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6월 17일 월요일
오늘 아침은 조식이 제공되기 때문에 아침 산책을 하면서 본관 관리동에 가서 단품 식사 메뉴 중에 짱뚱어탕을 선택하여 먹었다. 전반적으로 추어탕과 비슷한 느낌을 준다. 그리고 결론적으로 아침으로 먹기에는 내 취향에 잘 맞는 음식이었다. 맛도 있고 만족스러웠다. 짐을 정리하고 최대한 퇴실 시간에 맞춰 늦게 출발한 후 지도읍으로 다시 되돌아 나와 임자도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수도를 거쳐 임자도로 들어가다가 임자 하나로마트에서 주전부리를 좀 사서 길을 재촉한다.
처음 가는 초행길이라 가는 풍경이 모두 낯설지만 무안과 마찬가지로 이곳 신안의 섬들도 양파 수확이 지금 한창이다. 황톳빛 밭에는 대형 포대에 가득 담긴 양파들이 눈에 띄고 양파망에 담겨 수북이 쌓인 양파를 실어 나르는 다양한 크기의 트럭들이 수시로 도로를 질주하고 있다. 우리가 먹는 양파가 대부분 바로 이곳에서 재배된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러고 보면 우리 식탁에 매일 오르는 농산물들과 그 작물을 재배하는 농민들의 수고로움이 감각적으로 인지되지 않고 물가라는 뉴스거리의 한 숫자나 정보로 치환되는 세상에서 우리가 살고 있기 때문에 농산물 재배에 얼마나 많은 농민의 땀이 배어 있는가를 모르고 넘어가는 일이 다반사다. 생선은 물론이고 공장에서 생산되는 공산품이나 연탄 한 장도 역시 그렇다.
나는 지금까지 학교라는 일터에서 학생들과 함께 교과서를 중심으로 진학과 학업을 중심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삶의 구체성이라는 측면에서 많이 알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고 지냈다. 즉, 다소 관념적인 차원에서 삶을 언급한 일들이 많다는 점을 자각하고 있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앞으로는 삶의 구체적인 현장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갖고 싶다. 건강하고 정직하게 자신의 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하며 살아가는 사람은 누구나 자기 인생의 당당한 주인이다. 그리고 여러 가지 이유로 이런 흐름에서 열외 되어 있는 사람들도 사람으로서의 배려를 받을 본질적인 가치가 공동체적인 관점에서 충분히 인정되어야 한다. 다만, 자신의 노력 없이 타인의 수고를 훔쳐내어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은 마음을 고쳐먹어야 한다. 사기를 치는 사람, 타인을 이용해서 사욕을 채우는 자, 폭력적으로 지대를 추구하는 자, 거짓된 정보나 선정적인 내용을 퍼뜨리며 유튜브 등의 SNS에서 이익을 추구하는 자들은 스스로를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태백의 석탄공사 현장이 문을 닫는다고 한다. 광부였던 나의 아버지. 농부인 할아버지. 나는 민초의 자식이다. 몸으로 정직하게 삶을 견디는 사람들에게 신의 가호가 함께 하기를 빈다.
임자도 대광해수욕장은 바로 이어져 있는 튤립 축제 공원으로도 유명한 곳인 것 같다. 올해 축제는 끝났고 사람들의 방문이 뜸한 월요일 오후. 한가로움이 바닷가를 지배하고 있다. 그래도 간혹 사람들은 와서 민어 조형물과 해변의 말 조형물, 파라솔과 벤치에 누웠다가 떠나고 또 다른 사람들이 왔다가 또 떠난다. 뜨내기인 내가 뜨내기인 여행객들의 모습을 본다. 튤립 축제장과 이어진 홍매실 농원은 규모가 어마어마하게 크고 매실이 빨갛게 익은 채 남아 있는 것도 보인다. 매화나무의 수령이 아주 많아 보이지만 생산성은 좀 떨어지지 않을까 싶다. 오래된 나무가 맺는 열매는 어떨지. 주위를 둘러보고 농원을 관리하는 사람들의 공간에 차를 댔다. 조금 눈치가 보이는 느낌이어서 편치가 않다. 스타렉스를 개조한 캠핑카를 갖고 혼자 온 분과 이야기를 나눴다. 77세의 연령으로 광주에서 오신 분이다. 우리도 저 나이까지 잘 돌아다닐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시간을 더 잘 보내기 위해 전장포라는 곳에 가보기로 한다. 곽재구 시인의 시 ‘전장포 아리랑’이 이 지명과 관련이 있을 것 같다는 예감을 갖고 차를 몰고 가보니 과연 전장포 아리랑 시비가 서 있다. 새우 조형물과 함께. 여기는 새우젓으로 유명한 포구다. 영화를 촬영하는지 영화 촬영 장비를 옮기는 트럭이 정차되어 있고 뜨거운 유월의 햇살 아래 포구는 녹작지근하게 풀어져 나른함을 토하고 있다. 토굴에 저장했다는 장소를 보고 온 길이어서 새우젓 1kg을 사고 되돌아서 아까 출발한 대광해수욕장으로 귀환했다.
저녁을 먹으려고 불을 피우다가 한 소리를 듣고 서둘러 저녁을 먹었다. 고기를 먹는데 개 두 마리와 고양이 한 마리가 주변에서 어슬렁거리며 집사람의 두려움을 자극한다. 고양이를 보니 비루먹은 것처럼 왼쪽 눈은 병이 난 듯하고 털도 엉망이다. 팔자 좋게 집사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하릴없이 하품이나 하는 반려묘의 생을 살아가는 고양이와 비교해 보면 진도 야영장과 대광해수욕장을 어슬렁거리는 들고양이들의 삶은 천양지차가 있다. 군시절 2-4종 창고에 잠시 두었던 작은 새끼 고양이를 떠올리다가 고기 두 점을 주니 경계하며 도망칠 듯하다가 먹을 것에 대한 유혹이 너무 커서인지 고양이는 받아서 먹는다. 너의 삶이 너무 가혹하지 않기를 바란다. 신 앞에서 우리의 삶이 너무 혹독한 시련으로 단련받지 않게 되기를 바라는 심정과도 같이. 우리는 하나의 생명이라는 점에서 다를 바가 없지 않은가.
저녁을 먹고 바닷가를 산책 삼아 멀리까지 걷다가 임자 청소년수련관을 지난 곳에 있는 축구장 주변에 야영객들이 텐트를 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고 다가가며 살펴보니 취사장과 화장실이 근처에 있고 평상 덱도 있어서 우리의 차를 이쪽으로 옮겨오기로 했다. 차가 있는 곳으로 와서 광주에서 오신 분께 이동할 거라고 말씀드리니 자신도 그리고 옮길지 모르겠다고 하신다. 차를 이동시켜 루프탑 텐트를 펼치고 평상에 앉아 쉬는데 스타렉스 캠핑카의 주인도 이 근처로 와서 자리를 잡는 모습이 보였다. 그분께 남은 편육을 한 봉지 드리고 쉬는 중에 제자였다가 이제는 교사로 모교에 근무하는 00이로부터 카톡 안부가 와서 사진 몇 장을 보냈다. 기회가 되면 자신도 임자도를 비롯한 섬 여행을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00이의 교직 생활이 보람으로 가득하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