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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원 Nov 05. 2017

불안의 지혜 2/3

심리학자 아빠가 혼자 키우는 딸에게 전하는 지혜의 서신

불안을 다루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았나요?


사실 이미 우리 모두는 그 답을 알고 있어요. 불안을 경험하는 상황에서 모든 사람은 각자 자신만의 방법으로 그 불안을 다스리고 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의식적으로 행하는 것이 아니기에 그 방식을 말로 표현하기는 어려울 수 있어요. 어쨌든 중요한 것은 자신이 어떤 방식으로 불안을 적절하게 관리하며 살아가고 있는지를 아는 것이에요. 긍정적인 방식을 사용한다면 더욱 발전시켜야 할 것이고, 부정적인 방식을 사용한다면 바람직한 방식으로 바꿔야 하겠지요. 이때 자신의 불안 처리 방식을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먼저 불안이 어떤 가치를 지니는 것인지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해요. 


많은 이들이 불안을 부정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소멸시키기 위해서 아등바등하며 살아가고 있어요. 삶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고, 없으면 더 편하게 세상을 살아갈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면서요. 하지만 불안은 완전히 없앨 수도 없을뿐더러 발전적인 삶을 위해서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예요. 사람은 관계에서 벗어난 삶을 살거나 아무런 활동 없이 살아갈 수가 없기에 누구나 마음속에 불안을 지닐 수밖에 없어요. 다른 사람들과 만나거나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 놓이는 것은 자연스럽게 불안을 야기하지요. 친숙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환경이더라도 그들과 그곳에서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서 불안을 경험하게 돼요. 그러한 대인 관계 상황 혹은 수행 상황에서 발생하는 불안은 쓸모없거나 자신을 괴롭히기 위한 것이 아니에요. 타인과의 관계나 수행 상황에서 자신의 말과 행동을 적절하게 조율하게 만드는 에너지를 부여하지요. 불안을 느끼기에 준비를 하게 되고, 변화를 하게 되고, 발전을 할 수 있는 것이에요. 불안이 없다면 그러한 단계들이 진행되지 않을 거예요.


물론 때로는 불안이 삶을 고단하게 만들기도 해요. 그렇지만 그것은 불안이 원래 나쁜 것이어서가 아니에요. 자신이 사용하는 방식이 불안을 효율적으로 다루고 있지 못하거나 아니면 도저히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자신이 불안을 과하게 느끼기 때문이지요. 앞에서 말한 것처럼 불안은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공생의 관계예요. 건강하고 발전적인 삶을 위해서 필수 불가결한 존재이지요. 그렇기에 불안을 소멸시키려는 시도를 할 것이 아니라 적절하게 활용하고 처리하기 위한 방법을 깨우치도록 부단히 노력해야 해요. 이를 위해서 자신이 현재 어떤 방법으로 불안을 다루며 살아가고 있는가를 이해해야 하지요.


사람들이 불안을 다스리기 위해서 사용하는 행동 양식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 것 같은가요?


사람은 누구나 문제 상황에서 발생하는 불안을 처리하는 자신만의 행동 양식을 보유하고 있어요. 어떤 성격을 지니고 있고, 어떤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왔고, 어떤 환경에서 자라왔는지 등에 따라 다른 행동 양식을 가지게 되지요. 그렇기 때문에 같은 상황에 있다고 하더라도 사람마다 전혀 다르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게 돼요.

불안을 다루는 행동 양식은 수없이 많은 유형이 존재해요. 어떤 이는 자신의 불안을 해소하고자 자신보다 약한 타인을 괴롭혀요. 어떤 이는 상대방의 반응을 보거나 듣지 않고 소리 지르며 자신이 원하는 말만을 해요. 어떤 이는 불안을 야기하는 요인들을 자신도 모르게 억지로 억누르며 거짓으로 괜찮은 척 살아가지요. 불안을 유발하는 상황에 더 이상 관여하지 않기 위해 관련된 사람들과의 모든 연락을 끊는 이들도 있어요. 이와는 다르게 불안해하는 타인을 돌보는 방법을 통해서 자신의 불안을 해소하는 이들도 존재해요. 자신이 경험하게 될 대인 관계 상황이나 수행 상황을 세부적으로 예상해 보고 미리 불안을 경험해보는 사람도 있어요. 불안을 유발하는 대상이 누구냐에 따라서 한 사람이 앞에서 말한 다양한 기제들을 복합적으로 사용하기도 하지요.


이러한 다양한 행동 양식들이 의식의 지배하에 계획적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에요. 선천적인 요인과 후천적인 요인들의 영향을 받아 무의식적으로 형성이 된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어떤 행동 양식을 지니고 있는지를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저 세상에 적응하기 위해서 자신도 모르게 자신에게 가장 적절한 행동 양식을 습득하게 된 것이지요. 그리고 문제 상황에 처하면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행동 양식을 사용해서 불안을 다루면서 살아가게 돼요. 그리고 그러한 상황들이 반복되면서 자신의 행동 양식에 더욱 익숙해지게 되지요.


이처럼 행동 양식은 무의식적으로 형성되고 지속적으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 양식의 경우에도 변경하기가 쉽지 않아요. 하지만 자신의 행복과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의 행복한 삶을 원한다면 부정적인 행동 양식을 변화시키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 노력해야겠지요. 

긍정적인 행동 양식을 새롭게 습득하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이 어떤 부정적인 행동 양식을 사용해 왔는지를 알아야 해요. 문제 상황에서 무의식적으로 어떻게 말하고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확인해야 하는 것이지요. 그다음에는 바람직한 행동 양식을 연습하고 문제 상황에서 의식적으로 꾸준히 사용하며 불안을 다스려야 해요. 이때의 바람직한 행동 양식은 이미 자신이 가지고 있었지만 적절하게 활용하지 못했던 것일 수도 있고, 새롭게 배우고 익힌 것일 수도 있겠지요. 그리고 포기하지 않고 그 과정을 꾸준히 되풀이할 때 점점 변화하는 자신을 만날 수 있을 거예요. 물론 하루아침에 가능한 일은 아니에요. 오랜 시간 동안 특별한 행동 양식을 길들여왔던 만큼 변화를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요. 그리고 자신의 행동 양식을 찾고 수정을 하는 과정을 함께 할 사람이 필요해요. 


그렇다면 이런 어려운 과정을 거치지 않고 건강한 행동 양식을 얻는 가장 좋은 방법이 무엇일까요?


사랑하는 딸이 생각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아빠에게 들려주면 좋겠어요. 사랑하는 딸도 아빠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해요. 아빠의 생각은 다음 편지에서 말해줄게요. 힌트는 이미 아빠가 적어 놓은 내용 안에 담겨있어요. 오늘도 사랑해요. 아빠 딸로 태어나서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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