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병 속의 작은 새

by 차거운

작은 새 한 마리 학교 유리벽에 머리를 부딪고

떨어져 좌선 중이다

'이 뭣고' 화두를 들고

투명한 기억의 통로는 막혔고

솟구치는 시간의 와류에 휘말려

양력을 잃고

떨어지는 마음들에는

아직 여물지 않은 전생의

흔적이 있어

불러도 떠오르지 않는 이름의 퇴적층

이도야 나오너라 부르면

이산아 나오너라 부르면

미카엘 대천사가 어린 아이의 모습으로

라파엘 대천사가 어린 아이의 모습으로

나와 투명한 유리병 너머로

물끄러미 세상을 내다본다

새가 있던 자리는 텅 비었고

간유리 같은 마음도 투명하게 사라지는

시월의 어느 해맑은 오후

희미한 새 발자국 두 개

희망의 낙인으로 남았다


* 이 시는 동료 교사의 쌍둥이 아들의 세례식 대부를 서게 된 것을 계기로 쓴 시인데 아이들의 이름과 세례명이 이 시에 반영되어 있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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