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모리슨과 도어스 이야기
언제부터인가 도어스가 공연을 하는 곳의 관중석 한쪽 편에 커다란 모닥불이 피워졌다. 몇몇의 팬은 그 옆에서 인디언들처럼 춤을 췄다. 약간의 둔덕이 있는 무대는 경찰들로 둘러 싸였고, 짐모리슨은 그들 사이를 헤집고 다니며 노래를 불렀다. 자신이 쓴 주문인 'Celebration of the Lizard'을 읊었다.
'도마뱀은 언제나 변태하고 새롭게 살며, 원시적이고도 이성적인 나의 페르소나야!'
짐은 '도마뱀의 축제'를 부르며 시와 연극이 결합된 공연으로 도마뱀왕의 의식을 행했다.
'Not to Touch the Earth'는 작은 비공식 뮤지컬인 '도마뱀의 축제'중 클라이맥스였다.
'땅을 만지지 않고 태양을 보지 않는다'라는 제임스 프레이저의 시, 황금가지의 미신적인 시구로 시작되는 이 곡을 자신의 몸에 빙의했다는 인디언 주술사의 모습으로 노래했고, 노래가 끝나면 자신의 신도들에게 니체의 말을 덧붙여 다음과 같이 말했다.
'네미 숲의 황금가지와 죽어야 사는 왕을 아는가? 새로운 세계에서는 영원히 죽고 거듭 나야 하나니, 모든 순간은 바로 앞서 지나간 순간을 삼켜버리며, 모든 탄생은 헤아릴 수 없는 존재들의 죽음이노라'
짐 모리슨은 어느 정도 취해있을 때 좀 더 창의적인 행동을 했고 노래도 잘 불렀다. 문제는 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지나치게 취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언젠가 그는 공연이 끝나갈 즈음, 관중들에게 자신의 환각제 체험을 전했다.
'토끼가 사는 멋진 신세계에서는 손발을 아무리 빨리 허우적거려도 공중에 붕 떠있는 거 같아. 사람이든 고양이든 당나귀든 눈 앞의 인물들은 해괴한 가면을 쓴 채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느리게 지껄이고, 스피커에선 갖가지 색깔의 음표들이 쏟아져 나오지. 놀라운 곳이야. 그곳에서 한숨자고 일어나면 새롭게 창조된 신선한 세계를 맛볼 수 있지. 그래, 그곳으로 가는 오직 하나의 지름길은 LSD를 섞은 알코올이야. 나귀타고 달에 갈래? 토끼를 타든가 로켓을 잡아 올라타야 해!'
타는 갈증으로 마실수록 더 목이 말랐지만, 짐은 그걸 뛰어넘는 어떤 경지를 언젠가 보았다고 생각했다. 시와 선율과 리듬 그리고 춤사위가 어느 순간 자신을 트랜스 상태로 안내하고, 그런 자신이 또 자신의 어린 팬들을 영도하고자 했다.
'대부분 사람들은 자기 눈을 자기가 찔러 파국을 당하지. 왜냐고, 신이 벌써 죽었거나 있더라도 너무 바쁘기 때문에 자동으로 처리하려는 거야'
일렉트라 레이블의 새로운 앨범에 대한 요구는 줄기차게 이어졌다. 4집 앨범 The Soft Parade에서는 로비 크리거가 작곡과 편곡을 주도했고, 브라스 섹션 등 세션 뮤지션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짐모리슨도 맞바람을 피웠던 여자친구 팸과 화해하여 정신적 안정을 찾았고 정열적으로 노래를 부르며 알코올과 마약냄새를 뺀 음악을 만들려고 애썼다. 결과는 아주 나빠서 팬들은 밴드를 배신자라고 지탄했다.
다섯 번째 앨범 Morrison Hotel에서는 블루스와 록에 집중했다. 짐 모리슨의 목소리가 감정적으로 더 깊어지고 밴드의 즉흥적인 연주와 락앤롤적인 요소가 잘 결합된 앨범이었지만 팬들은 점차 멀어져 갔다.
'해로운 것들과 이로운 것들이 매순간 모습을 바꾸니 식별하거나 단정지을 수 없어. 새로운 세계로 가는 데 타인이 목자가 될 수는 없는 게야. 아니 애당초 그 어느 누구도 그런 곳에 가려는 생각이 없었어. 그들은 그 순간 필요했던 돌파구를 찾으려던 거 뿐이었어.'
어느새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얼굴이 부은 짐 모리슨은 팸과 함께 파리로 갔다.
프랑스에서 파리의 건축물을 구경다니며 짐은 내내 섬세함과 아름다움에 감탄을 자아 냈다.
그는 새롭게 노래를 하려는 의욕에 설레어 했고 살도 빼려고 했다. 아직 27살에.불과했다.
한편으로 그는 시인으로 기억되기를 원했다.
'랭보의 시처럼, 내가 죽고나서 사람들이 내 시를 기억해 주면 좋겠어'
오래된 도시의 예술품들을 보고 느끼며 강렬한 미적 체험을 쌓던 짐은 한번씩 심장이 드라이브로 조이듯 심하게 아파옴을 그리고 뭔가 굉장히 허탈한 아쉬움을 느꼈다.
'그렇게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때가 되면 결론은 어느새 발 앞에 와 서 있어.
그게 어떤 이유이든간에 피하지 말았어야 했어. 왠지 싫거나 이상했거나 어떤 이유에서든 약간 마음에 안 들었을 뿐이야. 그런걸 피하려고 너무 거창하게 넘어야 할 대상을 창조했나봐. 너무 버거워서 달랜다고 약도 하고 술도 먹고 여자와 놀고,...이제 비용을 치를 때가 됐어. 특별한 곳은 존재하지도 않을 뿐더러 설령 더 나은 곳이 있다고 한다면 그 곳은 외부에 있지 않을 거야.'
어느 날 집에 돌아 온 짐은 가슴이 심하게 조여옴을 느끼고 목욕을 하면 나아지려나 했다.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욕실에서 웅크려 쓰러졌다.
'이건 꿈이어야만 해. 이딴 건 페이크야.'
아래 링크에서 도어스의 음악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