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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구마깡 May 18. 2023

SKY 캐성 1편

삼성전자 개성공단캠퍼스의 리 대리 -8-

내는 조심스레 자기 자리를 찾았다. 둘러보니 전교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는 엄마들은 거의 모인 듯하다. 거기다 자기만 초대받은 줄 알았는데, 공단 고위 직급 간부의 여사인 동수 엄마도 보였다. 아내는 속으로 뜨끔하면서 최대한 동수 엄마 눈에 띄지 않는 자리에 앉았다. 빠르게 주변을 살펴봤다. 대기업 다니는 남편의 아내들이어서 화려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수수하게 입지도 않은 듯했다. 그중에는 자신도 알아 볼만한 명품백도 보였다. 아내는 누가 볼까 신경 써서 가져온 핸드백을 무릎 깊숙이 옮겼다.


"희준 엄마는 오늘 안 오나 보네요?"

"모르셨어요? 희준이, 걔네 아빠가 미국 주재원으로 발령 나서 가족 전부 미국으로 갔잖아요."

"그럼 희준이는 미국에서 공부하는 건가요? 잘 됐네요. 영어 챙기고 잘하면 미국 대학 문도 두드리고, 좀 떨어져도 **3특은 노릴 법하잖아요."

"3특도 요새 쉽진 않대요. 거기 경쟁률이 얼마나 강한데요. 돈은 돈대로 깨지고, 자신감 없는 한국 애들은 오히려 기죽고 돌아온다고 하잖아요."

"게다가 고1이어서 늦기도 했어요. 미국 입학 시기랑 맞추지 않으면 귀국해서 고생일 거예요."

"그래도 미국이라니 부럽네요. 영어만 잘해도 어디 가서 꿀리진 않잖아요."

"우리 아이들은 우리대로 잘하면 돼요."


엄마들은 곧장 교육 이야기로 빠졌다.


"교육부에선 아직 새로 나온 공고문은 없죠?"

"아직 없어요. 그게 주요 대학교와도 아직 얘기가 정리 안 됐고, 복잡하다고 전문가가 그러더라고요."

"이러다가 아무 혜택도 못 받고 졸업하면 안 돼요. 1년만 지나도 너무 늦어요. 좋아서 여기 머무는 것도 아닌데. 다 나라 위해서 온 거잖아요."


엄마들이 얘기하는 건 대입 전형이다. 반대가 심했던 기업 유치였고, 대기업에 다니는 직장인이라면 다른 곳으로도 이직하기 쉬운 터라 개성으로 발령 나면 퇴사로 이어졌다. 이는 남한정부, 북한, 사측 모두에게 골칫거리였다. 북한은 남한 직장인이 개성에 머물며 돈을 쓰길 바랐다. 그래서 남한 화폐를 개성에서 사용하도록 특별법까지 만들었다. 한국 정부는 남북경제협력에 가장 중요한 국민이 거부하고 떠나니 문제였고, 회사는 회사대로 인적자원이 빠져나가니 힘들었다. 그래서 짜낸 유인책 중 하나가 대입 특별전형이다. 개성공단에 있는 중, 고등학교를 몇 년 이상 다닐 경우 대입 특별전형 구간을 따로 신설하여 반영하겠다는 대책이다. 학교 위치 특성상 지방 교육청이 아닌 교육부가 직접 관리하는 제도일 정도로 주목을 끌었고 이러면 학부모인 직장인을 개성에 잡아둘 수 있다고 생각했다.(심지어 김일성종합대학도 가능하다고 선전했다. 지원자는 여태까지 0명이다.) 하지만 지원자격 TO는 학생수에 비해 부족했고, 지원 가능한 범위도 학부모가 보기에는 충분하지 않았다. 의•치•약대 지원이 불가능한 전형이라면 도대체 무슨 혜택이 있는 거냐고 불만도 많았다. 굳이 이런 작은 혜택을 위해 개성에 오는 큰 리스크를 감수해야겠냐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그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이유도 있긴 하다.


"다시 한번 교육부에 문제제기를 해야 돼요. 손 놓을 수만은 없죠."

"확실하게 확정 짓지 않는 한 둘째도 여기 다니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어요."

"둘 째는 중3 아닌가요? 어디 알아보셨어요?"

"아직 딱 이곳이다라는 곳은 모르겠어요. 목동 못 뚫으면 일산이라도 알아봐야 할 판이에요."

"빨리 알아보셔야 할 거예요. 그쪽 학원 탑반은 시험 쳐서 떨어지면 돈 많이 준다고 해도 반 전체 수준 떨어진다고 안 받으니까 그것대로 미리 준비시켜야 돼요."

"그게 큰 애랑 다르게 둘 째는 누굴 닮았는지 아직은 열심히 하질 않아서요. 조금만 열심히 해도 특별전형까지 생각하면서 여기서 학교 다닐 필요가 없는데 고민이에요. 서울 내 적당히 좋은 학군 들어갈 정도만 돼도 마음 편할 텐데요."


학군이라는 말은 아내도 몇 번 들어보긴 했다. 남한에는 학군이 있고 특히 강남 8 학군은 북한에서도 유명했다. 좋은 학군에 들어가서 좋은 교육을 받으려면 부모 노력이 필요하지만 성적도 따라줘야 했다. 하지만 그게 안되니 여기 특별전형이라도 기대해 보는 부모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개성공단 특별전형을 노리는 이유는 아이 성적뿐만이 아니다.


"예전 부동산 하락기 때 집 팔고, 서울 좋은 학군 쪽으로 넘어갔어야 하는데 그 생각만 하면 잠을 못 자요"

"그때 남편한테 서울로 넘어가자 그렇게 말했는데 내 직장이 여기인데 어딜 가냐고, 북한 때문에 북쪽으로도 사람들이 가면 서울 집값 더 떨어진다는 이상한 소리 할 때 더 밀어붙였어야 했어요."

"제 아는 니는 그때 개성으로 강제 발령받은 후에 바로 퇴사하고 노원구로 옮겼는데 거기가 개성-강남으로 교통이 뚫리면서 호재 맞았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그 뉴스 예전에 봤는데 진짜 대박 맞았네요. 전 남편한테 강남쪽은 당연히 힘든 거 아니까 목동 전세라도 알아보자고 그렇게 말했는데, 이제는 전세도 부담스러워요."


잠시 침묵이 흘렀다. 계속 얘기하다간 끝 모를 급경사를 내려가는 느낌이다. 나라에 소동이 났을 때 서울 좋은 학군으로 진출한 자와 그렇지 못한 자가 갈리는 듯했다. 그 와중에 아내를 줄곧 바라보던 해정 엄마가 침묵을 깨며 아내에게 말했다.


"아영 엄마는 이 카페 처음 오신 거죠? 커피 맛은 맞아요?"


해정이는 아영이하고는 라이벌 구도로 그려지는 아이였다. 모두가 구원자를 보듯이 아내를 쳐다봤다.





** 3특: 재외국민 특별전형으로 3년 이상을 해외 중고등학교를 다녔을 때 주어지는 대학 입학 자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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