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에릭리 Sep 26. 2022

임원진급은 운칠기삼이라는 이야기

내가 임원 될 상인데 왜 네가...


임원 진급을 경쟁하는 두 후보가 있었습니다. 한 후보는 A라고 칭하고 다른 한 후보는 B라고 칭하겠습니다. A후보는 현 사장으로부터 촉망받는 차기 임원의 대상이었고 B 후보는 그저 그런 후보 중에 한 명이었습니다. 사람들도 당연히 현 사장으로부터 인정받고 있는 A가 당연히 임원이 될 거라 생각했습니다. B 후보에 대해서는 그냥 만년 부장으로 일하다가 가지 않겠느냐 생각했었죠. 이제 임원 발표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다가오는 3월이면 임원 발표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느닷없이 코로나다가 닥쳤습니다. 세상은 갑자기 우울해졌고 날이 갈수록 환자가 늘어나고 사망자가 속출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연히 이런 분위기에 경사스러운 임원 발표를 진행할 수 없었고 임원 발표가 계속 늦어지게 됩니다. 당연히 임원이 될 줄 알았던 A후보는 속이 타들어가기만 했습니다. 그런데 B후보는 어땠을까요? 그냥 마음 편했습니다. 어차피 자기는 안 될 걸 알았거든요.


그런데, 사건은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임원 발표는 계속 늦어지고 있던 와중에 사장이 전격적으로 교체된 겁니다. 아니 이게 무슨 일입니까? 직전 사장님의 라인을 타고 있었던 A후보에게는 벼락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나를 밀어주고 있던 사장님이 다른 곳으로 가버린 것이죠. 그리고 너무나 우연히도 새로 부임한 사장님은 평소 A후보가 주구장창 뒷담화를 해오던 임원 분이셨던 겁니다. 회사에서 소문은 빠르게 돕니다. A후보가 새로 부임한 사장의 뒷담화를 했다는 소문이 급격히 확산됐고 이 소식이 신임 사장에게까지 들어갑니다.


아직 임원 발표가 나지 않은 상태에서 임원 후보가 변경될 수 있었을까요? 없었을까요? 코로나가 어느 정도 잠잠해지고 임원 발표가 있었습니다. 여러분이 예상했던 것처럼 A후보는 임원진급에서 탈락했고 B후보가 모두의 예상을 깨고 임원이라는 별을 달게 되었습니다. 아니 뜬금없이 B 후보가 임원을? 당연히 A후보가 신임 사장에 찍혔다 하더라도 왜 B후보가 임원이 된 건지 다들 의아해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또 참 신기합니다. 신임 사장이 사장님이 사장으로 부임하기 전 머물던 사무실 옆에 B후보가 우연히 근무를 같이 하고 있었고, 신임 사장이 회사에 뭔가 궁금한 게 있거나 필요할 때마다 그 옆에 B후보가 있었던 겁니다. B후보가 비교적 능력은 좀 떨어지만 사람이 순수하고 솔직해서, 옆에서 신임 사장이 될 분을 많이 보좌해준 것이죠. 그때 고마움을 느낀 신임 사장이 사장으로 부임하고 나서 B후보를 임원으로 발탁 승진시킨 것입니다.


운칠기삼이라는 뜻은 '운이 칠할이고 재주가 삼할이다'라는 뜻입니다. A후보가 실력이 없었을까요? 아닙니다. 실력은 A가 B보다 출중했습니다. 하지만 B후보는 운을 타고났습니다. 마침 사장이 될 사람의 옆에서 근무를 하고 있었고 그냥 아무런 목적 없이 그분을 보좌했던 것이죠. 그런데 그게 인연이 돼서 임원이라는 별까지 단 게 된 겁니다. 실력은 그렇게 좋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운이 좋아 임원이 된 겁니다.


여러분들 주변에 임원분들 한 번 보세요. 저 사람이 왜 임원이지? 이런 사람 많지 않나요? 운칠기삼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너무 기를 쓰고 열심히 한다고 임원이 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나는 촉망받지 못하니 임원이 안 될 거야라고 생각할 필요도 없다는 겁니다. 그저, 내 할 일을 열심히 하고 내 본분을 지키며 회사를 위해 일하다 보면 기회는 옵니다. 운칠기삼을 제대로 보여준 B후보 얘기를 통해 조금의 인사이트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전 26화 내가 본 한 고위임원의 특징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