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행 기차

by 차거운

길이 시작되자 여행이 끝났다고

루카치가 말을 하자

지팡이를 쥔 서산대사 왈

눈길 함부로 걷지 말라고

사자후를 토한다

한나 아렌트 여사는

생각없이 사는 것은

만악의 근원이라고 속삭인다


청량리에서 강릉 가는 기차는

수많은 속삭임과

바삭거리는 낙엽 밟는 소리를 닮은

태백선의 기억을 싣고 간다


나에겐 더 튼튼하고

조용한 심장이 필요하다고

저 투명한 눈빛의 승무원에게

말해야겠다 강릉에 닿기 전에

동해 바다의 청어를 만나기 전에

이 여행이 끝나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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