숱한 봄을 맞이하고도
나의 마음에 잎 하나 못 피웠구나
숱한 햇살을 받고도
내 삶의 가지는 앙상하였구나
숱한 낙엽을 밟으면서도
나 버릴 것 제대로 못 버렸으니
숱한 눈발 속을 뛰어 다니고도
나 하나의 희망도 간직하지 못했었구나
그리하여 모든 초목들
한 줄기 바람에 팽팽하게 일어나
세상의 슬픔을 몰아낼 때에도
나 그렇게 목석처럼 굳었었나니
씨앗 하나 그리고 봄 한 철이면
오래 해묵은 절망들
사라지리라는 것을 미처 몰랐으니
모든 것이 내 안에 이미 있다는
그 엄청나게 단순한 기쁨을 몰랐었구나
진정 어리석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