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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상이 Oct 28. 2017

FARMER DUCK

너무 착한 오리

FARMER DUCK            

● Martin Waddell ● Helen Oxenbury        


게으른 농부의 농장에 오리 한 마리가 살고 있었다.

농부가 아주 게을렀기 때문에 불행히도 오리는 할 일이 많았다.

농부는 손 하나 까딱 않고 침대에 누워 착한 오리만 부려먹었다.

오리는 종일 일만 했다  

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오리의 뒷모습. 쇠스랑의  무게가 버거워 보인다.

     

농부는 종일 침대에 누워 배 터지게 먹고 오리에게 소리치는 것이 전부이다.     

“How goes the work? (일은 잘돼 가냐?)”

 “Quack!” 오리는 꽥소리 한번 하고 묵묵히 일만 했다.    



눈발 속에서 길 잃은 양을 찾아 업고 오는 오리, ( 도대체 이게 오리가 할 일인가)


농장의 일은 모두 오리 혼자서 하고 있다. 과일을 수확하고 암탉들을 우리에 몰아넣고 농장의 다른 가축들을 돌보는 일까지 오리 차지다.

죽도록 혼자서 일만 하고 오리가 농부에게 하루 종일 듣는 말은 오직 “How goes the work?” 뿐이다.

농장일 뿐 아니라 농부의 손과 발이 되어 모든 시중까지 들어야 했다. 농부는 종일 빈둥거려 점점 살이 찌고 오리는 점점 지쳐갔다.  



지칠 대로 지친 오리. 암탉들도 걱정하고 있다.

   

이를 보다 못한 농장의 소와 양과 암탉들은 어느 날 밤 모두 모였다.

“Moo!” “ Baa!” “ Cluck!”

저들끼리 달빛 아래 속삭이며 밤새도록 모의를 하는 농장 친구들. 무슨 일을 벌이려는 걸까. 

드디어 날이 밝았다.

소와 양과 암탉들은 날이 밝자마자 지난밤 모의한 것을 실행에 옮긴다. 그들은 살며시 복도를 걸어서 농부가 자고 있는 위층으로 몰려갔다. 그들은 침대에 곯아떨어진 농부를 끌어내기로 했다.

이를 알리 없는 농부는 잠결에도 “ How goes the work?”이라 소리쳤다.


동물들은 힘을 합쳐 농부를 내동댕이쳤다. 이들농부를 집 밖으로 끌어내 아예 다시 돌아오지 못하게 농장 밖으로 쫓아내 버렸다.

이 사실을 모르는 오리는 아침에 일어나 마당에 나왔을 때  “ How goes the work?” 매일 들려오던 주인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자 의아해했다. 농장 친구들은 오리에게 자초지종을 말해주었다.


이제부터 농장은 일을 하는 자들이 주인이 되었다. 동물들은 매일매일 다 같이 열심히 일했다.

(아니 그런데 왜 그전에는 오리 혼자 일하는 것을 보면서 이들은 손을 놓고 있었나.)


농부는 왜 하필 오리만 부려먹었을까.

농장에서는 오리가 가장 약하고 힘없고 말을 잘 들었겠지. 암탉은 일을 시키면 푸드덕 도망갈 것이고 소는 머리를 박으며 덤빌 것이고 양들은 꼼짝거리기 싫어 일을 시켜먹기 답답했겠지. 가장 만만하고 가장 착한 오리야 말로 부려먹기엔 안성맞춤이었을 것이다.  



이제 게으르고 횡포한 주인을 몰아낸 농장은 평화로운 공동체가 되었다. 새 세상이 되었다.

농부만 혼자서  배가 터지고 을씨년스럽고 황량하던 농장은 함께 일군 덕에 풍요로운 농장이 되었다.

모두 힘을 모아 세상을 뒤집어엎는다는 것. 혁명이 이 농장에서 일어났다.


우리는 학교에서 배웠다. 열심히 일하고 노력하면 그만큼의 대가를 얻을 수 있다고. 고진감래. 권선징악을 믿었다. 그러나 나이 들어갈수록 세상은 이러한 믿음과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요즘 이런 말을 신뢰하는 아이들이 있을까. 어린아이들도 이젠 이런 가르침에 콧방귀를 뀐다. 나쁜 짓을 하면 오히려 더 잘살고 착하면 바보 취급받는다고 말한다. 인내는 쓰고 그 열매도 쓰다.

아예 그 쓴 열매조차 기대할 수 없어 삶의 가치를 포기하는 3포 5포 10포... 포기할 것들이 기록 경신을 하는 세대. 지금 젊은이들의 현실이다. 성실히 살아도 제대로 된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 사회라면 우리는 다음 세대에게 어떤 가치를 물려주어야 할까.   


  

영국의 소설가인 ‘Martin Waddell’은 불의를 사고를 당해 집에 있게 되면서 동화작가가 되었다.

100여 편이 넘는 그의 동화는 따뜻한 이야기가 대부분이지만 『 FARMER DUCK』 은 묵직한 소재다.


세상은 판타지가 아니란다. 힘없고 백 없는 존재들이 함께 뭉쳐 거대한 힘에 대항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가. 잠시 방심하면 또 그 권력들은 호시탐탐 약자의 목을 조여올 것이다. 손뼉 치고 통쾌한 마음으로 이 책을 덮을 수 없는 무거움이 남는 그림책. 조지 오웰의 《동물 농장 》어린이 버전 같다. 눈뜨고도 보지 못하고 당하는 줄도 모르고 당하는' 빅 브라더'가 지배하는 세상. 

 

내 아이들은 나보다 더 나은 세상에서 살아가길 바란다. 완벽한 세상이 아닌 보다 나은 세상

이런 세상을 후대에 물려주는 일을 누가 하나.       

누구든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작고 힘없는 오리가 될 수 있다. 그 현실을 깨달았기에 농장의 다른 동물들은 힘을 합쳐 주인을 몰아냈다. 오리가 사라지면 다음은 내 차지가 될 수 있으므로.

우리는 내 구두코에 빗방울이 떨어져야 비로소 세상에 비가 내리고 있음을 안다.


인간의 욕망은 많이 가질수록 더 많이 차지하려 한다. 아홉 개를 가진 자가 한 개 가진 자의 것을 빼앗아 열개를 채우려고 하는 세상. 인류 역사에서 지배와 착취는 상부상조보다 우세하게 흘러왔다. 그래서 무자비한 착취를 막는 사람의 법이 있고 그 법이 좀 더 체계적으로 나은 나라가 선진국이다.

약해빠진 오리가 되지 않기 위해 보이지 않는 ‘빅 브라더’에게 당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공부하고 책을 읽고 사고한다.  우리가 사는 사회를 고민하고 관심 갖지 않으면 우리는 우리보다 못한 자에게 무력으로 지배를 받게 된다. 아이들에게 배불리 음식을 먹이는 것보다 당장 학원 보내는 것보다 이런 가르침이 천만 배 더 중요하다.

 





           

● 작가의 다른 책    

     

- Can't You Sleep, Little Bear? (1988)

- Let's Go Home, Little Bear (1991)

- You and Me, Little Bear (1996)

- Well Done, Little Bear (1999); US title, Good Job, Little Bear

- Sleep Tight, Little Bear (2005)

- Owl Babies (Walker, 1992),        


● After Reading


- 시골 할머니 댁에서 고구마 캐기

고구마 캐기 힘들다.

따끈따끈 암탉이 갓 낳은 달걀. 아까워서 어떻게 먹나.

대-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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