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사랑해! 엄마 잘가~~
사랑하는 엄마의 장례식을 마치고 사모곡 연재를 시작하며
그 여자 몇 가마의 쌀 씻어 밥을 지어 왔을까
구이람
장독 뚜껑 몇 천 번 여닫으면서 그 여자
목구멍에서 창자 끝까지 몇 만 킬로나 걸어왔을까
검은 옷 빨고 삶아 흰 옷 다듬이질하면서
배내옷에서 壽衣까지 몇 만 번 갈아입고 살아왔을까
그 여자 몇 가마의 쌀 씻어 밥을 지어 욌을까
사랑하는 엄마!
엄마 사랑해! 엄마 잘가~~
엄마, 김성교(1935~2024)님 수고했어요. 다시 만나는 그날까지 안녕~ 조금만 기다리면 갈게~~
거기 좋은 나라에선 밥 하느라 종종대지 않고, 자식들 먹일 걱정도, 먹고사는 걱정도 없을 거야. 남들 섬기려 애쓰지도 말고 기도한다고 새벽잠 설치지도 말고 신나게 놀고 있어, 엄마. 시간 금방 갈 거야. 나도 후회 없이 잘 살다 엄마한테 갈게. 밥만 하다 죽지 않을 거야. 엄마가 살고 싶던 삶 내가 마저 마치고 갈게.
엄마 이름 앞에 '고故'가 붙고 "화장중"이라 뜨는 걸 보며 내가 속삭인 거 들었어? 엄마의 몸뚱이가 수의와 관과 함께 싹 다 타버리고 한 통의 재로 나왔지. 엄마, 현실 맞지? 눈물은 났지만, 참 이상하지? 인생의 맑은 진리를 똑바로 볼 수 있었어. 나도 언젠가 저렇게 갈 거란 것. 반드시 죽는다는 것. 잘 살다 떠나고 싶다는 것.
엄마보다 내가 먼저 가지 않고 마침내 내가 엄마를 배웅할 수 있어서 감사했어. 드디어 엄마가 해방됐구나, 엄마 훨훨 날아가는구나, 아팠지만 존엄을 지키며 참 좋은 때 가는구나, 감사해서 눈물이 났어. 엄마 자식들 모두가, 바쁜 일 다 마무리된 시점에 엄마가 떠난다며 놀라더라? 동생들도 큰올케까지 그랬어. 엄마는 마지막 떠날 시간까지도 설마 자식들 좋게 하려 고민한 거야? 나도 유품정리 마치고 와서 화요일 강좌를 계획대로 했어.
사랑하는 엄마!
내가 엄마집에 갈 때마다 확인하던 그 수의와 영정사진을 엄마 장례식에서 쓸 수 있었어. 대구 엄마 병원에서 안산 왔다가 한 밤만 자고 다시 가려는데 엄마는 더 못 버텼지. 영덕 가서 수의 가져오기엔 시간이 너무 늦을 거 같았어. 고향 떠나 산 지 하도 오래라 엄마집에서 수의랑 영정사진 부쳐달라고 부탁할 친구가 엄마집 근처엔 없더라. 여기저기 전화하다 결국 요양보호사님과 정유소 공권사님 도움으로 버스랑 퀵으로, 007 작전하듯 장례식장에서 받았어.
엄마 수의 입을 때 눈물이 가장 많이 났어. 편안하고 고요히 눈감고 누운 울 엄마가 어찌나 고운지 비현실 같아서 말이야. 열아홉 살에 시집와서 죽어라 일하고 5남매 낳고 시어머니에 시누이들, 친정아버지에 친정동생, 머슴들 건사하며 손발이 다 닳도록 일했지. 엄마, 아버지와 참 많이도 싸웠는데 그곳에선 어떤 얼굴로 만날까? 엄마야 당연히 또 사랑할 테지. 먼저간 사랑하는 큰아들, 울오빠도 만나네?고달픈 90년 일생에 비해 엄마는 너무 아름답더라. 곱디고운 수의가 속바지에 저고리에 치마에 두루마기, 꽃신까지 하나하나 입혀지는데, 씨발! 우라질 인생, 살아계실 때 저렇게 곱게 차려입은 모습을 본 적이 없더라고. 이게 뭐냐고. 엄마, 미안했어.
엄마! 한 인간으로서 엄만 훌륭하게 살았어. 너무 멋지고 자랑스러운 사람인데, 내가 그걸 너무 늦게 깨닫고 많이 몰라준 게 미안해. 더 많이 고마워하고 칭찬하고 존경하며, 엄마가 그걸 알고 누리도록 해줬어야 했는데, 그게 아쉬워. 엄마, 알지? 이제야 엄마 인생을 조금 알 것 같고, 친구같은 모녀로 참 좋았는데, 엄마는 안 기다려주고 떠났네? 엄마, 하지만 알아. 충분했어. 멋지고 아름다운 사람 김성교, 내게 최고의 엄마, 고마웠어.
나를 낳고 젖먹이고 기르고 포기하지 않고 이날까지 사랑해 준 거 너무너무 고마워. 당연한 게 아니었고말고. 얼마든지 버려질 수도 있었고, 엄마 없는 아이가 될 수도 있던 시절이었어. 내가 엄마 위치였다면, 엄마만큼 살아낼 수 있었을까, 수없이 생각했더랬어. 엄마, 한 인간으로서 나의 엄마로 만난 거, 모녀로 만난 거 정말 고마워. 엄마한테 너무 큰 사랑 받았어. 엄마의 총기, 깊이, 예술성, 열정, 용기, 돌파력, 직관... 내게 물려준 게 너무나 많아.
엄마, 수고 많았어. 잘 쉬고 있어. 엄마 이야기로 글쓰겠다고 참 많이 노랠 불렀건만 결국 엄마를 떠나보내고서야 시작하네. 양가 엄마 돌봄 이야기로 쓰던 <호랑이 풀 뜯어먹는 소리>는 정서방이 전한 엄마 돌아가셨단 소식으로 연재 종료했어. 엄마만 생각하며 '사모곡'을 쓰고 싶어. 오늘부터 <엄마 사랑해 엄마 잘 가~>를 연재브런치북으로 주 3꼭지씩 쓰려 해. 엄마는 내 안에 살아있으니까. 엄마와 단둘이 수다떠는 거야. 좋지?
엄마, 엄마가 떠난 지 벌써 한 주가 됐어. 장례식 이후에도 계속 엄마 생각만 하는 요즘이야. 이제부터 진짜 애도의 시작이라는 말, 알 것 같아. 피하지 않을 거야. 엄마의 남은 4남매들도 이제 더 가깝게 잘 지내자 했어. 엄마 옷과 소품들과 매일 함께 지내며, 엄마한테 계속 말을 걸어. 엄마, 엄마 딸 알지? 기쁨도 슬픔도 분노도 절망도 글로 돌파하는 화숙이잖아. 엄마랑 글로 수다떨거야. 다른 길을 모르겠어.
엄마, 계속 글로 만나서 놀자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