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앤프레시' 트렌드를 이끄는 K팝
그룹 르세라핌은 지난달 30일 데뷔 첫 영어 싱글인 'Perfect Night'를 발매했다. 새 싱글은 글로벌 게임 '오버워치2'와 협업한 곡으로 뮤직비디오에서도 르세라핌과 게임 캐릭터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와 더불어 르세라핌은 이달 4일 미국 캘리포니아 애너하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게임 축제 '블리즈컨 2023'의 피날레 무대를 장식했다. 글로벌 게임 유저들의 관심 속에서 'Perfect Night' 뮤직비디오 조회수, 음원 순위도 덩달아 상승했다.
K팝 그룹과 글로벌 게임의 동행은 지속해서 이뤄졌다. 대표적인 게임이 '롤'이라고 잘 알려진 '리그 오브 레전드'다. 게임 캐릭터들이 아이돌 그룹을 결성한 KDA에는 (여자)아이들의 멤버 소연, 미연이 참여했다. 최근에는 뉴진스가 올해 롤드컵 주제곡 'GODS'를 불렀고, 결승전 오프닝 무대에서 퍼포먼스를 처음 선보인다. 최근 10년간 세계적으로 위상을 높인 K팝과 PC게임의 주요 소비시장이자 제작사인 한국의 위치를 엿볼 수 있다.
K팝 그룹과 글로벌 게임 제작사가 손을 잡는 이유 중 하나는 K팝 그룹들이 세계적인 트렌드를 이끌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10대 후반~20대 초반 멤버들이 주축으로 데뷔하는 K팝 그룹들은 같은 나이대 주요 소비층인 게임 유저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여기에 충성도 높은 게임 유저를 확보한 한국을 공략하는 것은 그대로 전세계 유저들을 마음을 훔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음악과 게임이 만나 시너지를 발휘해 발화점이 될 수 있는 환경이 이미 다른 국가보다 한국에 잘 조성돼 있다.
K팝 그룹들이 신곡을 발표할 때마다 보여주는 다양한 콘셉트와 소화 능력이 출중하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K팝 그룹들은 그동안 시선을 끄는 착장, 안무 그리고 이를 한 데 버무린 화려한 뮤직비디오가 음악에 앞서 글로벌 음악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최근 들어서야 K팝의 음악 스타일이 친숙해졌지만, K팝의 강점은 시각적인 자극에 있었다. 게임 제작사 입장에서도 게임 캐릭터를 보는 듯한 화려하고, 10대 유저들의 관심을 끄는 K팝 그룹은 자신들과 좋은 파트너가 될 조건을 갖췄다.
하지만 이러한 점들을 차치하더라도 K팝 그룹 자체가 전세계 이목을 끌고 있다는 점이 가장 결정적인 이유다. 뉴진스가 부른 올해 롤드컵 주제곡 'GODS'은 그동안 자신들이 해왔던 밝고 청량한 음악과 대비되는 웅장한 분위기의 곡이다. 그럼에도 뉴진스는 'GODS' 음악 자체를 잘 소화해 냈고, 부정적으로 바라보던 게임 유저들도 시간이 지날수록 곡의 완성도를 인정하는 분위기다. 물론 음악과 함께 곁들여지는 뮤직비디오 등의 콘텐츠가 짜임새가 있었던 것도 큰 역할을 했다.
K팝 그룹들은 젊고, 유행에 앞서간다는 이미지가 구축돼 있다. 이를 통해 글로벌 게임사들과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으며 양측은 서로 맞은편의 영역에 뻗어갈 수 있다. 향후 게임 외에도 웹툰, 드라마 등 더욱 다양한 콘텐츠에서 K팝 그룹과 협업이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고 있다. 스타일리시한 K팝의 다른 영토로 확장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