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여행이 3주 앞으로 다가왔다. 연재 브런치북 백두산 여행기에 어느새 11화를 쓴다.
누가 얼마나 읽는다고 이리도 살뜰히 안 빼먹고 연재 요일을 지킬까. 누가 알아준다고 이리 성실하냐고? 왜긴 왜야 재미있으니까 쓰지. 난 작가니까. 글 쓰는 걸 주된 업이라 여기니까. 글로 말하고 나를 표현하고 사람과 세상과 소통하고 밥먹고 살기 원하니까. 일생일대의 백두산 여행을 이보다 더 나답게 즐길 방도를 알지 못하니 쓴다. 쓰면서 공부하고 공부하며 또 쓴다.
여행 준비로 책 《압록강은 다르게 흐른다》(강주원, 눌민, 2023)을 읽으니 좋다. 그저께 저자 강주원 교수 만나고 싸인과 함께 받은 두 권 중 하나를 먼저 읽는다. 유튜브 강의를 먼저 들어서 더 쉽게 읽혔달까. 문화인류학자의 관점이 내 맘에 여운을 남겼다. 국경이며 분단이며 지금까지 익숙하게 들어온 반공이데올로기나 뻣뻣한 한반도 정치와는 다른, 사람 냄새나는 이야기로 읽었다.
책에 반복해 등장하는 단어 중 '고정관념'이 있었다. 이 여행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거 같다. 한국사람으로서 내 고정관념을 보게 하고 흔들리게 하는 여행쯤 되겠다. 걸음걸음 낯설게 보고 많이 흔들리는 여행이길, 기대하고 간절히 바란다. "압록강에 발 담그고 과일을 먹자!" 도 인상적이고 맘에 남는 문장이었다. 그래, 한국도 중국도 북한도 다르게 볼 수 있길.
《압록강은 다르게 흐른다》 의 전반만 발췌로 올린다.백두산 여행이 3주 앞으로 다가왔다.
"문화인류학자의 눈으로 본, 국경과 국적을 넘어 아웅다웅 살고 오순도순 지내는 사람들 이야기"
대륙과 해양이 만나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는 역동적인 미래와 다양한 발전 가능성을 보여준다. 대륙으로는 멀리 뻗어나가 유럽과 아프리카에 닿을 수 있고, 해양으로는 일본과 동남아, 더 멀리 호주와 남극까지 다다를 수 있다.
그러나 한반도의 중축인 한국을 보면 닫혀 있고 갇혀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어찌 보면 한국은 섬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그것도 열려 있는 섬이 아니라 고립된 섬처럼 보인다. 가장 큰 이유는 단절의 상징인 휴전선에 있을 것이다. 우리는 휴전선 안쪽에서 머무를 것이 아니라 그보다 더 먼 곳까지 바라볼 수 있는 상상력을 지펴야 한다. 16
"단둥의 국경 무역을 삼국 무역이 아닌 북 중 무역"으로만 해석하고, 북한을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나라"로 단정하는 편견과 고집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 아닐까? 이는 북한이 한국과 외부 세계에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다시금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점을 일깨우고 있다. 41
2015년 현재, 단둥의 현주소는 정치외교적인 효과와는 별도로 최소한 경제적 측면에서 5.24 조치의 실효성에 대한 고민을 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단둥은 북한지역이 아닌 중국에서 한국 사람들이 북한의 노동력을 활용해서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토대가 있는 곳이다. 5.24 조치와 상관없이, 단둥은 4~5년 사이에 남북 모두에게 "또 하나의 개성공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55
조선족 C는 내 마음을 알았던 것 같다. 공식적으로 내가 들어가지 않은 공장의 북한 해외노동자들이 만든 "북한식 김치" 한 포기를 포장해 왔다. 나는 그들이 담근 김치 맛만 보았지만, 그들은 한국에서 판매될 옷을 만들고 있었다. 57
나는 왜 저 교동도를 감싸 도는 강이자 바다인 공간을 휴전선의 눈으로만 바라봤을까? 나는 왜 막연히 단절된 공간으로만 생각하고 있었을까? 남들은 다 아는 사실을 나만 모르고 있었던 것일까? 74
평화기행을 함께 한 아들은 강화도의 연미정에서 삼행시를 지었다. "연속한 전쟁은 싫어요.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북한 친구들과 정이 듭시다." 아들과 친구들이 다양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배우는 교욱 환경에서 살기를 희망한다. 나는 다양성에 대한 고민을 업으로 하는 인류학자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갈등의 해결과 평화 공존을 위해선 인류학자의 눈이 필요하다. 84
사실이 틀렸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이드는 긴장감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여러분이 탄 유람선이 이제 북한 영토로 들어간다."라는 해설을 한다. 왜냐하면 이런 설명이 한국 관광객들에게 통한다는 것을 가이드는 경험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보 1"의 경우 중 조 국경은 선이 아니고 압록강은 공유한다는 기본적인 사실만 인지해도 "월경을 했다"는 뉴스 오보를 막을 수 있다. 오히려 뉴스 오보라는 것이 다행이 아닐까? 갈수록 남북 관계가 경색되는 상황에서 국회의원이 월북을 체험했다면 큰일 아닌가! 91
논문은 심사위원들만 읽는다는 말도 있잖아요! 가이드를 하면, 버스에 탄 20~30명의 사람들이 그동안 제가 연구한 내용을 어쩔 수 없이 4박 5일 내내 들을 수밖에 없어요. 여행 마지막 날 쯤 되면, 여행을 함께 한 분들이 중 조 국경지역과 관련된 사례를 듣고 직접 체험하면서 한국 사회의 고정관념이 무너졌다는 말을 해줄 때에 저는 힘들지만 행복합니다. 99
인천공항에서 헤어지면서 내가 "압록강은~"라고 묻자, 청소년들은 환하게 웃으면서 "공유한다!"라고 화답했다. "하나 더! 압록강에~"라고 외치자, 그들은 "발 담그고 과일 먹자!"라고 응답한 뒤 각자의 집으로 향했다. 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