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은 블루
이른 아침 출근길, 무심히 고개를 든다.
멀어질수록 짙어지는 파스텔톤 블루의 하늘이 펼쳐져 있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저 멀리에는 새끼손톱만 한 하얀 초승달이 떠 있고, 왼쪽엔 거스러미만 한 하얀 점이 반짝인다.
‘별은 아닌데?’
가만 지켜보니, 국적을 알 수 없는 비행기가 초승달을 향해 기어간다. 이른 시간, 지금 어딜 향해 날아가고 있는 걸까. 걸음 총총대며 잠시 부러워한다.
딱, 비행기가 달에 가닿는 시간만큼만.
달과 비행기가 없는 곳엔 초점을 잡을 수 없는 두툼한 하늘뿐. 문득, 푸른 하늘을 바라보다 소름이 돋는다.
‘나와 달 사이에는 칠흑 같은 우주가 있는데.’
푸른 장막에 가려 눈에 보이지 않는 어둠이 마음에 스며들기 시작한다.
‘누가 검정 위를 파랗게 덧칠한 거야?’
선명했던 별을 왜 가리느냐고 심통 부리다가 멈칫한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가 아니다. 분명, 어둠이 먼저다. 어둠의 부재가 빛이요, 태초에 신의 명령이 없었다면 여전히 어두운 것 아닌가.
색깔을 입혀주셨으니 신에게 감사해야 하나?
그런데 난, 지금 이 순간이 고맙지 않다.
어둠의 도화지에 빛을 뿌려 세상을 드러냈지만, 결국 인간을 반나절 근시로 만들었기 때문에.
밤에만 아득한 별을 볼 수 있기 때문에.
과학이 신을 구석에 처박은 후, 우리의 항성 ‘태양’이 왕좌를 꿰찼다. 이제는 태양이 뿜어낸 빛이 지구의 대기에 부딪혀, 하늘을 창연히 물들인다는 것을 안다. (레일리 산란 같은 소리는 집어치운다)
그리고 푸른 하늘빛은 누군가에겐 청량함으로, 누군가에겐 칙칙함으로 흡수될 테다. 내 기분이, 태양 빛에 두드려 맞은 지구 살갗 탓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오히려 하늘은 별을, 달을, 밤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해가 가까이 오면 파랗게 질리고, 강렬한 햇살에 한동안 해쓱해지다가, 멀어지면 발그레 상기하는 하늘이 아니던가. 그러니, 애먼 하늘 탓은 접어둔다.
‘그럼 누구야?’
다시, 눈을 부라리며 내 마음을 ‘블루’로 만든 원인을 찾는다.
지난밤 흥겨움에 미련처럼 남은 숙취 때문인가,
오늘 오후 만날 까다로운 고객 때문인가,
차일피일 미룬 내시경 검사 예약전화 때문인가,
좀처럼 오르지 않는 아들의 영어 실력 때문인가,
졸린 눈 부릅뜨며 배웠지만 시험 앞두고 기억도 흐릿, 눈앞도 흐릿한 탓인가…
아침부터
푸른 하늘을 보다가
뻗어나가지 못하고 튕겨 돌아와
어느새 짙푸른 심연 속에 빠져든다.
지금 누굴 탓하나. 젠장.
오늘 하루도 건투를 빈다.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