 맘 없더라. 너 그가 하라면 한다 그랬어.
여동생: 내한테는 안 아픈데 뭐 하로 가노 카시던 데~~ㅠ
나: 나도 몰라 뭐가 진심인지. 어딜 가든 결국 당신 선택이 아니라 자식들 책임으로 돌린다는 소리지. 내가 책임 못질 짓 할까 겁나면서도 우리 집에 잠시라도 모셔보려는 건 엄니 소원대로 그 노인네 자식집에 갔다고 주변에 보이고 싶은 걸 아니까. 우리 집은 4층이라 오면 못 나가. 올라오다 숨넘어갈지도 몰라.ㅋㅋㅋㅋ 좀 지내다가 아니다 싶으면 시설로 가는 게 자연스러운 수순 아닐까. 말이 쉽지 진짜 우리 집에 오실지 그것도 모르겠어. 맘은 몸 상태에 따라 늘 변하니까. 지금은 요양보호사 매일 오는 것도 돈 아깝다고 또 3일로 줄였어. 전화하면 다 죽어가는 소리 하면서도 끼니는 챙겨 드실 수 있으니 저래 혼자 지내는 게 최고다 싶기도 하고. 모르겠어.
여동생: 당신이 원한 거니까 일단 두고 봅시다~
나: 그러고 있잖아. 여름은 지나 봐야 거 같고.
여동생: 아직은 절박하지 않으신 듯...
나: 맞아
여동생: 그러니 우리도 그냥 편하게 마음먹고 삽시다~
나: 그래 더분데 다음 병원 갈 때까지 이자뿌고 잘 살아
언니: 그래 그대로가 최선인 듯. 체면상 니네 집도 안 가실걸. 약이나 타다 드려.
여동생: ㅋㅋㅋㅋㅋ
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