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차분쓰 Jan 05. 2025

너, 내 동료가 되어라

나에게도 팀이 있었으면 좋겠다 

   

 나는 현실주의자라기보다는 이상주의자에 가깝다. 이상적인 공간, 관계, 삶, 일을 누구보다도 원하고 있지만, 현실은 그저 애 둘을 키우는 평범하고 평범한 직장인일 뿐이다. 이상주이자인 나는 자주 나만의 ’ 팀‘을 머릿속에 그려보는 것을 좋아한다. 요즘같이 개개인을 중요시하는 시대에 팀이라니, 내가 봐도 좀 아이러니한데,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이 같은 사람끼리 모여 재밌게 일하고 있는 팀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비보’, ‘빠더너스’, ‘모베럴웍스’, ‘무빙워터’ 등은 내가 평소 애정하는 마음으로 응원하는 '팀'이다. 



 그중 내가 가장 오랫동안 좋아해 온 팀은 ‘컨텐츠랩 비보’이다. 컨텐츠랩 비보는 방송인 송은이 씨가 자신이 사랑하는 방송일을 지속하고자 만든 팀이다. 송은이 씨는 20대부터 쉼 없이 방송일을 해 왔지만, 어느 순간 자신이 설 수 있는 무대가 줄어들다 못해 없어졌다고 한다. 막막하고 답답한 마음에 자신의 무대를 직접 만들기로 결심하였고, 그 시작은 그녀의 단짝 방송인 김숙 씨와 주 1회 팟캐스트 방송을 시작하였다. 어느덧 주 1회 팟캐스트 방송은 497회를 맞이하였는데, 그 사이에 SM, JYP, 하이브와 같이 신사옥과 소속 연기자를 보유한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되었다. 아티스트를 지원하기도 하지만, 자체적으로 프로그램 기획도 많이 한다. 그중 출연자의 소비를 점검해 보는 '영수증'이란 프로그램이 가장 인기가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제 송은이 씨는 방송인이자, 방송을 만드는 제작사의 CEO가 되었다. 

    2023년 컨텐츠랩 비보 CEO와 이사님의 공연 


 ‘빠더너스’라는 팀은 유튜브를 통해 영상을 제작하는 ‘팀’이다. 고객사의 광고를 영상으로 만들어 나가는 것도 주로 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중 인기가 많은 콘텐츠 중 하나는 그 팀의 일상도 보여주는 영상인데, 각 팀원 모두가 개성이 넘쳐 평범한 일상도 비범하게 보이는 특징이 있다. 계절마다 협업을 통해 굿즈를 판매하기도 하는데, 나오는 굿즈 하나하나가 몇 분만에 완판 되는 요즘 세대에게 사랑받는 팀 중 하나다.

       

야구'빠던'이라는 용어로 만든 빠더너스 팀의 로고

 몇 년간 일과 육아, 집안일에 정체된 삶을 그저 살아내고 있는 나를 두고 재밌게 일도 하고 잘 먹고 잘살고 있는 팀들을 보고 있자니, 괜히 내 배가 아프다. 나도 나와 잘 맡는 팀이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팀을 만들고 싶은 첫 번째 이유는 지독하게 시키는 일만 해야 하는 이 회사를 탈출하고 싶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소속된 팀원들은 사이도 좋고 만족스럽다. 하지만 우리가 하는 일은 지루하기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주로 정해진 규정에 맞게 처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많은 이해관계자에게 자료를 보고하고 검토, 수정하는 것이 나와 우리 팀의 주된 일이다. 따박따박 들어오는 달콤한 월급 빼고는 지금 현재 너무 재미가 없다.(흔히 직장인들이 말하는 권태기가 온 것 같다.) 언젠가는 누군가가 시키는 일이 아닌, 내가 하고 싶고 세상에 필요한 일을 하고 싶다.  이것이 나의 첫 번째 이유이다.  

    

 두 번째 이유는 혼자서는 절대 이길 수 없는 나의 게으름 때문이다. 나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15% 정도의 추진력이 좋은 팀원들이 있다면 방구석에서 혼자 유튜브나 보며 상상에 빠져 있는 시간을 아껴서 뭐라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내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알 수 없는 불안감과 두려움을 접어두고 해야 할 일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살롱이라는 공간을 만들어 매일 밤 서로의 작업물에 대해 자유롭게 얘기해 보는 일,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지만, 모두가 알아야 하는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일, 기발한 상상을 담은 영화 시나리오를 작업해 보는 일을 팀원들과 밤새는 줄 모르게 재밌게 해보고 싶다.       

 

 마지막으로 내가 팀을 갈망하는 이유는, 마음 맞는 동료와 말하고 듣고 쓰고 싶기 때문이다. 우리가 좋아하는 것을 요약 없이(설령 그것이 실현 불가능하고, 꿈같은 이야기 일지라도) 나눌 수 있다면 삶의 질이 얼마만큼 좋아질 수 있을까? 다른 건 몰라도 사무실에서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아 엔도르핀이 생산되어 건강이 분명 좋아질 것이다. 그럼 건강 몸과 마음으로 또 좋은 동료를 찾아 함께 말하고 듣고 쓰며 살아가고 싶다.


     

 방송인 노홍철 씨의 SNS에는 자신이 업로드하는 사진과 메시지에 항상 해시태그가 함께 있다.      


#일과놀이의 일치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재미주의자 #경험주의자 #다시 태어나도 노홍철 #계획대로 늙고 있어


 나는 노홍철 씨의 SNS의 사진과 글도 좋아하지만, 글 마지막에 꼭 맺음말처럼 붙어 있는 이 해시태그 하나하나를 사랑한다. 내가 살고 싶은 인생과 내가 만들고 싶은 팀과 가치관이 정확하게 일치하기 때문이다.     


 이 해시태그는 훗날 내가 떠올리는 팀의 모토이자 팀훈이 될 것이다. 


혹시 해시태그에 마음이 동하는 사람이 있다면? 너, 내 동료가 되어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