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거지 잘하시는지? 나는 카페에서 나름대로 몇 년간 일을 하고 있다 보니, 이제는 어느 정도 설거지 요령이 생겼다. 내가 설거지를 엄청나게 많이 했다고 자랑하는 건 아니지만. 이제는 누군가가 설거지하는 모습만 봐도 “으흠. 뭐, 설거지 좀 해본 것 같군. 일 잘하겠어.”라거나, “으흠... 이거, 이거 큰일이군.”이라고 생각한다. 농담 섞어하는 말이지만, 수세미를 잡는 손 모양만 봐도, 오호라 하고 느낌이 든다.
그래서 처음 새로운 직원이 들어오면, 다른 건 자세히 보지 않고 설거지할 때를 유심히 살펴본다. 그러고는 혼자 조용히 감탄하거나, 이거 이거 큰일이군…이라고 생각한다. 어디까지나 지레짐작이지만, 시간이 지나 보면 ‘으흠, 역시 그랬군.’ 하게 된다. 그럴 때마다 드는 생각인데, 이런 식이라면 차라리 직원을 채용할 때, 실기 면접으로 설거지 면접을 하면 좋지 않을까. 그러면 단번에, 오호 괜찮은 인재군. 하고 판단할 수 있을 텐데 말이지.
만약에 설거지 실기 면접을 본다고 공지하게 되면, 지원자들은 “뭐야, 설거지 연습을 해야겠군.”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거 아시는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설거지의 기술’이라는 책이 있는데 설거지에 대해서 굉장히 자세하게 알려준다. 레스토랑이나 카페, 식당에 따라 어울리는 기술들을 알려준다. 어느 성분의 세제가 좋은지, 어떤 수세미가 좋은지까지 적혀 있다. 굉장히 유용하다.
아무튼 설거지의 기술이라는 책에는 설거지할 때의 마음 가짐부터 설거지 심화 테크닉까지 다양한 내용이 담겨 있다. 그중 카페에서 유리잔을 닦는 요령이라는 파트가 인상 깊었는데, 간단하게 생각나는 데로 이야기하자면 이렇다.
카페에서 사용하는 유리잔은 대부분 아이스 아메리카노나 에이드 종류로 기름기가 없기 때문에 수세미질이 특별히 까다롭지 않다. 다만 길이가 길고, 폭이 좁기 때문에 손이 잘 들어가지 않아 불편함 할 뿐이다.
폭이 좁은 유리잔을 설거지를 할 때는, 왼손은 잔의 밑동을 잡고 오른손으로 수세미를 아이스잔 속으로 밀어 넣는다. 그리고 오른손 손가락 끝으로 수세미를 잔의 벽 부분으로 밀착시키고, 잔의 밑동을 잡은 왼손을 회전하면 된다. 아이스잔에 유용한 수세미는 형태가 있는 부드러운 스펀지가 좋다.
왼손은 끊임없이 회전을 주고, 오른손은 수세미를 넣었다 뺐다 하면서, 안쪽 벽면을 닦는다. 두세 번 넣었다 뺀 다음, 수세미를 살짝 빼서 입술이 닿는 부분에 걸치고 왼손은 또 돌려준다.
여기까지의 동작이 능숙해지면, 몇 번의 왼손 회전만으로도 유리잔의 안쪽과 주둥이 부분을 쉽게 거품 칠 할 수 있다. 왼손은 끊임없이 회전을 하고, 오른손으로 컨트롤하는 셈이다. 포인트는 왼손의 회전과 오른손의 수세미 컨트롤, 그리고 리듬.
주의할 점이라면, 미끄러운 세제는 피하는 게 좋다. 잔을 회전하다가 미끄러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카페의 유리잔에는 기름기가 없으므로, 베이킹 소다가 들어간 세제로 소량의 거품으로 설거지하면 충분하다. 고무장갑은 되도록 끼는 게 좋다. 하지만 만약 너무 바쁜 상황이라면 오른손만 끼는 걸 추천한다. 유리의 밑동을 회전하는 왼손은 맨손으로 잡아 미끄러지지 않고, 재빠르게 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오른손은 유리잔 속에 넣어야 하기 때문에 자칫 잘못해서 잔이 깨져 다칠 위험이 있다. 그러니 오른손은 꼭 고무장갑을 껴야 한다.
카페의 유리잔 외에도, 와인잔을 씻는 방법이나 유리병을 닦는 방법. 심지어 레몬 스퀴저를 닦는 방법도 나와 있으니, 카페나 레스토랑에서 유용하게 읽어 볼 만한 책이다. 개인적으로 가능하다면 매장에 비치해두고 새로 온 직원의 교육 자료로 사용해도 좋을 것 같다. 만약 설거지의 기술 책을 열심히 읽고 면접 보러 온다면, 설거지 면접에서는 필히 합격일 테다.
만약 카페에 취업을 하고 싶은 예비 바리스타가 있으시다면, 설거지를 열심히 연습하시길. 그러면 좋은 인상을 받고, “오호, 일을 잘하네요.”하고 칭찬받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