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시작부터 하고 보자
저는 계획 세우기에 서툰 편입니다. 한 번도 일정표를 완성시켜 본 적이 없어요. 계획 세우기를 싫어하는 편이기도 하지만 계획대로 하는 일을 싫어한다는 것이 더 맞는 말인 것 같아요.
즉흥적이죠.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그 순간 결정해 버리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려갑니다. 예를 들어 갑자기 발레가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3일안에 발레 클래스에서 어정쩡하게 발레복을 입고 열심히 플리에와 땅뒤를 하는 저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플리에 : 무릎을 굽히는 발레 동작
*땅뒤 : 발을 바닥에서 미끄러뜨려 뻗는 동작
즉흥적인만큼 싫증도 빨리 오는 편입니다. 플리에가 드디어 익숙해지기 시작할 때쯤 저는 발레복을 가방 깊숙이에 넣은 채 다른 흥밋거리를 찾는 편입니다. 그래서 우리 집에는 요가복과 발레복 그리고 한국무용에 필요한 옷가지들로 채워진 상자 하나가 있어요 . 보이면 큰일이라도 날것처럼 창고에 숨겨져 있습니다.
그런데 참 블로그는 신기합니다. 그렇게 즉흥적이고 그렇게 싫증을 잘 내는 제가 지금 1년이 넘도록 하루에 하루에 하나씩 이제는 하루에 3포도 가능한 블로거가 됐으니까요.
글쓰기가 재밌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매일 들어오는 원고료가 재밌었기 때문일까. 동기부여는 원고료였고 그에 대한 결과물은 글쓰기인 것 같습니다. 만약 광고료가 없었다면 저는 아직까지도 나만의 일기처럼 간직하는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이렇게 끈기있게 하루도 빠지지 않고 글을 쓰게 되면서 저는 과감하게 작가가 되겠다는 꿈도 꾸기 시작했죠.
주변 친구들은 가끔 어떻게 블로그를 하면 좋을지 물어봅니다. 뭐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구요. 그럼 저는 말합니다. 처음에는 블로그가 일기장이라고 생각하라고요. 그리고 그냥 주저리 읋어대는거죠. 누가 내 글을 보고 있다고 생각하지 말고 말하듯이 자연스럽게.
그리고 일단 시작부터 하라고 합니다. 시작을 해야 뭘 고쳐나가든 할 게 아니겠어요?
매일 글쓰기는 정말 힘이 들어요. 그럴려면 어쩔 수 없이 글감을 만들어야 합니다. 글감을 만들려니 자연스럽게 부지런해지더라고요. 저는 여행 블로거라 매일 돌아다니고 매일 사진을 찍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사진에도 관심이 생기고 사진을 보는 눈도 생겼습니다. 일단 시작부터 해야 합니다.
이게 돈이 되든 안되든 시작은 중요합니다. 무슨 일이든 말이죠. 블로그로 돈을 벌 수 있을까? 현재 저는 벌고 있습니다. 물론 큰 돈은 아니예요. 처음에 받던 광고들은 모두 끊어버려서 오히려 처음보다 수입은 줄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좋아하는 글쓰기로 현재 돈을 벌고 있고 무엇보다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이 제일 기뻐요.
그리고 오늘 새로운 제안을 받았습니다. 사진을 팔 수 있겠냐는 거죠. 그러니까 제가 찍은 사진을 사겠다는 새로운 거래처가 생겼습니다.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일이기 때문에 가슴이 콩닥콩닥 뛰어요.
저에게 인생 제2막이 열린거나 마찬가지입니다. 블로그로 돈을 벌고 싶은가요? 아직은 내세울만큼 돈을 벌고 있지는 않지만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일단 시작부터 하세요. 시작이 반입니다.
다만 내가 정말 꾸준하게 할 수 있는 주제를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게 포인트인데요. 내가 꾸준하게 할 수 있는 일이 평생 뭔지 몰랐다가 저는 이제서야 알게 됐거든요. 바로 블로그를 통해서 말이죠.
사진의 장소는 전북 전주에 있는 외할머니 솜씨라는 카페입니다. 단팥죽이 맛있어요. 카페엣 단팥죽이니 재미있죠? 따끈한 계피차와 함께 달달한 단팥죽을 먹으며 이 날도 이곳에서 블로그 포스팅 한 편 올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