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자 아빠가 혼자 키우는 딸에게 전하는 지혜의 서신
사랑하는 딸의 마음에 우울이 찾아왔을 때 현명하게 대처하기 위해서 제일 먼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생각해 보았나요?
안타깝게도 많은 이들이 자신이 우울하다는 것을 모른 채로 세상을 살고 있어요. 그렇게 시간이 흐를수록 상태가 악화되는 경우가 많지요. 사실 우울이 무엇인지 우울하면 자신에게 어떤 일이 생기는지를 알지 못하고 우울이라는 말을 사용하기도 해요. 따라서 일단 필요한 것은 자신이 우울할 때 몸과 마음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 가를 아는 것이에요.
우울하거나 가라앉은 기분이 들고 일상생활에서 흥미나 즐거움을 잃었을 때,
식욕과 수면욕이 과도하게 증가되거나 줄어들었을 때,
피로가 넘치고 집중을 하기가 어려울 때,
죽음에 대한 생각이 떠나지 않을 때,
이러한 여러 우울의 증상들이 처음 나타나는 순간에 많은 이들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넘길 수 있어요.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이런 것들은 나 혼자 이겨낼 수 있어.'
'다른 사람한테 말하면 괜히 걱정만 시킬 거야.'
'나에 대해서 말해봤자 오히려 나쁜 소리만 듣게 될 거야.'
그렇게 참으며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얘기하지 않고 혼자 짊어지고 살아가기가 쉬워요.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요. 하지만 시간이 항상 약이 되는 것은 아니에요. 우울을 방치하면서 지내다가 어느새 삶의 모든 영역이 엉망이 되어 고통을 겪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수도 있어요.
"우울해요. 도와주세요."
우울함을 알았을 때 꼭 해야 하는 것은 자신의 상태를 전하고 도와달라고 말하는 거예요. 불이 났을 때나 사고가 났을 때처럼 다른 이들에게 알리고 도움을 청해야 해요. 혼자서 숨기고 해결하려고 하다가 증상이 악화되고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나빠질 수 있어요. 자신의 생명을 잃게 되거나 타인에게 끔찍한 해를 끼칠 수도 있어요. 자기 자신,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들, 의사나 상담사가 들을 수 있도록 말을 해야 해요. 도와달라는 말 한마디가 우울을 이겨 내고 행복으로 나아가기 위한 출발점이 될 수 있어요. 그리고 따뜻한 관심과 조력으로 우울을 극복하기 위한 긍정 에너지를 회복할 수 있어요.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긍정 에너지가 한번 채워진다고 해서 계속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에요. 우울한 사람에게 한 번 사랑을 표현하고 응원을 한다고 해서 그 사람의 삶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은 아니에요. 상대방이 순식간에 행복해지는 것도 아니고 우울을 완전히 극복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에요. 긴 여정을 위해서 필요한 에너지가 오랜 시간 동안 끊임없이 보충이 되어야 해요.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서 자기 자신이 스스로 그 에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어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거예요. 서로를 아끼는 가족들, 자신의 마음을 이해해주는 친구들, 그리고 진심으로 함께하는 의사나 상담사가 모자란 에너지를 충족시켜 줄 수 있어요. 그들에게 손을 내밀고 도움을 청해서 함께 할 수 있다면 우울에 잡아 먹혀서 삶을 포기하지는 않을 거예요. 그리고 마음의 소리를 진심으로 경청하고 공감해줄 수 있는 사람들과 자신이 함께하고 있음을 끊임없이 느낄 때 비로소 삶에 변화가 생길 거예요. (경청과 공감에 대해서는 아빠가 다른 편지에서 자세히 들려줄게요.)
우울한 순간에 어쩌면 세상에 자기 혼자 뿐이고 아무도 자신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자신이 전혀 상상하지도 못했던 이들이 아픔을 함께하며 도움을 주기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할 수도 있음을 기억했으면 해요. 첫 번째 편지에서 홀로 아이를 돌보며 우울로 고통받던 분이 아빠에게 들려준 말을 남길게요.
"아무도 제게 관심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아이와 함께 죽어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것 같았어요. 상상도 못 했어요. 아무 조건 없이 저를 걱정해주고 챙겨주는 분이 세상에 있을지. 아무것도 드린 게 없는데 이렇게 제 이야기를 들어주시고 저와 아이에게 힘과 사랑을 주셔서 감사해요. 이렇게 마음을 받고 있는데 그만큼 더 열심히 살아야 할 것 같아요."
사랑하는 딸은 우울과 만나는 순간에 어떻게 하게 될까요?
우울한 인생만을 살아가도록 정해진 사람은 세상에 없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삶에서 우울을 완전히 피해갈 수는 없을 거예요. 인생이라는 길이 평탄하지 않기에 중요한 순간에 우울이라는 구덩이에 빠져 고난을 겪고 방향을 잃을 수 있어요. 때로는 최선의 길을 찾지 못해서 방황할 수도 있고, 때로는 방향을 알더라도 앞으로 나아갈 힘을 상실해서 일시적으로 주저앉을 수도 있어요. 그때 혼자서 해결하려고 하다가 우울에 더 깊숙이 빠지면, 그곳에서 벗어나기가 굉장히 어려울 거예요. 멈추지 말고 변화를 위해 필요한 에너지를 만들기 위해서 한 걸음을 나아갔으면 좋겠어요.
사랑하는 딸이 우울을 느끼게 되는 순간에 혼자 참고 버티려고 하지 않기를 바라요. 우울은 감추어야 하고 혼자서 감내해야 하는 것이 절대 아니에요. 우울하다고 무조건 자신을 해치거나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에요. 사랑하는 딸이 어떤 마음인지 전하고 도와달라는 말을 하기를 바라요. 그 대상이 아빠가 아니어도 괜찮아요. 사랑하는 딸을 진심으로 아끼고 함께할 수 있는 사람에게 꼭 그 말을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어쩌면 꽤 심각한 정도의 증상들을 경험할 때 비로소 우울을 알아차리게 될 수도 있어요. 그렇게 힘겹고 세상을 떠나고 싶을 때도 혼자 끙끙 앓지 말고 그 마음의 소리를 들려주면 좋겠어요. 스스로 자신을 아끼는 마음을 잃지 말고 아빠가 전한 사랑을 기억하면서 도와달라고 내 마음의 소리를 들어달라고 얘기해주면 좋겠어요. 스스로 그 한걸음을 걸어나갈 수 있다면 그만큼 빨리 우울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예요. 웃음을 되찾고 몸과 마음이 건강해질 수 있을 거예요. 사랑하는 딸은 절대 혼자가 아니에요. 아빠가 항상 응원할게요. 오늘도 사랑해요. 아빠 딸로 태어나서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