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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원 Nov 06. 2017

우울의 지혜 2/3

심리학자 아빠가 혼자 키우는 딸에게 전하는 지혜의 서신

우울이 존재하지 않는 삶을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나요?


정답이 없는 문제였기 때문에 그럴듯한 답을 말하기가 상당히 어려웠을 거예요. 사실 우울을 한 번도 경험하지 않고 살아갈 수는 없어요. 아빠가 우울에 대한 첫 번째 편지에서 들려주었던 여러 부정적인 상황들을 모두 피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에요. 그밖에도 예상하지 못한 여러 마음 아픈 일들을 겪으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인생이기도 하고요.

사랑하는 딸이 성장을 하면서 수많은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가게 될 거예요. 그 과정 속에서 긍정적인 경험뿐만 아니라 숱한 부정적인 경험들을 마주하게 되겠지요. 그 모든 순간들을 견뎌내고 건강하게 이겨 낼 수는 없을 거예요. 때로는 흔들리고 때로는 좌절하면서 딸의 마음속에도 우울이 자리를 잡게 될 수 있어요. 이를 방치하며 살아가다가 문득 내면을 들여다보면, 어느덧 심각한 우울과 함께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수도 있어요. 

그런 상황이 되면 아무것도 하고 싶지가 않을 거예요. 한없이 축 처지고 그저 이 세상을 떠나고 싶은 생각이 들게 될 수 있어요. 우울이 마음의 지배자가 되면서 절망이 가득해지고 도저히 벗어날 방법이 없다고 여기게 될 수 있어요. 하지만 지금부터 하는 말을 꼭 마음속에 담아두기를 바라요. 먼 미래에 사랑하는 딸이 우울해지는 순간에 이 말을 꼭 떠올렸으면 좋겠어요. 


"우울에 빠진다고 해도 얼마든지 다시 행복해질 수 있어요."


우울이 결코 행복한 삶의 마지막을 의미하지는 않아요. 우울이 시작되었다고 해서 다시는 벗어날 수 없는 끔찍한 우울의 레일을 계속 달려야 하는 것은 아니에요. 얼마든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어요.


그렇다면 삶에 우울이 찾아왔을 때 다시 행복해지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할까요?


자신의 삶의 모습을 이해하고, 어떤 마음의 문제를 지니고 있는지 깨닫고, 아픔을 다독이기 위한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고 흔히들 대답할 거예요. 이를 위해서는 전문적인 조력을 얻을 수 있어야겠지요. 심리상담, 한방 치료, 정신과 치료 등을 통해서 도움을 받을 수 있어요. 각각의 접근은 치료 방법과 기간, 부작용의 정도, 의료보험, 정신과 진료 기록 여부 등에서 차이가 있어요. 그 장단점을 명확히 알고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것을 선정해야 해요. 심리검사와 임상 면접 등을 통해서 자신의 현재 상태를 정확히 알고, 자신의 행복과 사랑하는 사람의 행복을 위해서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우울에 대한 치료나 상담을 받는 것은 감기의 치료처럼 단순하지가 않아요. 사실 우울한 사람에게는 병원이나 클리닉까지 가는 것 자체가 굉장히 불편하고 고된 일이에요. 그곳에서 만난 이들에게 오히려 마음의 상처를 받는 경우도 있어요. 꾸준히 약을 복용하고 정기적으로 방문해서 상담을 받아야 하기에 더욱 힘겹지요. 더군다나 치료를 받는다고 혼자 힘으로 쉽게 우울을 극복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에요.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빠른 변화가 나타나지 않아 마음이 더 불편해지거나 치료를 포기할 수도 있어요. 다시 행복해지기까지의 과정이 결코 순탄하지 않고 긴 시간이 소요될 수 있지요. 


그렇기 때문에 우울을 이겨 내기 위해서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은 긍정적인 에너지를 꾸준히 획득하는 것이에요.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변화시키는 기간 동안 사용할 에너지가 끊임없이 공급되어야 해요. 긍정 에너지가 있기에 무기력한 와중에 병원이나 상담소를 찾아갈 수 있어요. 또한 포기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상담을 받거나 약을 복용할 수도 있지요. 그리고 생각과 행동을 바꾸며 다시 행복해질 수 있어요. 만약 몸과 마음을 움직이기 위한 연료 자체가 부족하다면, 우울에서 벗어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거예요.

우울하다는 것은 곧 긍정 에너지가 부족하거나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를 의미하기도 해요. 우울이 시작되었다는 것은 행복한 삶을 위한 긍정적인 에너지의 활용에 문제가 발생했다는 신호이기도 하지요. 온갖 고난들을 겪고 버텨내며 이미 많은 양을 사용해서 그럴 수 있어요. 어쩌면 마음속 어딘가에 에너지가 존재하지만 여러 이유들로 인해서 찾지 못하고 있을 수도 있지요. 혹은 큰 상처를 얻은 일들을 경험하면서 긍정 에너지를 찾는 것을 포기하게 되었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우울하다고 해서 언제나 그런 바람직하지 않은 상태에 그대로 머무르게 되는 것은 아니에요.


이미 사용한 긍정 에너지의 회복과 남아있는 긍정 에너지의 발견은 우울한 상태에서도 충분히 가능해요. 진심으로 서로를 위하며 함께하는 사람이 있을 때 그 과정은 훨씬 수월해질 거예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우울을 이겨내야겠다는 마음이 에너지를 충전시킬 수 있어요. 자신을 아끼고 사랑해주는 가족의 응원이 긍정적인 에너지가 될 수도 있지요. 혹은 의사나 상담사의 정성이 부족한 긍정 에너지를 채울 수도 있어요. 어떻게 보면 그 에너지를 얻기 위해서 혹은 에너지를 회복하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서 병원이나 클리닉을 방문하는 것이기도 해요.

꼭 기억해야 하는 것은 우울이 심해질수록 사용할 수 있는 긍정 에너지가 점차 줄어들고 또한 남아 있는 에너지를 비효율적으로 다루게 된다는 사실이에요. 우울함을 견디다 못해 그나마 남아있던 에너지를 급격하게 소모해 버리고 더욱 심각한 빈곤 상황에 처할 수도 있어요. 중요한 것은 긍정 에너지가 적어질수록 다시 회복하기가 어려워진다는 것이에요. 그리고 완전히 소진된 경우에는 돌이키기 어려운 상황이 되어있을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우울을 느끼고 있음을 알게 되는 그 순간부터 우울을 이겨내기 위한 노력이 시작되어야 해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괜찮아질 것이라는 생각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어요. 몸과 마음이 힘겨운 지금 이 순간만 넘기면 이후에는 아무렇지 않게 예전의 밝은 모습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 절대 아니에요. 기존 긍정 에너지의 손실을 줄이고, 새로운 긍정 에너지를 만들어내기 위해서 조금이라도 더 빨리 적절한 대처가 이루어져야 해요. 


"망설이지 말고 바로 그 순간에 가능한 빨리"


이 말을 꼭 마음속에 넣어두었으면 좋겠어요.


우울을 느끼고 있음을 알게 되었을 때 무엇을 가장 먼저 해야 할까요?


한 번 곰곰이 생각해보면 좋겠어요. 미리 준비를 해둔다면 자신이 그 상황에 놓이게 되었을 때 한결 손쉽게 대응할 수 있을 거예요. 사랑하는 딸에게 우울이 찾아왔을 때 무엇을 가장 먼저 하고 싶은지 자신만의 답을 들려주면 좋겠어요. 다음 편지에서 아빠의 생각을 들려줄게요. 오늘도 사랑해요. 아빠 딸로 태어나서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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