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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원 Nov 01. 2017

자존감의 지혜 2/3

심리학자 아빠가 혼자 키우는 딸에게 전하는 지혜의 서신

과거의 모습이 마음속에 남아 자신을 괴롭히고 자존감을 낮출 때 무엇을 하면 좋을지 생각해 보았나요?


어떤 분은 마치 컴퓨터 파일을 삭제하는 것처럼 과거의 모습을 지워야 한다고 대답할 거예요. 지난 편지에서 아빠가 만났던 분은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과거의 모습을 어떻게든 지우고 싶다고 말하더군요. 그렇게 해야만 마음 편하게 세상을 살 수 있다고 여기고 있었어요. 하지만 마음속에 있는 자신의 과거 모습을 지우는 것은 결코 정답이 될 수가 없어요.


싫은 기억이나 끔찍했던 기억을 영원히 없애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하지만 아무리 지우려고 해도 쉽게 사라지지가 않고 더 큰 고통을 야기하지요. 오히려 지우려고 하면 할수록 더 선명하게 떠오르기만 할 뿐이에요. 이때 적극적으로 시도해야 하는 것은 과거의 모습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모습이 마음속에 만들어 놓은 신념과 심상이 무엇인지를 찾는 것이에요. 이를 위해서는 우선 자신의 마음속에 남아있는 과거의 모습을 이해해야 해요. 그리고 그 모습이 어떤 부정적인 글을 쓰고 부정적인 그림을 그려오면서 지금 자신의 가장 핵심적인 신념과 심상을 형성한 것인지를 알아야 해요. 마지막으로 부정적인 신념과 심상을 건강한 신념과 심상으로 바꿀 수 있어야 하겠지요.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내면에 어떤 신념과 심상이 자리 잡고 있는지도 모른 채 살아가고 있어요. 하지만 이를 찾아내고 변화시켜서 얻게 된 새로운 신념과 심상을 통해 세상과 마주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세상이 다르게 보이고 다른 삶을 살 수 있게 될 거예요. 


아빠가 만났던 분은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직업과 수려한 외모를 지니고 있었어요. 그분과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그분의 그런 빼어난 모습을 선망하고 있었지요. 하지만 정작 자신은 전혀 마음이 편하지가 않았어요. 다른 모든 이들이 현재의 멋진 모습을 바라보고 있을 때, 자기 혼자만 과거의 뚱뚱하고 못생기고 가난한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아니 정확히 말하면 과거의 모습이 처음 만들어 냈던 신념과 심상에 사로잡혀 헤어나지 못했고, 그러한 부정적인 신념과 심상을 계속해서 강화시키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내 진짜 모습을 알면 아무도 나를 좋아하지 않을 거야"

"내 과거 모습을 보면 모두 지금의 나를 욕하고 떠나갈 거야"

"내가 완벽한 모습을 보여야만 사랑받을 수 있을 거야"


그분의 마음속에 있는 자신에 대한 글들은 지금 현재의 자신이 전혀 반영되지 못한 상태였어요. 현재의 자신의 모습이 힘을 쓰지 못하고 여전히 과거 학창 시절의 자신이 주도권을 지니고 있었어요.


"달리다가 운동장 바닥에 넘어진 뚱뚱하고 못생긴 자신을 바라보며 비웃는 사람들"

"잘생기고 예쁜 수많은 사람들이 짝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혼자만 외롭게 남아있는 못난 자신의 모습"


그분의 마음속에 그려진 자신에 대한 그림들도 현재의 자신이 포함되어 있지를 않았어요. 여전히 과거 학창 시절의 자신의 모습이 비운의 주인공 역할을 하고 있었어요.


수많은 경험들을 거치면서 마음속에 적어오고 그려왔던 부정적인 글들과 그림들은 모여서 "나는 못난 사람이야"라는 신념과 "이 세상에 혼자뿐인 자신의 모습"이라는 심상을 만들었어요. 그러한 바람직하지 못한 신념과 심상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기에 세상이 결코 밝고 아름답게 다가오지가 않았어요. 과거의 모습과 부족함을 숨기고 혼자가 되지 않기 위해 발버둥을 치며 살아가야 하는 고통스러운 장소에 불과했지요. 

그분은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혼자서 자신의 고통을 이겨내려고 했어요. 괴로움을 극복하기 위해서 자신의 내면에 있는 과거의 모습을 지우려고 하면서 외면에 더욱 집착하기 시작했어요. 더 보기 좋은 겉모습을 지니고, 더 괜찮다는 소리를 듣고, 더 많은 것을 갖기 위해서 노력했지요.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외면을 꾸미면 꾸밀수록 오히려 내면의 모습과는 차이가 벌어졌어요. 그리고 아픔과 불안은 더욱 커져만 갔어요. 타인이 보는 자신의 모습과 스스로가 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의 차이가 커질수록 불안은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났고 자존감은 낮아졌어요.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을 알면 알게 될수록 불안이 증가하는 정도와 자존감이 하락하는 정도는 더욱 커지게 되었지요. 아무리 몸부림을 치고 가진 것이 많아져도 삶의 고통은 변함이 없었고 행복하지가 않았어요.


그분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단순히 현재 자신의 모습을 더욱 보기 좋게 만드는 것은 분명히 아닐 거예요. 아빠가 얘기했던 것처럼 자신의 신념과 심상을 바꿀 수 있어야 했겠지요. 하지만 그 방법이 적절하지는 않았어요. 무엇이 그분의 삶을 더욱 불행하게 만든 것인지 생각해보고, 사랑하는 딸이라면 같은 상황에서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 들려주면 좋겠어요. 아빠의 생각은 다음 편지에 들려줄게요. 오늘도 사랑해요. 아빠 딸로 태어나서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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