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그대로 이제서야 이해되는 친절한 반야심경 해설서다. 반야란 지혜란 뜻이다. 보통 금강경처럼 경만 붙여도 되지만 반야심경은 그 오롯한 깊이 때문에 심경이라고 불린다. 여기서 반야심경 중에서도 그 핵심을 구절을 짚어보고 드라마로 내 나름 이해해 보려고 한다.
"조견오온개공 도일체고액"
"照見五蘊皆空 度一切苦厄"
"오온이 모두 공함을 비추어 보고 일체의 고와 액을 넘어갔다."
"사리자 색불이공 공불이색"
"舍利子 色不異空 空不異色"
"색이 공과 다르지 않고, 공이 색과 다르지 않으며"
.
"무무명 역무무명진"
"無無明 亦無無明盡"
"무명도 없으며 또한 무명이 다함도 없으며"
반야심경, 더 나아가 불교에서는 모든 게 空하다고 한다. 그 대상으로 색온, 수온, 상온, 행온, 식온의 오온을 예로 들어 설명한다. 이걸 불륜드라마로 생각해보자.
색온: 내 남편이 한 여자와 있는 장면을 목격했다. (현상계, 눈에 보이는 모든 거)
수온: 끝없는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손과 손가락 마디, 마디가 떨리기 시작한다. (이로 인해 가지게 된 느낌)
상온: 순간 내 아버지가 떠오른다. 내 아버지 역시 바람기가 있었어. 그래서 우리 엄마가 고생했지. (상상, 생각, 떠오르는 마음작용)
행온: 이혼할거야. 위자료도 두둑이 받을거야. 저 여자는 상간죄 소송으로 돈을 받을거야. (의지, 의도)
식온: 가여운 내 인생... 결국에는 이혼녀가 내 인생의 엔딩이구나. 엄마와 같은 길을 걷는 내 팔자야. (이로 인한 인식 작용 혹은 메타인지(?))
그때 어디선가 부처핸썹이라는 래퍼의 노래가 흘러들어온다. 래퍼의 Hip한 hop장에 여자는 그 노래에 꽂히게 된다.
"색불이공 공불이색, 색즉시공 공즉시색 예압"
순간 깨달았다. 오온이 공하다니!
색온: 남편과 저 여자의 만남이 정말 바람피우는 것일까? 직장 동료인데 길 가다가 마주친 게 아닐까?
수온: 분노라는 건 어디에 존재하는 걸까? 방금까지 난 아메리카노를 즐겼는데 이리 쉽게 기분이 바뀌다니 분노라는 감정이 얼마나 즉흥적일까.
상온: 엄마가 정말 불행했을까? 생각해 보면 엄마가 웃는 순간은 정말 많았어. 나와 즐겁게 대화한 기억도 많아.
행온: 이혼이 정말 의미가 있을까? 이혼 서류에 도장 찍는다고 정말 모든 관계가 끝나는 걸까?
식온: 이혼녀가 엔딩이라는 건 내 착각일 뿐이야. 출산 후에도 커리어 우먼으로서 승진가도를 달리고 있고, 아이도 나를 이 세상에서 제일 좋은 엄마라고 생각해.
시점과 관점만 바꾸었을 뿐인데 이렇게 다르게 다가오다니... 내가 무엇에 대고 울분을 터뜨렸던 것일까. 그 모든 감정들이 손 안의 모래처럼 사라져 간다. 아까의 분노는 무엇이었을까?
또 다른 인과연의 렌즈로 내 남편을 보니, 그에게서 다른 모습도 보였다. 어렸을 적부터 부모님을 여의었고, 밤에 알바를 하며 고등학교를 겨우 졸업했다. 사회를 잘 몰라 사기도 몇 번 당했는데 의지 할 이가 없어 혼자 이겨내야 했었다고, 외로웠다고 한다. 가엾은 사람...
여기까지 생각하니 의문이 들기 시작한다. 조금 전까지 바람 폈다고 의심되는 그 사람. 나는 그 사람에 대해 제대로 판단을 하고 있는 걸까? 판단은 할 수 있을까? 그를 그대로 바라보고 싶다. 그러면 내 아까의 감정이 조금은 무상하다는 걸 알 수 있을 것 같다.
모든 것이 연기(煙氣) 속의 연기(緣起)처럼 왔다 간다. 연기는 하늘로 사라지니 결국 空하다. 눅눅한 벽 아래에 꽃이 한송이 폈을 때, 우린 그 마음이 얼마나 빨리 변할까.
무무명 역무무명진..
마지막 노랫가락이 들려온다. 무명도 없으며 또한 무명이 다함도 없으며. 그 모든 인연을 좇다 보니 결국 그 모든 게 나의 감각, 나 자신에게로 돌아온다. 모든 것이 공한데, 나의 감각조차 공하지 않을까? 이런 와중에 집착을 하여 잘못된 판단을 하지 않았나. 시제법공상. 모든 법은 공하여. 그럼 결국 감각을 통해 알게 된 인연 역시 공하게 되니.
불륜드라마가 불교드라마로 해탈을 하게 되네.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