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레선생의 남도 순례기

- 2024년 6월 14일

by 차거운

울릉도에 다녀온 지 2주 정도 지나서 목포에 가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 퇴직 전 직장의 행정실 정00 과장의 결혼식이 6월 15일 목포 예술웨딩컨벤션에서 1시에 있다는 사실을 이미 두 달 전부터 알고 있었기에 결혼식에 참석하는 것을 전제로 하여 목포 근처 진도, 신안의 연륙도 들을 돌아보는 계획을 세우게 되었다. 퇴직한 몸이 되니 돈은 없어도 시간적인 자유로움이 이 삶의 최대 장점이 되었다. 이 점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자각하게 되었고 또 그렇게 하는 것이 생활의 지혜도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그간의 여정을 통해서 체득하게도 되었기 때문에 최대한의 효율성을 담보할 수 있는 여정과 방법을 찾으려고 고심하게 된다. 퇴직 직후의 상대적인 경제적 여유가 이제 조금씩 사라지는 초조함도 없지 않으나 욕심을 과하게 부리지 않기로 한다. 사람은 자신에게 주어진 처지에 맞게 살아가려는 자세와 지혜로운 처신이 요구된다. 안분지족(安分知足)! 잊지 말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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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이후의 생활을 가만히 되돌아보니 내게는 상당히 강력한 역마살이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런 기질을 억누르고 살아왔으니 그간 알게 모르게 왜 심신이 힘들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싶다. 새삼 생각건대 사람은 자신의 성향에 맞게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지난번 울릉도에서 독도 다녀올 때 멀미를 하면서 부대낀 부분이 남고 여독이 채 풀리지 않은 것 때문인지 집사람은 감기 기운이 다소 있고 밤에 잠을 설친 부분도 영향을 주어서인지 몸이 개운해 보이질 않는다.

아침 6시 20분쯤 출발하니 서울을 빠져나가는 게 예삿일이 아니다. 중부고속도로를 따라 호법에서 영동, 다시 중부내륙고속도로에 올라 천안 군산 간 고속도로를 탔다. 광주에서 무등산 자동차 야영장이 있는 도원까지 이르는 구간이 다소 복잡하게 이어져 도원 자동차 야영장에 도착하니 11시 30분이 좀 넘은 것 같다. 입실 시간이 좀 남았음에도 입영 허락을 받아 텐트 치는 자리에 가장 가까운 주차선에 대고 바로 루프탑 텐트를 열어 펼치고 그늘막 텐트를 쳐서 자리를 깔고 쉬라고 하니 집사람은 몸이 좋지 않고 간밤에 잠을 설쳐 졸린지 한참을 잔다. 의자를 설치하고 그늘막용으로 플라이를 쳐서 자리를 잡고 보니 햇볕이 살인적으로 내리쬔다. 원래는 무등산 등산을 바로 할 생각이었으나 아내의 상태가 그럴 만하지 못해 가지고 간 금요일자 신문을 읽으면서 기다렸다. 작고 저렴한(?) 자동 설치 방식의 텐트이지만 요긴하게 잘 써먹고 있다. 이번에 아이스박스를 좀 큰 것으로 교체를 했다. 66리터 정도. 지난번에 쓰던 것과 비교하니 용량이 거의 3배 정도 차이가 난다고 한다. 아내의 만족도가 높다. 냉장고, 아이스박스 교체. 이 모든 것이 예상하지 못한 추가적인 지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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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아내가 어느 정도 몸을 추스르고 나서 식사를 하고 주변을 돌아보면서 도원 야영장의 시설과 분위기를 살펴보니 산자락 깊숙이 들어와 있어서인지 아늑하고 주차장과 급수대, 화장실이 분산적으로 잘 배치되어 있어 사용 편의성이 좋은 편이다. 그리고 규모가 아주 크지는 않은 것 같으면서도 관리가 꾸준히 잘 되고 있어 광주, 화순 등 근처의 주민들에게는 좋은 쉼터가 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사방에서 들려오는 전라도 방언의 그 미묘한 질감을 느낄 수 있는 기회도 되었다. 우리나라는 그리 넓은 국토가 아님에도 언어적으로 방언이 드러내는 언어적 질감의 차이가 아주 흥미롭다. 전공이 그렇다 보니 또한 관심이 더 생기는 것도 사실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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