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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엄마니까요.." 그 말에 담긴 무게


상담실에서 여성 어르신이 조용히 말씀하셨다.



그래도… 엄마니까요.

다 참고 살아야죠.



이 말을 담담하게 꺼낸 어르신의 얼굴엔 무표정이 자리하고 있었지만,

그 말 안에는 억울함, 외로움, 체념이 겹겹이 앉아 있었다.


상담을 하다 보면, 말보다 더 많은 것들이

전해지는 순간이 있다.






가난한 형편에서 자라 중학교도 가지 못하고

일찍부터 동생을 돌보며 살아온 삶.



‘내 자식만큼은’이라는 다짐은

스스로를 혹독하게 몰아붙이는 방식이 되어

평생을 식당일로 버티게 했다.



그렇게 모은 돈은 모두 자식들에게 향했고

그들은 자유롭게 쓰고,

힘들 땐 어김없이 다시 엄마를 찾았다.


하지만 정작,

그녀는 단 한 번도 “같이 여행 가자”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




내 자식만큼은 나처럼 살게 하지 않겠다.



그 다짐 하나로 살아왔지만,

어느새 그 다짐은 ‘나를 잊는 삶’이 되어 있었다.


자식의 요구는 끊이지 않았고,

몸은 병들고 마음은 메말라 갔다.


그런데도 아프다는 말, 서운하다는 말,

한마디도 꺼낼 수 없었다.






그녀는 말했다.



나는 그냥…

돈이 되어준 엄마였던 것 같아요.



상담을 하며 처음으로 울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자신에게 말했다.



이제는 나도 좀 쉬고 싶어요.



상담을 통해 자식들과의 따뜻한 대화를 상상해보았다.


그 연습만으로도 눈가가 붉어졌다.



엄마라는 역할은 소중하지만,

그 안에 갇혀 자신을 잃었다면

이제는 그 자리에서 나를 꺼내야 한다.






그래도 엄마니까…



그 말은 스스로를 붙드는 줄 알았지만,

사실은 스스로를 지워온 말이기도 했다.



어쩌면 그 말은,

우리 모두가 소중하게도 또는 버겁게도

껴안고 사는 말인지도 모른다.



말하지 못한 감정은 우리 안에서 계속 자란다.

무겁게, 조용하게.



당신 안에도 그런 말, 있지 않은가.


그 말이 지금, 말을 걸어오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떤 감정은 끝내 말로 다 풀 수는 없지만,

조용히 누군가에게 흘려보내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가벼워짐을 느낀다.


어르신 상담이 그런 순간들이 되기를 바란다.



조용히,

말이 되지 못했던 마음들이

말이 되고, 들려지고, 살아나는 자리..




감정은 반드시 언젠가 도착한다.

아무리 늦게라도,
들려지는 순간 살아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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