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중요한 캠핑 톤앤매너 잡기에 대해
캠핑을 시작할 땐 신경 쓸 여유도 없었지만, 하면 할수록 톤앤매너(tone & manner, 컬러나 컨셉)를 잡는 일은 중요한 것 같다. 캠핑장과 캠핑숍에서 많은 용품을 접하다 보면, 텐트부터 살림까지 소재나 분위기가 상당히 다르기 때문에 내 스타일을 정하고 시작하면 꾸려가는 맛도 있고 재투자도 적다. 대표적인 컬러 분류를 해본다면,
# 아이보리
아이보리 면텐트, 우드 테이블과 선반, 화이트 파라솔, 레이스나 감성소품으로 대표되는 스타일이다. 커플 캠퍼들에게 많이 보인다. 밝고 화사하기 때문에 낮에 보는 텐풍이 특히 예쁘다.
# 탄(샌드)
아이보리보다는 톤다운 된 '모래' 컬러 스타일이다. 패밀리 캠퍼에게 많이 보인다. 인기 있고 대표적인 컬러라 캠핑 브랜드에서 용품을 출시할 때 선택지로 꼭 만드는 편이다.
# 카키&밀리터리
호불호도 매니아도 많은 스타일. 탄 컬러 못지않게 용품 선택지가 넓고 출시 브랜드도 많다. 스텐용품과도 잘 어울린다. 밀리터리도 멀티캠, 블랙멀티캠, 우드랜드, 타이거카모까지 패턴이 다양해지고 있다.
# 블랙
다른 컬러들이 채도와 색감이 조금씩 다른 반면, 블랙 컬러는 차이가 적기 때문에 톤앤매너를 맞추기 쉽다. 용품 선택지가 넓진 않지만 '올블랙 세팅'을 하면 어떤 컨셉보다 세련된 포스를 풍긴다.
여기까지가 오토캠핑 기준 대표적인 구분이고, 솔캠이나 백패킹은 좀 더 다채로운 컬러를 쓰는 것 같다. 물론 기능적인 부분은 아니니, 톤앤매너를 신경쓰지 않거나 여러 컬러를 적절하게 매시업하는 캠퍼들도 많다.
첫 캠핑 때 블랙 텐트, 옐로/블루 체어, 탄 아이스쿨러, 아이보리 난로를 썼다. 섞이지 않는 조합이지만 그렇게로도 재밌게 다녔다. 그러다 회차가 스무 번에 가까워지면서 눈에 더 들고, 모을수록 맘에 드는 컨셉이 생겼고 그게 ‘카키/밀리터리‘다.
제일 처음 바꾼 건 토르 75L 하드박스. 큰 사이즈에 툴케이스나 용품 파우치를 담는 용도로 잘 쓰고 있다. 그리고 DOD 굿렉테이블과 밀릿 패드로 카키 테이블 세팅을 했다. 스탠리 런치박스도 샀고, 식기/물티슈/키친타월 케이스도 디얼스컴퍼니 카키 컬러로 바꿨다. 브루클린웍스 폴딩 테이블, 블랙몬스터 바람막이, 고든밀러 사다리 선반, 스탠리 비어 컵도 카키로 구매했다. 소토 토치 라이터, 이소가스 케이스도 카기, 난로 케이스도 카키, 심지어 인센스도 콜린스 카키 컬러로 세팅했다.
밀리터리도 점점 많아졌다. 디얼스컴퍼니 멀티백, 툴케이스, 양념케이스, 폴딩케이스, 골제로 쉐이드, 부탄가스 워머, 경량테이블, 체어케이스 모두 멀티캠&블랙멀티캠이다. 몬테라 CVT2 경량체어도 밀리터리, 플랜40 담요도 밀리터리, 비너 파우치 케이스, 커피필터 케이스도 밀리터리다.
아이보리 세팅을 하는 친구는 재입대하냐 했지만, 나는 이제야 좀 톤앤매너가 잡힌 것 같다. 처음 시작할 때 사진들과 비교하면 많이 달라졌고 볼 때마다 흡족하다. 컬러만 바꾼 건 아니고 수납이나 세팅, 공간 활용을 고려해서 기변했기 때문에 사용성도 확실히 더 좋아졌다. 게다가 기변한 제품은 불용으로 두지 않고 꼬박꼬박 당근으로 보내고 있다.(는 핑계로 아네스를 매번 설득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 끝인가 하면 아직 남았다. 블랙체어도 마저 바꾸고, 노란색 릴선, 쓰레기통 팝업도 카키/밀리터리도 넘어가고 싶다. 그리고 텐풍의 완성은 결국 메인 텐트와 타프. 다크브라운 텐트와 다크그레이 타프를 카키&밀리터리로 바꾸면 그림이 완성될 것 같다. 물론 오랜 설득이 필요하겠지만.
캠핑장에서 피칭이 완성됐을 때, 여러 사이트 가운데우리 집을 바라볼 때, 캠핑사진을 되돌려 볼 때 같은 톤앤매너로 깔맞춤된 세팅은 엄청난 만족감을 준다. 캠핑을 하다 보면 여러 필요에 의해서 기변 타이밍은 오기 마련이고, 그때 꼭 나만의 스타일과 개성을 찾아 깔맞춤을 해보길 권한다. 후회하지 않을 거라 장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