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화: 적의 적은 나의 '형님'이다
조칠성 소장의 안색은 이제 흙빛을 넘어 창백해졌다. 차명 계좌, 그것도 진 상무 몰래 형수님께 보낸 '보험금'의 존재를 인턴 나부랭이가 알고 있다니.
“자, 소장님. 선택하시죠. 진 상무님이 이 사실을 알고 소장님을 ‘정리’하게 둘까요, 아니면 저랑 손잡고 상무님을 ‘정리’하실래요?”
민준의 물음에 조칠성은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담배를 물었다. 하지만 불을 붙이지도 못했다.
그때, 밖에서 웅성거리는 소리와 함께 거친 고함이 들려왔다.
“조칠성이 나와! 부품 대금 떼먹고 우리 지게차 다 멈추게 생겼는데, 또 본사 놈들이랑 노가리나 까고 있냐!”
현장 기사들의 단체 행동이었다. 조칠성은 당황하며 창밖을 내다봤다.
“이, 이 사람들이 하필 지금…….”
민준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 영업 스킬 6-1 ‘니즈 파악’ 활성화 ]
[ 분석 대상: 외부 시위 중인 현장 기사 30명 ]
[ 핵심 니즈: 밀린 수리비 결제, 노후 지게차 교체, 인간적인 대우 ]
[ 해결 전략: 진 상무의 비자금을 ‘현장 개선 자금’으로 환원 ]
“소장님, 저랑 같이 나가시죠. 제가 소장님을 이 안산의 ‘영웅’으로 만들어 드릴 테니까.”
민준은 주저하는 조칠성을 끌고 밖으로 나갔다. 무열이 본능적으로 민준의 앞을 막아섰지만, 민준은 여유롭게 웃으며 군중 앞으로 나섰다.
“여러분! 잠시만 제 말을 들어주십시오! 저는 이번에 본사에서 내려온 김민준 인턴입니다!”
“인턴? 인턴이 뭔데 여기 와서 이래라저래라야! 비켜!”
거친 기세의 기사가 민준을 밀치려 할 때, 민준은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외쳤다.
“조 소장님이 오늘부로 본사에 강력하게 건의해서, 여러분이 그토록 원하시던 지게차 전면 교체 예산과 체불된 수리비 전액 결제를 확답받았습니다!”
순식간에 정적이 찾아왔다. 조칠성은 옆에서 눈이 튀어나올 듯 민준을 쳐다봤다.
“야, 야! 너 미쳤어? 그 돈이 어디 있다고!” 조칠성이 귓속말로 속삭였다.
민준은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그동안 진 상무님이 ‘본사 지침’이라며 막고 있던 예산들, 조 소장님이 밤마다 본사랑 싸우면서 드디어 따내신 겁니다! 안 그렇습니까, 소장님?”
민준이 조칠성의 등을 팍 쳤다. 얼떨결에 앞으로 나선 조칠성은 수십 명의 기대 어린 눈빛을 받자, 묘한 고취감에 휩싸였다. 평생 ‘진 상무의 개’로 살며 욕만 먹던 그였다.
“어…… 아, 그래! 내가! 진 상무 그…… 아, 아니, 상무님한테 따졌지! 우리 애들 장비는 바꿔줘야 할 거 아니냐고!”
기사들 사이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조 소장! 다시 봤어!”, “역시 우리 형님이다!”
민준은 이 광경을 지켜보며 시스템으로 다음 단계를 실행했다.
[ 실무 보고서 작성 5-1 연계 발동 ]
[ 내용: 안산 물류 센터 효율 개선 및 비정상 지출 정상화 보고 ]
[ 발송 대상: 전략기획본부 백명석 전무 ]
민준은 지환에게 신호를 보냈다. 지환은 이미 조칠성의 컴퓨터에서 진 상무의 비자금 세탁 장부를 백 전무의 개인 메일로 전송할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지환 씨, 지금 보내요. 제목은 ‘안산의 진실: 진 상무의 두 얼굴’로.”
한 시간 뒤, 센터장실.
기사들에게 ‘형님’ 소리를 듣고 기분이 좋아진 조칠성은 이제 민준의 발등이라도 핥을 기세였다.
“민준 씨, 아니 우리 민준 동생. 근데 그 돈은 진짜 어떻게 메꿀 거야? 백 전무님이 허락해 주실까?”
“걱정 마세요. 소장님이 진 상무님 부인에게 보낸 돈, 그리고 진 상무님이 챙긴 뒷돈 내역. 그걸 백 전무님이 보시는 순간, 그 돈은 ‘안산 센터 정상화 기금’으로 둔갑할 겁니다. 전무님은 진 상무님을 칠 명분이 필요하시거든요.”
그때, 민준의 폰으로 박하영 기자의 전화가 왔다.
“민준 씨! 대박이에요! 백 전무님이 방금 보고서 확인하고 직접 안산으로 출발했대요. 그리고 진 상무… 지금 법무팀에 소환됐어요. 차명 계좌 건이 터졌거든요!”
하영의 흥분 섞인 목소리에 민준은 승리를 확신했다.
[ 퀘스트 완료: ‘안산의 영웅’ ]
[ 보상: 영업 스킬 6-1 마스터, 영향력 지수 폭증 ]
[ 새로운 스킬 예고: 스피치 스킬 1-4 ‘즉흥 대응 스피치’ ]
잠시 후, 센터 정문에 검은색 세단 여러 대가 들이닥쳤다. 차에서 내린 사람은 다름 아닌 백명석 전무였다. 그는 민준을 보자마자 호탕하게 웃으며 다가왔다.
“김민준! 자네 정말…… 인턴이 아니라 ‘사냥꾼’이구만! 진 상무 그 여우 같은 놈을 이렇게 한 번에 낚아챌 줄이야!”
백 전무의 뒤로 포박되듯 끌려오는 진 상무의 모습이 보였다. 진 상무는 민준과 눈이 마주치자 입에 거품을 물며 소리쳤다.
“김민준! 네 이놈! 네가 감히 나를!”
민준은 진 상무를 향해 정중하게 폴더 인사를 했다.
“상무님, 안산 공기는 좀 어떤가요? 전무님이 그러시는데, 상무님은 이제 공기 좋은 곳에서 오래 쉬실 것 같다고 하시네요.”
주변에 있던 지환, 무열, 호윤이 참지 못하고 빵 터졌다. 조칠성마저 “상무님, 형수님은 안녕하십니까?”라며 거들자 진 상무는 그대로 뒷목을 잡고 쓰러졌다.
멀리서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박하영 기자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민준을 향해 윙크를 날렸다.
인턴 김민준의 유배지는, 이제 진 상무의 무덤이자 민준의 화려한 복귀 무대가 되었다.
-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