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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에서 - Part1

로이 오빈슨 이야기

by 김주영 Feb 12.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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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 5월 25일,


24일 런던에서의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비틀즈가 'Love Me Do'를 부를 때 그 많은 소녀들이 따라 불렀다. 난생 처음 보는 놀라운 장면이었다.

공연이 끝난 후 존 레논이 내 노래 'Only the Lonely'에 관심을 보였다.

'부드러운 락큰롤이 대단해. 어떻게 거친 락에 꿀같이 달콤한 보컬을 입힐 생각을 했지? 존경해, 로이!'

그 곡은 엘비스와 에브리 브라더스 그 누구도 부르려고 하지 않아 결국 내가 직접 부른 곡이었다. 나는 그 곡의 피크 부분을 팔레토로 처리했다. 로큰롤을 그렇게 부르는 것은 드문 일인 모양이다. 좀 이상한 로큰롤 가수라고 생각하는 거 같다. 하긴 사회자는 나를 움직이지 않는 나무같은 로큰롤 스타라고 소개하기도 했지.

여기 맨체스터로 오는 비행기 안에 두꺼운 내 안경을 두고 호텔로 와서, 오늘 아침에 조지 해리슨에게 커다란 선글라스를 빌려 공연 때 썼는데 웬걸 편하고 멋져 보였다. 관객들과 시선 마주치는 게 부담스러웠는데 앞으론 선글라스를 껴는 게 좋겠어.

포마드 바른 검은 머리, 검은 색 통큰 수트, 커다란 선글라스 이 스타일을 당분간 유지해야겠다. 딱 좋겠어!



1963년 7월 1일,


5월부터 6월까지의 비틀즈와의 영국 투어는 멋진 경험이었다.

텍사스로 돌아온 나는 사랑하는 클로데트와 다니엘과 함께 호수가에서 놀다 왔다.

참, 어제 밤에 자던 떠 오르는 악상이 있었다. 뭔가 애절하지만 어쩔 없이 바라볼 밖에 없는 아련하면서도 부드러운 멜로디가 올랐다. 아침에 악보에 대강 메모해 두긴 했는데, 내일부터는 브릿지와 후렴을 만들고, 코드를 다듬고 노래말을 붙여 볼 생각이다. 속에서 우연히 옛날 연인을 만난다는 내용으로 할까? 사랑했던 사람을 이제는 꿈 속에서만 볼 수 있다는 내용으로 할까?  



1963년 7월 31일,


곡을 마무리하는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 제목은 In Dreams로 정했다. 노래말은 대여섯 가지 사연 중에서 어떤 안타까운 이유로 속에서만 함께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선택했다. 나름 고급스럽고 우아한 맛을 주려고 오페라에서 사용되는 슈프렉스거쟁 방식을 초반부에 짧게 차용했다. 곡조 없이 대사만 읊는 거지. 어쨌든 노래 따라 부르기 힘들다는 게 심히 걱정은 된다.


속에서 당신과 함께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어요. 뭐 그런대로 내용은,...



1964년 12월,


며칠 전에 클로데트 프레이디와 이혼했다.

그녀가 바람을 피운 건 맞지만 솔직히 내가 너무 바빠 집을 자주 오랫동안 비워 생긴 일이다.

이제 고작 23살일 뿐인 젊은 여자에게는 몹쓸 일이긴 하지.

사실 바쁘게 된 이유도 그녀와 관련이 깊다.

몇 달 전에 집에서 작업중이던 내게 그녀는 쇼핑간다고 돈을 달라고 했지. 그 때 내 동료 마이클이 말했지.

'헤이, 클로데트! 귀여운 여자에게는 돈은 필요하지 않아.'

우리는 거기에서 힌트를 얻어 그녀가 쇼핑 다녀오기 전에 노래를 완성했었지. 예쁘고 사랑스러운 곡 'Oh Pretty Woman'을 말이다.

그 곡은 8월 15일에 발매되어, 9월 26일부터 10월 10일까지 3주간 빌보드 핫 100에서 1위를 차지하는 바람에 눈코 뜨지 못했지. 난 밖으로만 나돌았지. 다니엘 얼굴도 까 먹을 정도였으니,...



1965년 4월 23일,


오늘은 내 29번째 생일이다. 그리고 사랑하는 클로데트와 리커플링한 날이다.

삼주 전쯤 이 곳 영국에서 투어를 하던 나는 엘비스 프레슬리로부터 오토바이를 배워 타던 중 크게 넘어져 다리가 부러진 적이 있었다. 심하게 다친 건 아니었지만 소식을 들은 클로데트가 비행기를 타고 왔었다. 귀여운 그녀에게서 나를 향한 사랑이 식지 않았음을 다시 확인한 나는 오늘, 친구들을 불러 재결합할 것임을 선언했다.

클로데트의 기뻐하는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러워 행복하다.



(Part2 완결로 이어집니다)

아래 링크에서 로이 오빈슨의 노래와 'In Dreams', '꿈에'의 여러 버전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In Dreams & 꿈에


깊은 울림과 치유의 보이스, 로이 오빈슨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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