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의 민낯을 마주하는 용기
어느 날, 질투를 통해 내 안에 있는 욕망,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다는 글을 읽었다.
질투는 지도다. (Jealousy is a map.)
- Julia Cameron, 『아티스트 웨이 (The Artist's Way)』
질투라는 감정을 통해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다는 말. 무척 흥미롭다. 감정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
질투(Jealousy)와 부러움(Envy)은 차이가 있다. ‘저 사람이 가진 것을 나도 갖고 싶다’가 부러움이라면, 저 사람이 가진 것이 ‘원래 내 것이어야 했다’는 강한 느낌이 질투다.
난, 부러움에서 시작했다. 최근 친한 지인이 진급을 했다. 진심으로 축하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부러웠다. 나는 왜 부러웠을까? 조용히 자신에게 물었다.
그의 성취가 부러웠던 것인가? 그의 타이틀이 부러웠던 것일까? 진급이 주는 혜택이 부러웠던 것일까? 나는 그의 타이틀이 부러웠다. 쉽게 답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왜 그의 타이틀이 부러웠을까? 조금 시간이 필요했지만, 솔직하게 답할 수 있다. 그 타이틀이 있으면 사람들의 인정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일이다. 작은 밋업을 만들었다. 그 밋업에는 특정 주제에 대해서 질문하고 싶은 사람과 그 주제에 답할 수 있는 사람을 연결시켜 주는 장이었다. 사람들은 질문하고 전문가는 답을 했다. 전문가의 말에 사람들은 눈을 크게 뜨고 경청했다. 난 그가 부러웠다. 나는 왜 부러웠을까? 차분하게 자신에게 물었다.
그는 다른 사람이 하지 않은 일을 먼저 했고, 앞서 갔다. 그리고 많은 시간을 고민하며 시행착오를 경험했다. 그래서 사람들의 질문에 거침없이 이야기했다. 나는 그의 성취에 부러움을 느꼈을까? 아니다.
내가 부러움을 느꼈던 지점은 사람들이 그에게 집중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나는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망을 가지고 있구나. 나는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싶어 하고 사람들이 나를 이해관계없이 좋아해 주었으면 하고 바라고 있었구나. 순진한 어린아이와 같은 마음이 내게 있었다. 나는 어린아이가 아닌데 말이다. 욕망과 대면하니 부끄러웠다.
부러움에서 시작했지만, 따라가 보니 '원래 내 것이어야 했던 것'에 닿았다. 그게 질투였다. 인정과 사랑. 그것이 내가 오래전부터 원했던 것이다. 다만, 질투의 대상이 사람이 아니었다. 그가 누리는 혹은 누릴 것 같은 상태에 질투를 느낀 것이다.
감정을 통해, 더 정확히는 감정에게 질문을 하면서 내 마음의 아래층에 있는 사실들을 알게 된다. 신기하다.
더 신기한 것은 나는 사랑받고 싶지만, 혼자이고 싶기도 하다. 한편으로 사랑받고 싶다는 욕망은 인간의 보편적 욕망이기 때문에 특별하지 않다. 다만, 나를 이해할 수 있는 정보가 된다.
특별함이 없는 보편적 욕망. 상호 모순적 욕망의 공존. 지금의 내 모습이다. 그러나 괜찮다. 두 개의 상반된 진실이 동시에 참일 수 있다. 연예인은 인기를 먹고 산다. 하지만 인기 덕분에 개인의 삶에는 제약이 따른다. 사랑받고 싶고 동시에 혼자이기 원하는 건 이상하지 않다. 그런데 다른 사람과 깊이 연결되기를 원하면서도, 다른 사람에게 간섭받고 싶지 않은 마음. 어쩌면 이기적이다. 내가 원할 때는 연결되고, 원치 않을 때는 끊어버리는 것 같으니까.
가끔, 누군가로부터 영향을 받으며 살아온 탓에 진짜 내가 원하는 것인지, 다른 사람이 원하는 것을 내가 만족시키면서 사는지 구분이 되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러다 보니, 나는 어떤 일을 하는 데 있어서 내가 원해서라기보다는 인정받기 위해서 하는 경우가 많았다.
심리학에는 이것을 설명하는 말이 있다.
'타인의 승인에 의존할수록 자율성이 훼손되고 나 자신의 가치를 외부 조건(성과, 타인의 평가)에 달아두면 자존감이 불안정하게 흔들리게 된다'
내 삶의 피곤함. 다 이유가 있었다. 나의 지도를 만들어가는 데 있어서 이런 심리학적 근거들이 도움이 된다. 고개를 끄덕거린다.
내 욕망을 발견하고 싶었던 것은 ‘나는 이런 사람이다’라고 단정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고정된 모습이 아니라, 길 잃은 상태에서 목적지를 찾아가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생각해 보면 내비게이션은 ‘너는 잘못했어’라고 말하지 않는다. ‘경로를 재탐색 중’이라고 답한다.
나에게 묻는다. 지금 하는 일을 아무도 칭찬하지 않아도, 인정받지 않아도 계속할 수 있는가? 답하기 어렵다. 내 깊은 곳에 있는 욕망은 인정받고 싶고, 사랑받고 싶기 때문이다. 이 모순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우리는 점과 점 어딘가에서 산다. 냉정과 열정 사이.
타인이 아닌 내적인 동기를 갈망하면서 타인에게 사랑받고 싶다. 나는 그 어딘가를 찾을 수 있을까? 그 어딘가를 찾기 위해 오고 가고 있다. 이 움직임 자체가 리듬이다. 이건 우리의 삶이 지루하지 않은 이유다.
지금 내가 어디인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관찰하고 탐색하는 리듬. 그 리듬을 인지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그래서 웃는다. 내 삶의 리듬을 느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