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건강한 다이어트' 와 '무조건 마른 몸매로 만들기 위한 다이어트' 의 차이를 혼동하곤 합니다. 건강한 다이어트의 최종 목적은 말 그대로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며 그러기 위해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식습관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건강한 상태에서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 좀 더 통통할 수도, 좀 더 마를 수도 있습니다. 이 부분은 유전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합니다. 무리해서 단기간 마른 몸을 만들더라도 그게 우리 몸의 건강을 해칠 정도면 부작용으로 곧 다시 보통 수준 이상으로 체중이 급격히 증가할 수 있습니다.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식습관을 찾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보다 식욕과 포만감에 관련된 우리 몸의 조절 기전을 정상 상태로 유지하기 위한 목적이 더 큽니다. 우리 몸은 최적의 건강을 위한 식욕 촉진 및 억제의 균형 기전을 갖고 있는데, 불건강한 방식으로 무리하게 살을 빼는 경우 이 균형 기전이 무너지면서 음식에 대한 탐닉이 발생하면서 폭식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어떤 식으로 살을 빼든 이 균형 기전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죠.
식욕 촉진은 우리 뇌 속 쾌락을 관장하는 도파민 회로와 관련이 깊습니다. 도파민은 단기적이고 강한 쾌감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입니다. 매력적인 이성과 데이트를 하거나, 원하는 상품을 손에 넣었거나, 목표를 이루었을 때, 흥분되는 스포츠를 즐길 때, 자극적이고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도파민이 분비 됩니다.
식욕을 억제하는 기전은 식욕을 촉진하는 기전과 조금 다릅니다. 만약 우리가 운동을 하고 있거나 긴장된 상태에 있는 상황, 불안한 상황, 배가 부른 상황에선 보통 식욕이 억제 되지만, 그래서 분명 배가 고프지도 않지만, 이상하게 자극적이고 맛있는 음식엔 끌릴 수 있습니다. 식사 후 디저트 배는 따로 있다는 말은 이를 보여줍니다. 배가 불러도, 신경이 예민해진 상태에서도 달달한 음식은 신기하게도 계속 들어가죠. 오히려 먹다보면 점점 더 입맛이 당기는 느낌도 들구요.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우울한 경우, 마음의 허전함을 채우기 위해 자극적인 음식에 탐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단짠단짠한 음식과 기름지고 매운 음식은 쌓여 있던 스트레스나 우울을 한 번에 해소해주는 것처럼 느끼죠. 그런데 뇌 속 도파민 회로는 지속적인 자극을 주면 같은 자극에 대한 도파민 분비량이나 반응 감도가 떨어지는 특성을 지닙니다. 한마디로 효과가 짧을 뿐 아니라 곧 더 큰 자극을 갈구하게 된다는 의미죠. 이는 곧 더 자극적인 음식을 끊임없이 갈구하게 되지만 그 쾌감이 점점 줄어드는 상태, 즉 중독에 빠진다는 의미 입니다. 배가 부르고 식욕이 크지도 않은데도 술자리 등에서 혹은 밤에 끊임없이 자극적인 음식이 들어가는 것도 이와 관련이 깊죠.
그래서 마약이나 향정신성 약 등의 약물 중독과 음식 중독의 뇌 속 메커니즘이 비슷하다는 것을 밝힌 연구들이 있습니다. 다만 약물 중독은 뇌에 직접 작용하지만 음식 중독은 멀리 돌아서 뇌에 작용한다는 것이 다르고, 약물 중독은 거의 모두에게 일어날 수 있지만 음식 중독은 특정한 사람들에게 더 잘 일어난다는 것이 다를 뿐이죠. 평소 정신적으로 예민하거나 약한 경우, 우울과 불안 등의 정신 건강 문제를 갖고 있는 경우는 그래서 특히 먹는 것에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비만인 사람은 더욱 주의를 해야 하는데, 비만 환자에서 음식 중독 비율이 25-37%로 매우 높고, 병적 비만인 경우 60%가 넘는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불건강한 방식으로 무리하게 살을 빼는 경우 우리 몸은 식욕과 포만감을 조절하는 균형이 깨져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되고, 이런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평소보다 더욱 자극적인 음식을 탐닉하게 됩니다. 자극적인 음식은 원래보다 더 살이 찌는 결과를 낳게될 수도 있겠죠. 여기서 자극적인 음식에는 초가공 음식들도 포함됩니다.
초가공 음식들은 정제당, 인공향신료, 첨가물을 넣은 음식들을 뜻합니다. 초가공 음식들엔 설탕과 포화지방이 무척 많이 함유되어 있으며, 필수 영양소는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우리가 먹는 설탕의 90% 이상을 초가공 음식을 통해 섭취하고 있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초가공 음식들엔 함량 표시에 각종 비타민이나 무기질 등의 영양분이 함유되어 있다고 선전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영양소들이 모두 흡수된다 하더라도 결국 정제당과 포화지방이 끼칠 악영향에 비할바가 안됩니다.
초가공 식품 섭취가 우울증, ADHD 등 정신 건강과 관련이 깊은데, 초가공 식품을 먹다 지중해 식단으로 바꿨더니 우울증이 감소했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초가공 식품은 체내 염증 발현을 자주 일으키고 인슐린 저항성을 증가 시키며 식욕과 관련된 도파민 회로를 과잉 활성 시킬 뿐 아니라 미생물 조성을 변화시켜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을 감소 시키고 장내 염증 물질 생산을 증가시키는 등 다방면으로 몸에 악영향을 미칩니다.
혹자는 '맛있고 자극적인 음식을 먹지 않음으로 인해 생긴 스트레스가 더 크다' 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초가공식품 등 자극적이고 쾌감이 큰 음식들은 일시적으로는 효과를 볼 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결국 몸의 건강을 무너 뜨리고 식욕-포만감 조절 기전을 망가뜨릴 뿐 아니라 체내 염증이 끊임없이 발생하도록 만들어 점점 더 스트레스를 많이 받도록 만들게 됩니다. 자잘한 일에도 짜증과 스트레스, 분노가 발생하는 몸이 되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다시 또 자극적인 음식을 먹고, 그로 인해 더욱 살이 찌고 몸은 더 스트레스 받기 쉬운 몸이 되고..악순환의 고리에 빠지는 셈이죠. 배가 불룩한 분들 중 짜증과 신경질을 많이 내는 분들이 많은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이런 전체적인 식욕 - 포만감 조절 기전에 장내 미생물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점점 더 밝혀지고 있습니다. 우리 뇌는 장과 끊임없이 소통을 하는데, 이 때 장내 미생물도 여러가지 방식으로 이 소통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장내 미생물이 음식물을 분해해서 만든 물질에 우리 장내 세포가 반응해서 관련 정보를 뇌에 보낸다든가, 장내 미생물이 만든 물질로 우리 몸의 면역계가 작용한다든가, 장내 미생물이 만든 물질 자체가 뇌 신경에 직접 작용하는 등의 방식을 통하고 있죠.
우리 장 내엔 수많은 종류의 미생물들이 살고 있습니다. 이런 미생물들 중엔 우리 몸에 유익한 미생물들도 있고, 해로운 미생물들도 있죠. 유익한 미생물들이 많아지면 즉 미생물 구성이 건강해지면, 식욕도 균형있는 수준으로 감소하고, 체내 염증 수치도 감소하며, 세로토닌 등의 행복 호르몬 수치도 증가합니다. 이는 결과적으로 식욕 - 포만감 기전의 균형을 유지해주고, 스트레스를 덜 받고 마음의 안정도 찾아주어 식탐도 사라지게 해주죠. 반면 해로운 미생물들이 많아지면 즉 불건강한 미생물 구성 상태에선 반대로 식탐도 늘고 체내 염증 수치도 늘며 스트레스도 늘어 비만이나 대사성 질환에 걸릴 확률이 올라가게 되죠.
생애 초기부터 항생제를 복용한 아이의 경우 자라서 비만이 될 확률이 높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이것 역시 항생제가 장내 미생물 구성을 불건강하게 바꿔놓기 때문입니다. 오래전부터 농가에선 소와 돼지에게 항생제를 먹일 경우 이상하게도 소와 돼지가 뒤룩뒤룩 살이 찐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소와 돼지는 그만큼 지방이 많죠. 그 정확한 기전이 밝혀진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로, 이 역시 미생물 구성 변화와 관련이 있습니다. 결국 항생제 먹인 소와 돼지 등의 고기를 먹으면 항생제를 먹게 되어서 위험한 것은 아니고, 지방이 많은 고기를 먹게 된다는 의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제품을 많이 섭취한 산모가 낳은 아기는 미생물 구성이 건강해질 가능성이 높고, 모유를 먹고 자란 아기 역시 건강한 장내 미생물을 보유하게 됩니다. 이는 모유 속에 유익한 미생물의 먹이인 올리고당이 많이 함유된 것과 관련 있습니다. 어린 시절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아이는 자라서 비만이 확률이 높다는 연구도 있는데, 이는 정제당과 포화지방산이 많이 함유된 자극적인 초가공 음식에 대한 식탐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그리고 여기에도 역시 미생물 구성 변화가 관련이 있는데, 스트레스나 섬유질이 부족한 자극적인 음식들로 인해 유익균이 줄어들기 때문이죠. 특히 여아가 남아보다 더 큰 영향을 받는다고 합니다.
결국 장 내 미생물 구성을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 다이어트에 매우 도움되며, 이를 위해선 섬유질 식품을 많이 섭취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하겠습니다. 섬유질이 부족한 식사가 계속되면 Akkermansia mucinophilia 라는, 장내 보호벽을 만드는 세균의 활동성이 줄어들어 장 누수가 발생하기 쉽고, 이는 장내 독소가 체내에 염증 반응을 자주 일으키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지방질이 많은 음식을 먹을 때도 섬유질을 같이 먹으면 유익균이 증가한다고 합니다. 고기를 먹을 때도 반드시 야채를 먼저 많이 먹어야 하는 이유는 일단 장내 유익균을 키워놓는 효과도 있는 셈입니다. 고기만 너무 많이 먹으면 장에서 고기가 느리게 소화되면서 부패되어 유해균이 증가할 수 있으니까요. 최근엔 건강하고 마른 사람의 장내균을 비만인 사람에게 이식하는 시도도 이루어지고 있는데, 그만큼 장내 미생물이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