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루랑 다래랑 으름이랑, 우리 시장엔 왜 이 열매들을 볼 수 없지?
살어리 살어리랏다 산(靑山)에 살어리랏다
머루랑 다래랑 먹고 청산(靑山) 살어리랏다
얄리얄리 얄랑셩 얄라리 얄라
9월 29일 백두산 천지 해맞이 여행 3일 차 이른 아침, 단둥 호텔 근처 새벽시장에서였다. 싱싱하고 풍성한 제철 채소과일 사이를 걷는데 고려가요 '청산별곡(靑山別曲)이 내 입에서 흘러나왔다. 내 눈을 의심하며 다시 확인하며 보게 하는 열매, 머루랑 다래가 거기 있었다. 세상에! 세상에나! 한국 시장에서 많이 보이는 굵고 씨없는 샤인머스켓이니 키위는 없었다. 추억에나 있는 그 머루랑 다래가 새벽 시장에 그득했다.
머루랑 다래랑 먹고 청산에 살으리랐다.
청산을 대표하는 게 머루랑 다래란 소리다. 청산에 사는 중국이로구나. 어떻게 머루랑 다래가 이렇게나 지천일 수 있단 말인가. 확인하고 맛보고 또 확인했다. 한국 중국 일본에 공통으로 자라는 야생 열매니 중국에서 만난 게 이상할 건 없겠다. 다만 한국에선 못 봤다. 이런 진풍경은 본 기억이 없어서 말이다.
머루, 다래, 으름. 우리 산야 야생 열매의 대표 이름이었다. 어릴 적 산골에 살 때 많이 따먹은 걸 보면 알 수 있다. 도시 생활을 한 후, 언제부터일까, 키위가 들어와 참다래란 이름으로 불렸다. 아, 질문을 멈출 수가 없었다. 머루랑 다래랑 으름이랑, 우리 시장에선 왜 볼 수 없지? 우리는 왜 우리 것들을 잘 살릴 생각을 못했지? 농업기술 시대라면서, 외국 것들은 넘쳐나는데, 왜 청산의 머루랑 다래랑 으름은 안 돼?
머루랑 다래랑 먹고 청산에 살으리랐다. 자그만 다래는 키위와 닮았지만 훨씬 작고 볼품없어 보인다. 식감도 맛도 키위가 더 강하다. 그러나 다래맛은 다래다운 맛. 달짝지근, 강하지 않은 달고 신 맛이 입안을 채운다. 아는가? 다래엔 비타민C가 레몬의 10배 들어있다는 사실을. 다래순은 또 얼마나 맛난 나물인지. 우리 땅 논밭에 쌀과 보리가 있었다면 산에는 머루 다래였다. 그런 대표 열매가 중국엔 있는데 왜 한국엔 없냐고!
머루랑 다래랑 먹고 청산에 살으리랐다. 얄리얄리 얄아셩 얄리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