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뷰몽땅 Nov 18. 2024

여행 블로거는 노가다다

움직이지 않으면 돈은 물 건너간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해보지 않았을까. 나도 여행 블로거가 되어서 여행지에서 글을 쓰고 돈도 버는 삶. 한적한 카페, 맛있는 음식, 그림 같은 풍경을 사진으로 찍고 글을 쓰며 자유로운 삶을 사는 모습은 그 자체로 낭만적이며 내가 꿈꾸는 삶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행 블로거의 일상은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치열합니다. 그동안은 가고 싶었던 곳을 가고 사진 찍고 싶은 곳만 찍었다면 지금부터는 계절마다 꼭 가야 하는 곳 그리고 모든 정보를 사진으로 담아와야 하는 일상으로 바뀌게 됩니다.


1일 1 포스팅을 하지 않으면 블로그 지수가 떨어진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여행지는 최소한 하루에 한 곳은 다녀야 합니다. 예를 들어 경북 안동으로 여행을 간다면 여행지에서 낭만적인 시간을 보내는 것은 일단 포기해야 합니다. 


안동에서 가볼 만한 곳들을 검색하고 그 인근 지역까지 철저하게 검색해서 최소한 일주일 동안 쓸 수 있는 정보들을 모두 사진에 담아와야 합니다. 사진도 대충 찍어서는 안 되죠. 사진을 찍다 보면 자꾸 욕심이 생기기 때문에 좀 더 예쁘게 찍고자 한다면 시간은 더 많이 투자되어야 하고 새벽부터 시작한 여행은 밤이 늦어서야 겨우 끝이 납니다. 


하지만 1박 2일 동안 안동 인근 지역만 사진을 찍어오는 게 과연 맞을까?라는 궁금증이 생깁니다. 오늘도 안동 동 가볼 만한 곳, 내일은 안동 여행 코스, 모레는 안동 카페, 다음날은 안동 맛집 이렇게 적다 보면 블로그 조회수가 또 올라가지 않기 때문에 다양한 여행지들을 담아와야 하죠.


이쯤 되면 머리가 터질 지경입니다. 주말마다 여행을 떠나고 심지어는 평일에도 주변을 돌아다녀야 합니다. 욕심이 커지면 커질수록 몸은 점점 힘들어지고 내가 여행을 다니는 건지 정보 수집을 하러 다니는 건지 알 수가 없습니다. 


블로그 조회수도 신경 써야 하고 광고 수익이 들어올 수 있는 글감을 만들어야 하고 협찬이 들어올 수 있도록 상단 노출도 시켜야 합니다. 그러니 쉴 시간이 있을 수가 없습니다. 


요즘은 1일 1 포스팅이 아니라 1일 3 포스팅도 기본이 되어서 글감 찾아다니느라 평일에도 주말에도 열심히 다녀야 하고 찍어온 사진들을 분류해서 집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글쓰기에 돌입합니다.


숙박 업소도 당연 글감에 들어가기 때문에 처음에는 내돈내산으로 호텔이나 펜션 후기를 올리고 협찬이 들어오게 되면 숙박업소를 중심으로 해서 주변 지역의 정보를 담아 오죠.


그러니까 숙박 업소도 일터가 되기 때문에 편안하게 하룻밤을 쉬는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보통은 늦은 시간 입실을 하게 되고 밤에는 그날 올려야 할 글들을 발행하고 다음날 퇴실 전에는 숙소의 사진을 부지런히 찍어야 합니다. 


딱 한마디로 여행 블로거를 정의하라면 후다닥이 아닐까. 식당에서도 카페에서도 여행지에서도 하루에 돌아다녀야 할 곳은 최소한 3곳 이상이기 때문에 후다닥 후다닥 후다닥.


초보 여행 블로거에게 일상은 노가다와 다름없습니다. 저는 제대로 시작한 지 1년이 넘었음에도 여전히 하루가 모자랄 지경입니다. 현재 투잡을 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럴 수는 있지만 주말을 제대로 쉬어본 적이 없죠.



지난주는 전남과 경남의 단풍 명소들을 뛰어다니느라 본업에 지장을 주기도 했습니다. 거의 본업을 포기한 상태였어요. 이게 맞는 건가 싶기도 했지만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여행 블로거로서 돈을 버는 것이기 때문에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언제까지 이렇게 버틸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현재는 그나마 최소한의 수익을 얻고 있기 때문에 버티고는 있어요. 하지만 인플루언서가 아니라서 똑같은 협업을 하고도 더 적은 원고비를 받거나 아예 원고비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면서 잠시 권태기에 접어든 상황이기도 합니다.


일단 시작했으니 반은 달려온 거고 나머지 반을 달려 나가기가 쉽지 않은 상태입니다. 블로그로 월 천만 원의 수익을 올리는 사람들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천만 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을까. 그때까지 연재는 계속될 것 같아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