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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원 Nov 02. 2017

자존감의 지혜 3/3

심리학자 아빠가 혼자 키우는 딸에게 전하는 지혜의 서신

자신의 부정적인 신념과 심상을 건강하게 변화시키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나요?


많은 사람들이 착각을 하는 것이 있어요. 내 안에 존재하는 신념과 심상이기에 나 혼자서 그것들을 충분히 원하는 방향으로 수정할 수 있다고 믿어요. 그리고 혼자서 끙끙 앓으면서 좋은 생각을 해보려고 하고, 좋은 모습을 떠올려 보려고 하지요. 하지만 자신의 부정적인 신념과 심상들이 어떻게 형성된 것인지를 다시금 찬찬히 따져 본다면 생각처럼 혼자서 쉽게 바꿀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될 거예요.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하는 신념과 심상은 분명 내 안에 있는 나 자신의 것이에요. 하지만 그 신념과 심상이 만들어진 과정을 살펴보면 수많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비롯된 것임을 확인할 수 있어요. 다른 이들과 함께 나누었던 말과 행동을 통해서 끊임없이 다듬어지며 지금의 신념과 심상이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이지요. 아마도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의 대화를 나누고, 자신에게 부정적인 행동을 하는 타인의 모습을 보고 느껴왔을 거예요. 그 과정에서 삶을 힘겹게 만드는 비합리적인 신념과 심상이 나타나게 되지요. 그런 신념과 심상을 혼자서 뜯어고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에요. 처음 만들어졌을 때처럼 함께 할 수 있는 누군가가 필요하지요. 하지만 이번에는 바람직한 방향의 대화와 긍정적인 행동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과 함께하며 건강한 신념과 심상을 만들어가야 해요. 


그런데 어떤 이가 그렇게 건강한 피드백을 제공해 줄 수 있을까요?


매우 특별한 누군가만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에요.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 소중한 가족, 마음을 보여줄 수 있는 친구나 동료, 신뢰할 수 있는 선생님 등 자신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모든 이들이 새로운 신념과 심상을 만들어 줄 수 있어요. 그들 중 한 명이라도 따뜻하고 진심 어린 피드백을 제공해준다면 마음속에 새로운 글을 쓰고 새로운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거예요. 그렇게 상대방이 나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배려하면서 들려주고 보여주는 말과 행동을 지속적으로 한결같이 경험한다면, 마음속의 부정적인 신념과 심상을 바꾸는 것이 그리 어렵지만은 않을 거예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많은 이들이 자신에게 긍정적인 신념과 심상을 만들어주는 이들과 함께 생활하지 못하고 있어요. 건강한 피드백을 줄 수 있는 그들의 가치를 알지 못하고 자신의 마음속의 글과 그림들을 숨기며 거리를 두고 살아가고 있지요. 오히려 비합리적인 신념과 심상을 자극하고 더욱 악화시킬 수 있는 사람들에게 자신도 모르게 더 가깝게 다가가며 살아가기도 해요. 자존감에 대한 첫 번째 편지두 번째 편지에서 말했던 분이 그런 분이었어요. 자신의 내면에 있는 과거의 모습, 마음속의 글과 그림을 보이는 것이 두려워 꽁꽁 싸서 숨기고 있었어요. 건강한 피드백을 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에게도 보여주지 않고 있었어요. 겉모습에 대한 관심과 칭송이 독이 됨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사항들에 얽매여 사는 사람들만을 찾고 있었어요. 당연히 상황은 점점 악화될 수밖에 없었지요.

자신이 가진 것들을 보이지 않고 숨기면서 건강한 신념과 심상을 지니게 될 수는 없어요. 자신을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내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해요. 자신의 내면에 과거의 어떤 부정적인 모습이 있는지, 마음속에 어떤 해로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며 살아왔는지, 지금 어떤 합리적이지 못한 신념과 심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지 들려주고 보여주어야 해요. 그리고 새로운 글과 그림을 만들어보고 사랑하는 이들에게 확인을 해보아야 해요. 그때 상대방이 전해주는 온기가 가득 담긴 말과 행동이 긍정적인 변화를 위한 에너지가 될 거예요. 그러한 과정들이 꾸준히 반복되면서 어느새 자신도 행복한 신념과 심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음을 느끼게 될 거예요.


어떤 이들의 경우에는 바람직한 피드백을 제공해줄 수 있는 사람이 주위에 한 명도 없을 수도 있어요. 부정적인 신념과 심상을 강화시키는 사람들만이 존재할 수도 있지요. 그런 경우에는 자신의 상황을 이해하고 마음을 공감해줄 수 있는 의사나 상담사를 만나야 해요. 새로운 사람에게 자신의 속내를 보이기가 두려울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들과 함께 하는 시간은 충분히 가치가 있을 거예요. 그 시간 동안 행복한 삶을 위해서 필요한 것들을 얻을 수 있을 거예요. 자신의 내면이 어떤 모습인지 이해하고, 자신이 어떤 심상과 신념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어요. 심상과 신념을 수정하는 방법을 배우고 함께 변경할 수도 있지요. 


사랑하는 딸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요?


시간이 흐르고 사랑하는 딸이 성장했을 때, 긍정적인 신념과 심상을 지니지 못한 채 세상을 살아가고 있을 수도 있어요.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서 자신의 부정적인 신념과 심상을 그대로 유지하며 살아가기를 원할 수도 있지요. 만약 그렇다면 자신에게 고통을 주는 상황을 최대한 피하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해야 해요. 불안을 유발하는 상황을 회피하는 방법을 통해서 일시적으로 마음의 안정을 되찾을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이는 행복한 삶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는 못하겠지요. 현재의 불안과 아픔을 지니고 끊임없이 도망치며 살아가야 할 거예요.

한 번 형성된 신념과 심상을 다시는 바꿀 수 없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 순간에 떠올려주면 좋겠어요. 살아가며 하는 새로운 경험을 통해서 신념과 심상은 얼마든지 수정이 가능하다는 것을 기억하기를 바라요. 건강한 신념과 심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면 불안과 회피의 고통에서 벗어나서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어요. 물론 그 과정이 결코 간단한 것은 아니에요. 자신이 갑자기 바꾸려고 한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변경되는 것이 아니지요. 지금 지니는 부정적인 신념과 심상을 만들어 온 시간만큼의 오랜 시간과 꾸준한 노력이 동반되어야 할 수도 있어요. 그 시간 동안 아픔을 나누고 변화를 위한 용기를 얻을 수 있도록 함께 할 수 있는 사람도 필요하지요. 

사랑하는 딸이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아빠는 그 선택을 존중할 거예요. 사랑하는 딸이 자신의 신념과 심상의 변화를 원하지 않더라도 그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할 거예요. 자신의 신념과 심상의 변화를 원한다면 그 방법을 전해주고, 그 과정을 함께할 거예요. 항상 아빠가 응원하고 있음을 잊지 않았으면 해요. 


아빠는 사랑하는 딸이 상대방의 마음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공감하며 건강한 피드백을 주는 사람으로 성장했으면 좋겠어요. 의사나 상담사가 되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에요. 주변 사람들에게 건전한 피드백을 제공하는 상대방의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요. 사랑하는 딸과 함께 하는 사람들이 긍정적인 신념과 심상을 지니도록 힘이 되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해요. 그렇게 성숙하게 살아가는 과정에서 사랑하는 딸의 마음속에도 빛나는 신념과 심상이 만들어지게 될 거예요. 하지만 절대 강요하지는 않을 거예요. 약속할게요. 그저 아빠가 그렇게 살아가는 모습을 꾸준히 보여주기만 할게요. 선택은 사랑하는 딸의 몫이에요. 오늘도 사랑해요. 아빠 딸로 태어나서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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