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아픈 사람들이
이다지도 많다니
혜화동 이곳에는 환자들 천지로구나
배롱나무 비에 젖는데
빗줄기 점점 거세지는데
젖은 손으로 젖은 마음을
차마 위로하기 어렵구나
살면서 가지 말아야 할 혹 넘지 말아야 할
선 하나 마음에 긋는다
저쪽은 건강한 자들의 세상
이곳은 고장 난 몸과 마음이
너무는 곳
언제 내 병이 나을까
언제쯤 공기처럼 자유롭게
떠오를 수 있을까
어머니 수국 같이 무겁게 웃으시고
당신은 끓는 물에 데고
나는 피가 철철 흐르는 손목으로
두통으로 기우는 아들을 부축하니
아픈 가족의 초상이다
세상에는 아픈 사람 천지다
그래서 오늘도 당신은 거기서 함께 아프다
사랑하는 만큼 오래 피고 시든다
생명의 나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