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그래퍼 - 2

by 송혜미

포토그래퍼는 뭘까. 그게 뭐길래.


포토그래퍼는 보스 - 우리가 흔히 라지B라고 부르는, 우리가 속한 에이전시의 수장 – 가 시키는 대로 지미를 기록하고, 기록물을 넘긴다.


나와 에이전시 사이의 계약은 시간을 단위로 한다. 공연은 정확한 시간에 시작하고 정확한 시간에 끝난다. 지미는 첫 현을 정확한 시간에 튕기고 정확한 시간에 끝맺는다.


그것이 관객과 공연 주관사 사이의 계약이고, 주관사와 에이전시 사이의 계약이며, 에이전시와 지미 사이의 계약이다. 그리고 나와 에이전시 사이의 계약이다.


나는 그 정확한 시간과 정확한 시간 사이에 누른 모든 셔터의 깜빡임을 에이전시에게 전송한다. 단 한 장의 프레임도 삭제할 수 없다. 나와 에이전시를 구속하는 계약서엔 시간 단위의 고용 형태임을 분명하게 명시하므로. 그 시간에 속한 모든 기록물은 보스에게 귀속된다.


어째서 지미는 내게 서운한 얼굴을 할까. 정해진 시간부터 정해진 시간까지 셔터를 누르는 내가 ‘관상용’에 대해서 무엇을 이해하길 바라는 걸까.


하지만 나는 가끔 지미가 이런 얼굴로 내뱉는 언어를 애정했다.


공연장에서 유일하게 감각 신호를 수신하지 않는 나의 고유한 역할을,

그 나지막한 자율성과 내게 남아있을지 모르는 미감을,

나의 감상을,

그리고 이렇듯 엉뚱하게 떠오르는 상념을,

개조하지 않은 나의 상반신과 검지 손가락에 드물게 남아 있는 지문을 이해한다는 느낌이 든다.


어떤 면에서 지미는 나의 모든 면을 이해할 지도 모른다.


상념에 몸을 적셨다 빠져나온 2초 동안에도 나는 본능적으로 셔터를 눌렀다. 플래시는 단속적으로 터지고 있었다. 허벅지와 종아리의 길이를 자유자재로 뻗어가며 수 만의 관객을 한 프레임에 담기도 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다시 멈칫 했다.


무엇이 나를 상념으로 이끈 것일까.


이토록 간담이 서늘했던 적이 있던가.

도주와 같은 상념을 들킨 것일까.

하체 개조로 인해 척추 신경이 손상된 걸까.


나는 어떤 한 구석에서 평소와 다른 이물감을 느끼며 질문했다. 그리고 끊임없이 느꼈다. 관객들의 포효를 몸서리치게 하는 어떤 결정체 같은 것을. 그것이 나의 내부에서 느껴지는지 외부에서 느껴지는지, 내부와 외부를 구분하는 것이 가능한지, 개조한 다리는 나의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헷갈렸다.


하지만 나를 2초 간의 상념으로 인도한 낯선 감각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것은 손에 잡히는 무엇처럼 – 가령, 카메라, 지미의 기타 잭 – 물리적으로 선명했다.

이물질이다.


4,000평 공연장 안에 존재하는 자그마한 이물질.

아주 작은 알갱이 같은 것.

나는 왜 분수에 대해 생각했던가.


그 순수의 시대를.

중력을 거스르는 물과 비효율적인 대화의 장소를.

졸졸졸 소리를.


그 순간 나의 플래시가 수 백 번 터지고 있는 향방이, 그 초점이, 하나의 점을 향해 있음을 깨닫고 나는 뒷걸음질 쳤다. 이제껏 그 하나의 축을 중심으로 셔터를 연달아 누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 하나의 축은, 나를 사로잡은 하나의 점은, 그 미세한 입자는 보잘것없이 자그마한 존재,


순수 인간이었다.


미치광이들 사이에 쭈그려 앉아 작고 지저분한 검지 손가락을 뻗어 허공에 그림을 그리는 아이.

그 어떤 티타늄과 전기 신호도 가미하지 않은 날 것의 아이.

무선 감각 신호에 감응하지 않는 아이.


나는 아이를 기록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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