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대이작도 26화

응급실에서

by 차거운

세상에 아픈 사람들이

이다지도 많다니

혜화동 이곳에는 환자들 천지로구나

배롱나무 비에 젖는데

빗줄기 점점 거세지는데

젖은 손으로 젖은 마음을

차마 위로하기 어렵구나


살면서 가지 말아야 할 혹 넘지 말아야 할

선 하나 마음에 긋는다

저쪽은 건강한 자들의 세상

이곳은 고장 난 몸과 마음이

너무는 곳

언제 내 병이 나을까

언제쯤 공기처럼 자유롭게

떠오를 수 있을까


어머니 수국 같이 무겁게 웃으시고

당신은 끓는 물에 데고

나는 피가 철철 흐르는 손목으로

두통으로 기우는 아들을 부축하니

아픈 가족의 초상이다


세상에는 아픈 사람 천지다

그래서 오늘도 당신은 거기서 함께 아프다

사랑하는 만큼 오래 피고 시든다

생명의 나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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