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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 기대되는 삶을 살아가는 것

매일 조금씩 나와 친해지기.


며칠 전, 아이 엄마 손님이 블로그를 봤다고 말씀하시며 조심스레 말을 건네셨다.

"번아웃 왔다는 거 보고 걱정돼서 그날 잠을 못 잤어요. 무슨 일 있어요?"

별일 아니라고 웃어 넘기는 내게, 손님은 자신의 이야기를 짧게 들려주었다.


"저도 정말 힘든 일이 많았어요. 지금도 야구르트 하면서 무시도 많이 받아요. 그래도 살아가고 있어요. 사장님 잘하고 있는데 왜. 괜찮아요."


이야기를 들으면서 주책맞게 눈물이 볼을 따라 흘러내렸다.

'손님 앞에서 울다니 이게 무슨 경우야..'


그런 나를 보고 내 손에 야구르트 하나를 꼭 쥐어주었다.







 최근 내게 마음의 고비가 왔었다. 하지만 이유를 명확하게 꼽기가 어려웠다. 삶에 문제가 있어서 마음이 어렵다면 문제를 풀어나가면 된다. 그런데 명확히 힘든 일이 없는데 마음이 곤두박질 치니 어떻게 마음을 해결해야할지 답이 보이지 않았다.


-

'새벽이는 마리야' 유튜브에 달린 악플들이 마음에 쌓여서 그랬을까.

최근에 생계에 대한 고민에 너무 치였나.

앞으로의 방향을 어떻게 그려야 할지 막막해서 그럴까.


아니면, 우울증 약을 임의로 끊었던 게 문제가 된걸까.





 우울이 쓰나미처럼 밀려올 때 그대로 잠겨버리면 회복할 때 악화된 상황부터 건져내기에 바빠진다.

끝 없는 어둠 속에 혼자 고립 된 것 같고 세상을 떠나야지만 이 고통이 끝날 것 같다는 생각은 절대 사실이 아니다. 분명 마음은 다시 회복될 거고, 소망이 차오를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내 일상을 지키는 것에 최선을 다했다. 아침에 눈을 뜨는 것, 일어나서 씻으러 가는 것, 가게를 여는 것. 아주 기본적인 것만 충실하기로 마음 먹었다. 잘하려고 하지 않았다. 잘할 수 있는 힘도 없었지만, 혹여나 힘에 부쳐 일상을 놓게 되면 더 깊은 동굴로 들어갈 게 뻔했다.




 열병같이 괴로운 며칠이 지나고 갑자기 한 순간에 숨통이 트였다. 고비를 넘긴 순간이었다. 끝도 없이 어두울 것 같던 마음은 책장을 넘긴 것처럼 순식간에 빛이 들어왔다. 숨을 크게 몰아쉬면서 가게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보이지 않았던 풍경들이 눈에 들어오고 귀에 맴돌던 부정적인 말 대신 새소리와 일상 소리들이 들려왔다.


 그러고 나니, 내게 한 마디씩 응원을 해주었던 사람들이 떠올랐다. 꼭 행복하게 해줄거라고 자기를 믿으라고 말하는 남자친구, 가게에 나를 혼자두면 안될 것 같다며 자리를 지켜준 이웃 단골 손님,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멘토 이모.

 나는 참 연약하다. 이렇게 약할 수 있나 싶을만큼 조각 조각 나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응원해주시는 분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함이 들었다.




 오늘은 내 생일이다.

20대의 마지막 생일을 축하하며 이웃 단골 손님이 꽃다발을 전해주셨다.

카페를 하면서 꽃을 참 많이 받았다. 예전에는 꽃다발을 받으면 그대로 말려두었는데, 이제는 선물을 받으면 화병에 옮겨 담고 향기를 누릴 수 있는 여유가 조금 생겼다.



올해 남은 시간은 나를 더 알아가고 사랑하며

받은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그렇게 내년 30대가 시작할 때는 조금 더 내일이 기대 되는 삶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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