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를 졸업하면 성공할까
어릴 때는 그랬던 것 같습니다. 공부만 안하면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다섯살 때부터 피아노를 쳤어요. 잘 친다고 칭찬 꽤나 들었죠. 하긴 그 나이에는 뭘 해도 칭찬 들을 나이긴 합니다. 재밌었어요. 하얀 건반을 하나 누를 때, 두 개 누를 때 마다 다른 소리가 난다는 게 신기하기도 했죠.
일곱살 때부터 동네 피아노 학원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사람들보다 진도도 빨랐어요. 그냥 그렇게 하면 음대는 가는 건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떨어졌어요. 갖은 핑계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무대공포증이 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했죠. 그래서 진로를 바꿔버렸어요.
뒤늦게 시작한 공부니까 힘들기도 했지만 재밌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생각보다는 성적이 잘 나왔어요. 당연히 또 칭찬을 들었겠죠. 그래서 지역에서 가장 높은 대학에 갈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못한 대학에 갔어요.
대학에서도 처음 1,2년은 교수님의 칭찬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래서 전공을 살려서 뭐라도 될 줄 알았어요. 하지만 취업도 하지 못하고 대학을 졸업하게 됐습니다. 결국 학교 내내 하던 과외로 먹고 살았어요. 지금까지.
나는 그런 사람입니다. 처음에는 뭐든 신나게 덤벼 들어요. 하지만 꼭 정점까지는 가지 못합니다. 정점이 눈 앞에 있어도 여러가지 핑계를 갖다대며 포기하고 말죠.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블로그를 처음 시작할 때는 뭐라도 될 줄 알았습니다. 금방 인플루언서가 되고 금방 블로그로 몇 백만원을 벌어들일거라 생각했죠.
하지만 지금 저는 블로그 권태기입니다. 초반부터 너무 열심히 달렸고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 저조한 성적에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고 표현이 가장 맞을 거예요.
내가 왜 저 사람처럼 되지 못하는지에 대한 핑계를 찾기 시작한거죠. 인플루언서가 되지 못하는 건 내 잘못이 아니고 야박한 네이버 때문이다. 내 글이 상단노출이 되었다가 금방 내려가는 건 인플루언서가 아니기 때문이다. 나한테 광고가 계속해서 들어오지 않는 건 ....
그런데 찾을 점점 사라지는 거예요. 예전에는 어렸고 그래서 이거 아니면 저거라도 할 수 있었지만 지금 저는 낭떠러지에 서 있는 기분입니다. 왜냐면 큰 소리를 뻥뻥 쳤거든요. 나 이걸로 먹고 살거라고.
1년 반동안 정말 미친듯이 달려왔어요. 공부를 이렇게 했으면 서울대를 갔겠다라는 말이 자동으로 나올만큼요. 열심히 여행지를 다니고 열심히 사진을 찍고 남들보다 더 좋은 글을 쓰기 위해 안간힘을 썼어요.
여행지에 대한 관련 정보를 찾고 어떻게 써야 가독률이 좋을까. 어떻게 찍어야 더 독특한 사진이 될까. 어떻게 편집을 하면 더 눈에 뜨일까. 고민하고 또 고민했죠.
이 연재를 시작하겠다고 마음을 먹었을 때도 나에겐 희망이 보였습니다. 하루에 두 개씩 원고비가 있는 협업이 들어왔으니까요. 그런데 갑자기 지금은 쥐죽은 듯이 조용합니다. 이렇게 했으면 서울대를 갔겠다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죠.
멈출까. 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단 며칠만에요. 그 때 머리를 탁 치고 지나가는 건 나의 지난날이었어요. 나는 단 한 번도 힘들어서 그만둔 적은 없습니다. 힘들어서가 아니라 자존심이 상해서 때려치워 버린거죠.
피아노를 그만둔 것도 나보다 못하는 애도 들어간 대학을 내가 떨어졌다고 생각하니까 더 이상 노력하기가 싫었어요. 재수를 하면서 입시 전에 공부에 손을 놓은 것도 원서를 쓸 때 내가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없다는 말을 듣고서 그럴거면 이 정도까지는 공부할 필요가 없겠다 하면서 내려놓았죠.
지금도 그렇습니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인플루언서는 될 가능성이 없어 보입니다. 네이버가 열고 있는 이벤트에는 무조건 다 떨어지고 있고 조회수는 제자리입니다.
그런데도 오늘도 1일 3포스팅을 하기 위해 컴 앞에 앉았습니다. 정말 서울대를 갈 만큼 열심히 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고 있는 중입니다. 혹자들은 말하죠. 블로그로 돈을 벌기 위해서는 단순히 열심히 해서는 안된다고. 컨설팅을 받아야 한다고 말이죠.
나는 지금 우울감에 빠져 있습니다. 이 정도면 서울대 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오답투성이의 시험 성적을 받아든 것 같아요. 오답을 고치려면 문제점을 찾아야 하는데 그것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블로그 계속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