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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반찬통이 너무 무거워요.


상담실에 70대 친정엄마와 40대 중년의 딸이 함께 찾아왔다.


딸이 결혼한 지 7년이 넘었는데도

엄마가 매번 반찬을 해다 주신다는 것이 문제였다.


"우리 딸이 요리를 못해서..."

어머니의 말씀이다.


하지만 딸은 요리를 못하는 게 아니었다.

할 기회를 얻지 못했을 뿐이다.


"엄마, 저 혼자 할 수 있어요."

아무리 말해도 소용없다.


친정엄마는 "엄마가 해주는 게 편하잖아"라며

오늘도 반찬통을 들고 나타나신다.


그런데 이상하다.


이렇게 정성스러운 사랑을 받는데도

딸은 엄마를 만나는 게 부담스럽다고 한다.


결국 요즘은

엄마와의 만남 자체를 피하게 되었다고...


사랑으로 시작된 일이 어떻게 관계를 멀어지게 만드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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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사례들이 의외로 많은 경우다.


"내 나이 70이 넘도록 아들 용돈을 주고 있어요.

안 주면 연락도 안 해요."



"아들이 결혼한 지 10년인데,

아직도 매주 장 봐서 반찬을 갖다 줘요.

안 하면 며느리가 뭐라고 할까 봐..."



"손자 교육비까지 다 대주고 있는데,

정작 명절 때 오기도 싫어해요."


모두 사랑에서 시작된 일들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됐을까?




사랑이 무거워질 때


문제는 받는 사람의 마음에서 시작된다.


처음에는 고마워한다.

하지만 점점 부담스러워진다.


'나는 혼자서도 할 수 있는데...' 하는 생각이 든다.



더 큰 문제는 죄책감이다.

이렇게 해주시는데 감사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하지만 정작 마음은 답답하다.

그러니까 진짜 감정을 숨기게 된다.


"고마워요"라고 말하면서도

속으로는 "제발 그만했으면..."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이중적인 감정이 쌓이면

관계는 어색해질 수밖에 없다.




주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자신은 사랑으로 하는 일인데

상대방이 고마워하지 않는 것 같으면 서운해진다.


"이렇게 해주는데 왜 냉정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결국 서로 다른 마음을 품고 만나게 된다.


주는 사람은
인정받고 싶어 하고,

받는 사람은
자유로워지고 싶어 한다.


이런 엇갈린 바람이 관계를 멀어지게 만든다.





건강한 가족 관계는

나무와 나무 사이의 관계와 같다.


각각 독립된 뿌리를 가지고 있지만,

때로는 가지가 서로 닿기도 한다.


하지만 많은 가족들은

나무와 덩굴 같은 관계를 만든다.


덩굴은 나무에 의존해서만 살 수 있고,

나무는 덩굴 때문에 제대로 성장할 수 없다.


그렇게 서로를 얽어매는 관계가 된다.


어릴 때 아프면 어머니가 쓴 약을 먹여주셨다.

"쓴 약이 몸에 좋다"라고 하시면서.


그런데 요즘은 달콤한 시럽 약이 많다.


가족 관계도 마찬가지다.


달콤한 것만 계속 주면 오히려 건강을 해친다.

때로는 쓴 약 같은 말도 필요하다.


"이제 네가 해봐"


"혼자 할 수 있을 거야"


"이번엔 도와줄 수 없어"


이런 말들이 때로는 가장 큰 사랑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건강한 가족은

함께 있을 때 편안하다.


특별한 말을 하지 않아도 괜찮고,

침묵이 어색하지 않다.


서로에게 무언가를 증명하려 애쓰지 않아도 되고,

감사 표현을 강요받지도 않는다.




그냥 존재 자체로 서로에게 위안이 되는,

그런 관계가 진짜 가족이 아닐까.



반찬통을 매일 들고 오시는 어머니도,

그것을 부담스러워하는 딸도

모두 사랑하는 마음은 똑같다.


다만 그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을

조금 다르게 배워야 할 뿐이다.


때로는 거리를 두는 것이

더 가까워지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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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한 교육용 자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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