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그 사람을 모르면 친구를 보라?

몇 달씩 잠수타다 아무 일 없었던 듯 나타나는 친구, 내 맘이 복잡하다

by 꿀벌 김화숙

반복되던 그 패턴대로 잠수타던 친구가 돌아왔는데 내 마음이 좀 낯설고 이상하다.


1년에 몇 번씩, 2~3개월씩 잠수타 버리친구다. 그런 사람도 있지, 말못할 사정이 있으려니, 팍팍한 일상 살아내느라 심신이 힘든 거야, 그렇게 친구편에 려 애썼다. 이번에도 아무 일 없었던 듯이, 나타났으니 또 사라지는 날이 오겠지, 반복된 일이니 놀랄 건 없겠다. 그렇게, 다 알 수 없지만 나름 이해한 줄 알았다. 그러나 7~8년 된 우정이, 사람이, 다 낯설고 모르겠다. .


내가 몇 번 친구에게 내 마음을 표현한 적은 있었다. 말도 없이 그렇게 잠수를 타면 안부가 너무 걱정된다고. 섭섭하다고. 내가 진짜 네 친구라면, 니가 말하는대로 "베프"요 "마이 숙"이라면 나한텐 여차여차 이야기해 줄 수 있지 않냐고. 이만저만 잠수 들어간다거나, 내가 전화했을 때라도 지금 잠수 중이라 기분이 별로다거나. 화 난 티 내진 못했지만, 내 맘 전하려 애썼더랬다. 돌아보니 제대로 전달된 거 같지 않으니, 쓸데없는 소리한 셈이다.


내 인내심이 임계치에 온 걸까? 삐친 걸까, 며칠 전 그 친구 이름이 전화기에 떴는데 전화를 받고 싶지 않았다. 차로 바삐 이동 중이라 여차여차 사정을 설명하고 싶지도 않았다. 후에 또 전화와 문자가 찍혀 있었지만 나는 반응하지 않았다. 내 카톡에 그녀의 딸 결혼식 청첩장이 와 있었다. 내 맘은 움직이지 않았다. 이전에 안 하던 짓이었다. 내 마음 나도 몰라, 내 마음이 시키는대로 나는 따를 수밖에 없었다. 또 반복될 테지 마음이 묻고 있었다.


"그 사람을 모르거든, 친구를 보라"고 했던가?


사마천이 한 말이라는데, 지금 내 맘에 떠오르는 질문이다. 이 친구가 혹시 나를 비추는 거울이면? 지금 친구 때문에 나도 몰랐던 내 모습이 거울에 비쳐지고 있다면? 내 마음이 자꾸 질문하는 거 같다. 뭔지 모르겠다. 내 친구 때문에 나는 마음이 상한 거고, 친구에게 섭섭하다고 탓만 하기엔 내 맘이 께림칙하고 복잡해서다. 이게 뭐지? 나는 왜 그 친구 전화를 받기 싫을까? 내가 직시하지 못한 내 모습은 뭘까?


내가 혹시 친구에게 나라는 인간에 대해 헛된 이미지를 심어준 건 아닐까? 혹은 친구를 대한 내 태도가 이런 식으로 되돌아 오나? 내가 모르는 내 모습일 수도?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상처 안 받고 사랑 가득 환대하는 친구가 있을까? 함부로 대해도 되는 친구가 있을까? 설마! 없겠지. 나는 솔직한 내 맘을 표현했고말고. 나는 일방적으로 이상화된 관계 말고 평등하고 상호적인 우정에 관심있는데. 어떻게 해야 하지? 내가 말로만 친구라 하고 행동으론 친구를 함부로 대했나? 시혜적인, 좋은 친구 코스프레로 대했던가? 나도 모르는 내 모습을 친구가 거울로 보여주는 건 아닐까?


만만한 나를 괴롭히는 짓은 않으련다. 그러나 이참에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나는 분명 인간관계에 진심인 부류다. 나는 사람들을 '진심'으로 대하려 하고, 그 사람이 잘 됐으면 좋겠고, 인간 조건과 나이 성별 계급 상관없이 우정이 가능하다고 믿는 인간이다. 사람에게 마음이 가고 안부가 궁금하고, 같이 재미있고 행복하게 살고 싶다. 사람을 통해 배우고 힘과 통찰을 얻는만큼 남 모르게 마음 아프기도 잘 한다. 그래서 마음 안 쓰고 평등하고 자유로운 관계가 점점 좋아진다.


그러나 내 안에는 관성이 있을 것이다. 어떤 사람도 '잘' 대하려는 비현실적인 이상. 맘 상해도 포용적으로 행동하려는 욕심. 나를 만나는 사람들이 설마 나를 이상화하진 않겠지? 그럴리는 없겠지. 나를 필요에 의해 만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중년에 지멋대로 사는 여자로 아는 벗들이 많은 건 다행이다.


친구, 그건 내 착각이었을까? 우정, 그건 내 이상일까?


개인적인 건 정치적인 것. 나는 내 고민을 들여다 보련다. 시시한 고민인지 쓸데없는 고민인지 판단은 보류하고, 불편한 내 맘을 따라 생각하고 써 보련다. 친구 관계를 들여다 보면 분명 내가 다 모르는 내가 보일 테고, 나를 발견하고 나와 만날 기회가 될 거라 믿어 본다. 깔끔한 답이야 있겠냐만, 지금 내 마음의 소리가 그러라고 한다. 순전히 나를 알고 싶고, 내 마음을 먼저 돌보고 싶어서다.


내 마음을 따라, 내 기분과 감정 느낌을 무시하지 않고 따라 가기. 왜 전화를 받기 싫었을까? 왜 말을 하고 싶지 않았을까? 나도 나를 다 모르기 때문에 나는 이렇게 자기돌봄의 글쓰기를 하는 거다.

혼자 생각만 했냐고? 그럴 리가! 아들과 짝꿍에게 물어봤다. AI에게도 물어 봤다. 있는 그대로 내 고민을 토로하고 질문하고 수다떨 수 있었다. 재미있었다. 그 이야기는 다음에 계속.



keyword
이전 16화사람책, 실패 아니고 배움의 기회였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