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다리와 오솔길

2025년 마지막 날, 감사와 희망의 글을 쓴다

by 꿀벌 김화숙

"돌다리도 두드려가며 건너라."


매사에 의심하고 확인하고 행동하라는 뜻의 속담이다. 시골에서 자란 나는 이 말 뜻을 바로 알아듣는다. 냇물을 돌다리로 폴짝폴짝 건너다가 돌다리가 흔들거린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물에 빠지거나 물에 빠질 뻔하거나, 아찔하다. 돌다리를 어찌 다 확인하고 디디겠냐만, 매사 조심하고 신중하게 행동하라는 말이겠다.


이 돌다리가 2025년 마지막 찐빵장미 토론에서 화두로 나를 찾아왔다. 토론 마무리 질문 덕분이었다.

"2025년에 찐빵장미는 내게 ..........였(했)고, 2026년에는 ...........일(할) 것이다."

빈간을 채우는데는 몇 초 걸리지 않았다. 돌다리와 오솔길 두 단어면 충분했다. 돌다리를 두드리며 전전긍긍하는 나와 용감하게 폴짝대는 내가 같이 보였다.


"2025년에 찐빵장미는 내게 돌다리였고, 2026년엔 오솔길이 될 것이다.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라고 할 때 그 돌다리야. 지난 한해 나는 계속 의심하고 질문하며 찐빵장미 돌다리를 건너왔거든. 이대로 괜찮은가, 이렇게 계속 하는 거 맞나, 지속가능성 있나 등등. 그런 중에도 2026년을 생각하니 저 앞에 이쁜 오솔길이 보여. 공기 좋고 숨 쉴만한, 꽃과 나무가 있는 오솔길 걷기 좋아하거든. 용감하게 신나게 새해엔 새 오솔길을 걷는 거야."


돌다리와 오솔길, 비단 찐빵장미 토론 모임에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다. 삶을 압축하면 소심한 진지충과 활개치며 걷는 사람이 다 있다. 매사 의심과 질문으로 돌다리를 두드려가며, 물에 빠질세라 전전긍긍하지만 뚜벅뚜벅 두려움과 싸우며 앞으로 걸어간다. 그렇게 여기까지 왔다. 새해가 숨쉴만한 오솔길로 펼쳐져 보인다. 한걸음씩 걸어간다. 벗들과 함께 길동무하며.


어제 토론 진행한 <K팝데몬헌터스> 논제, 한해 감사 제목과 새해 희망을 기록으로 남겨 본다.




12월 찐빵장미 <K팝데몬헌터스> 토론 안내

1. 간략 당 소식.(5분)

2. 근황인사 및 영화 별점(5점)과 3문장 소감.(20분)

3. <케데헌>에서 가장 인상적인 포인트(A.장면/대사/인물/음악/관련정보 등)를 소개하고, 나만의 정치적 관점(B.노동자/페미니스트/민주주의자/진보당원 등)을 드러내며, 세계적인 ‘케데헌 열풍’에 대해 비평(C.긍정/칭찬 D.비판/아쉬움) 해보기.(30분)

“내게 가장 인상적인 포인트는 A..........다. B........ 입장에서 볼 때, 세계적 케데헌 열풍과 성공 비결은 C.......... 에 있고, 아쉬운 점은 D......... 라 말하고 싶다.”

4. 영화를 통해 건진 나만의 질문 하나 제시하고 토론하기.(예시)(45분)

(1) 루미와 진우의 몸에 있는 문양을 어떻게 보았나? 숨기고 싶(었)지만 결국 마주하고 인정하게 되는(된) ‘문양’이 있다면 드러내 보면?(개인/가족/정당/국가 등)

(2) 한국 문화(공간/음식/영성/종교 등)에 대해 새로운 감상이나 통찰을 얻은 게 있다면?

(3) 케이팝을 좋아하는가?(O,X) 영화 속 노래 중 인상적인 부분을 소개해/불러 보면?

5. 찐빵장미에게 송구영신 소회와 바람 한마디씩.(백지와 진한 필기구 준비)(20분)

“2025년에 찐빵장미는 내게 .............였(했)고, 2026년엔 .............이(하)길 바란다.”




2025년 감사 기도

1. 작가요 활동가로서 가고 싶은 길 쓰고 싶은 글에 더 집중하며 꾸준히 걸어가게 인도하심 감사합니다.

2. 크고 작은 강의와 글쓰기와 연대 활동이 작년보다 확장되고 수입도 조금 더 늘어서 감사합니다.

3. 심신이 건강하고 활기찬 하루하루 살게 하심, 사람 속에서 배우고 놀며 연결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4. 416합창단, 생명안전공원 예배, 별을 품은 사람들 등 사회의 아픔에 연대하며 행동할 수 있어 감사합니다.

5. 10년 차 이프를 비롯, 백합과장미, 찐빵장미, 책살림, 별을품은사람들, 토론모활동 주심 감사합니다.

6. 매달 토론 덕분에 꾸역꾸역 읽고 보고 생각하고 질문하고 자기 목소리로 말하는 복을 감사합니다.

7. 모임과 만남으로 연결된 벗들의 목소리를 듣고 반응하며 서로 돕는 집단지성의 힘을 주셔서감사합니다.

8. 돌봄글쓰기, 영화 토론, 수글수글 글 합평 모임, 안산여노 와글와글 페미글방 등, 다양한 글벗들과 함께, 서로 임파워링하며 배우는 글쓰기 강사되니 감사합니다.

9. 신앙과 페미니즘과 사회 정의를 함께 배우고 나누며 점점 말이 통하는교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10. 백합과 장미 토론을 7년째 이어오게 도우심, 교회 안과 밖의 경계를 허물어 토론하고 이어지니 감사합니다.

11. 정치의 현장이요 동지된 진보당 활동, 찐빵장미 페미니즘 토론 모임 감사합니다. 서로 존중하며 배우고 연대하는 범수를 친구로 주셔서 감사합니다.

12. 훈지석 세 아이와 훈이 파트너 민이 석이 파트너 희야, 그리고 숙덕이 가족으로 함께해서 감사합니다.

13. 비상계엄과 내란 시국에 시민영웅들과 함께하며 이 나라 민주주의에 희망을 갖게 하심에 감사합니다.

14. 다음 책쓸 영감과 힘 그리고 쓰는 즐거움에 감사합니다.

15. 겨울에 집필에 집중할 시간과 몸을 주시고 복싱을 배울 수 있어 감사합니다.

16. 찐빵장미 토론 후 육식 없는 뒤풀이를 제안할 용기 주심, 비건지향에 연대하는 벗들 인해 감사합니다.

17. 2025년 매사 돌다리를 두드리며 걸을 때마다 함께 하며 힘주심, 64세 되는 2026년 새해가 희망의 오솔길로 보여 감사합니다.

18. 나를 살찌운 좋은 책과 영화와 예술작품들 인해 감사합니다.

19. 숙덕숙덕 복싱 클럽, 연재할 영감 주심 감사합니다.




사랑하는 찐짱들아!


2025년 찐빵장미 첫 해 12번째 토론 잘 마쳤구나! 비건 지향으로 뒤풀이까지 했고!


낯선 페미니즘 길에 길동무로 함께한 모두에게 감사와 칭찬의 박수를 보낸다. 찐빵장미는 내게도 새로운 도전이었어. 진보당이라, 거대담론 말고 땅에 발 붙인 정치와 페미니즘을 토론하기 위해 고민했어. 공부하고 질문하고 진행하며 듣고 배우는 복을 내가 많이 누렸어.


어젠 비건 지향 음식 모임이라 완전 감동이었어. 11월에 내가 한 폭탄선언을 성질 괴팍한 비건의 욕심 정도로 치부하지 않았더구나. “앞으로 육식 뒤풀이하면 나는 빠지겠다”, 말은 했지만 이런 결과를 볼 줄 몰랐어.


“소수가 다수를 위해 참아야지, 비건 한 사람 때문에 전체가 육식 포기하라고?”

이런 반발 나올 수 있으니까. 그러나 찐빵장미 페미니즘 토론이 아주 꽝을 아니었나 봐. 불편을 감수하며 모두 따뜻한 연대의 손을 잡았구나.


비건으로서 내 고민은 말한 것보다 더 복잡했어. 나 하나 참아서 세상 좋아진다면야 왜 못 하겠어. 하지만 비건 페미니스트로서 내가 숨쉬기 불편한 이런 모임을 계속 하는 게 맞나? 만약 새로운 비건이 와도 이러라고 할 건가? 찐빵장미는 과연 소수자들에게 안전한 공간이 될까? 자꾸 괴로웠어. 내 침묵은 금이 아니라, 차별과 배제의 다른 이름일 수 있었지. 솔직하지 못한 미소로 침묵하다가 망했다는 걸 인정하니, 해를 넘기고 싶지 않았어.


비건의 낯선 목소리를 들어준 벗들아 고마워. 찐빵장미 뒤풀이 역사상 처음으로 맘 편히 숨 쉬며 즐긴 날이었어. 앞으로 비건 벗이 처음 오더라도, 내가 겪은 불편을 답습하지 않게 돼서 너무 기뻐. 어떤 정체성의 사람도 안전한 찐빵장미가 돼야 맞잖아? 이 세상을 한 뼘이라도 더 살만하게 바꾸고 싶다는 진보당원이라면 이건 상식 아니겠어?


나는 새해에도 아마 돌다리를 두드리는 의심을 아주 놓지는 못할 거야. 육식주의와 가부장제 공기를 힘들어하는 사람은 어디에나 있다는 걸 아니까. 너무 익숙해서 당연한 진리처럼 살고 있는 일상 속에 부지불식간에 차별과 배제와 혐오를 자행하는 우리잖아. 구호와 머리로 하는 페미니즘 말고, 찐빵장미는 지금 여기 삶으로써 하는 페미니즘 싸움하는 사람들이겠지.


그럼에도 저만치 아름다운 오솔길을 보았어. 그윽한 숲길, 꽃도 피고 나무도 있고 햇빛과 바람과 그늘이 있는 오솔길. 위계 없는 친구들과 안전하게 수다 떨며 걷고 싶은 오솔길. 어떤 비건도 소수자도, 정체성을 숨기지 않아도 되는 성평등 오솔길. 집단지성의 찐빵장미 오솔길이지. 새해 찐짱이들 모두 멋진 페미니스트 토론자요 진행자로 자라는 길이지.


찐짱들아~ 새해 페미니즘 복 많이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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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