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모리슨과 도어스
1960년대 말의 LA 선셋 스트립가에 조그마한 클럽이 있었다. 런던포그라는 그 작은 라이브 클럽이 열기로 달아 오르기에는 한 곡의 노래로 충분했다.
짐 모리슨은 저쪽 세계로 뛰어넘자고 노래했다. 그의 보컬은 존경하는 엘비스 프레슬리를 살짝 오마주했고 레이 만자렉을 비롯한 나머지 멤버들은 요즘 온 미국에서 한창 인기몰이중인 보사노바의 리듬을 뿜어 내었다.
노래를 부르던 중 짐은 무대의 한 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 개구장이 아이처럼 외줄에 매달린 채 날랐고, 클럽을 꽉 채운 젊은이들은 일제히 손을 흔들며 환호했다.
'대단한 놀이동산이야. 안 그래, 레이?' 공연을 마치고 짐이 레이에게 말했다.
'그러게. 짐 모리슨 교주님의 신흥 사이비종교구만!'
'난 도어스를 연극과 시, 그리고 잘 만들어진 탐구적 음악의 지적이고 순간적인 결합으로 만들어 낼거야. 무대는 그저 우리가 만든 노래와 메시지를 전달하는 곳이 아닌 신나는 놀이터이면서 엄숙한 사당이 될거야'
짐이 멤버 모두에게 진지하게 말했다.
'내일부터는 Whisky a Go Go야'
위스키를 병째로 나발 부려는 짐의 어깨를 치며 레이가 말했다.
LA 최고의 디스코텍 Whisky a Go Go에서 아일랜드 가수 밴 모리슨의 2주에 걸친 공연이 시작되는 날, 도어스는 오프닝 공연을 했다.
레이 만자렉의 올갠 반주로 Light My Fire가 시작되면 그곳에 모인 모든 젊은이들은 열광할 수 밖에 없었다.
열기를 잔뜩 띄워준 것에 고마웠던 밴 모리슨은 짐에게 무대매너 몇 가지를 알려 주었다.
'이건 비법이야!'라고 운을 뗀 후 스스로를 반항적이고 위협적으로 보이게 하는 방법과 간주가 나가는 동안 즉흥적으로 시를 읊는 방법 등을 가르쳐 주었다.
밴 모리슨의 공연이 끝나고도 Whisky a Go Go에서의 하우스 밴드로 도어스의 인기는 나날이 높아갔다.
그러던 어느 날 짐은 이번 주 금요일에는 자신들이 만든 최고의 곡을 발표한다고 예고했다.
그 날이 되었고 밴드는 댄스와는 거리가 한참 먼 'The End'를 연주했다.
낮게 깔린 아침 안개처럼 착 깔아 앉은 반주에 맞게 그 역시 착 내려 깔린 보컬까지는 좋은데, 이해못할 노래말들이 쏟아지더만 어느 순간 짐의 입에서 근친상간과 근친살해의 가사가 흘러 나왔다.
어쨌든 그 대단한 곡은 무사히 끝났다. 팬들은 혼란스러운 듯 멍하니 서 있었고 나이트클럽 사장은 당장 클럽에서 나가고 내일부터 오지 마라고 했다.
'왜 그런 거야. 설마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모르는 거야? 내가 사는 세계와 너희들이 사는 세계가 별개니?'
클럽에서 쫓겨난 짐이 위스키 병을 든 채, 동료들에게 이해할 수 없다는 식으로 열을 올리고 있을 때 정장을 잘 차려입은 남자가 웃으면서 다가왔다. 그는 일렉트라 레이블의 비즈니스 감각이 넘치는 젊은 사장이었다.
'도어스! 새까맣게 젊은 애송이들, 음악이 대단히 인상적이고 감동적이야. 가사가 세긴 하지만, 그건 좀 고치면 되고, 어쨌든 최고의 조건으로 바로 계약합시다.'
짐과 친구들은 그날 밤 안심한 채 진탕 마셨다.
(Part 2로 이어집니다.)
아래 링크에서 도어스의 음악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