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고도 어려운 일
늘상 그렇듯이 오늘도 눈 뜨고 일어나자마자 조회수를 체크했다. 가을 단풍 시즌이 끝이 나면서 기세좋게 올라가던 그래프는 하락세를 이어간다. 예전 같았으면 조바심이 날테지만 지금은 그런건 조금 나아졌다.이게 많이 쓴다고 그래프가 올라가는 건 아니니까.
요즘 블로거들은 1일 3포가 기본이다. 1일 1포 하면서 그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들어가려는 생각은 오만함의 극치라고 볼 수도 있다. 심지어 1일 7포를 하는 사람들도 봤으니까.
그런 와중에 나는 최소한 1일 1포는 작품처럼 써보겠다는 다짐을 했다. 그 다짐은 지난 여름 우연히 들렀던 태안 홍주사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갑작스러운 태안 여행은 숙소 협찬 메일 덕분이었다. 슬슬 비행기를 타고 해외로 돌아다니는 일은 신물이 나기 시작했던 터이기도 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나는 돈 되는 여행지를 돌아다녀야겠다는 압박감에 시달렸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아직 투잡을 진행중이라 남들 다 가는 휴가철에 해외여행을 떠날 수 밖에 없다.
비싼 항공권은 당연하고 휴가철에 해외 호텔 협찬은 어림도 없다. 인플루언서들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르겠으나 나는 죽어라고 인플고시에 떨어지는 중이라 언감생심이다.
하여간 나는 그렇게 비싼 해외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잠시 매너리즘에 빠졌다. 좋아서 가는 것도 아니고 그저 사진이 필요해서 갔던 곳 또 가는 나의 일상에 불만이 차곡차곡 쌓이던 터였다. 그 때 태안의 한 숙소에서 주말 숙박과 원고료 제안이 들어왔다. 이게 웬 떡이냐 싶어 나는 바로 짐을 싸서 훌쩍 떠났다.
부산에서 태안이라니. 얼마나 먼 거리인지 가늠하지도 않은 채 떠나는 길은 희안하게도 재미가 넘쳤다. 가는 길에 나는 협찬으로 게국지를 먹으면서 원고료를 플러스 시켰고 또 가는 길에 커피와 디저트를 먹으며 원고료를 플러스 시켰다. 누구에게는 푼돈이지만 티끌 모아 태산이 아니겠는가.
갑자기 비가 쏟아지는 바람에 원래 계획했던 곳을 뒤로 하고 근처 가까운 사찰로 발길을 돌렸다. 사진을 찍겠다는 생각도 없었고 그냥 쉬어가야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선택한 곳이 바로 태안 흥주사였다.
태안 흥주사의 규모는 작지만 사찰 옆으로 트리워크가 연결되어 있고 보라빛 맥문동이 펼쳐지는 곳이다. 입구에는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커다란 은행나무가 떡 하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천년을 버텨 왔다는 나무 앞에 서면 웅장함에 할 말을 잃게 만드는 곳. 때맞춰 비가 그치기도 해서 우리는 차에서 내려 구석구석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예쁜 포즈로 사진을 찍을 준비를 하고 갔기 때문에 나는 굽이 있는 샌들과 길다란 원피스를 입고 있었지만 아무려면 어떤가. 나는 발에 날개라도 달린 듯이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다음 여행지까지 주어진 한 시간을 알차게도 보냈다.
그 때 나는 참 우욿했다. 하고 싶은 일은 많은데 욕심만큼 되는 일은 없었다. 그러고 보니 그게 겨우 두 달 전의 일이라는 것도 믿기지 않는다. 매일 새벽 노트북을 펼쳐놓고 글을 쓴다는 것도 지루했다. 매번 같은 패번의 글을 반복해서 쓰는 것 같았다. 도대체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뭔지 그것도 가물가물해졌던 터였다.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 장소에서의 나는 드디어 잊고 살았던 여행에서의 설렘을 되찾게 되었다. 그리고 그 날 밤 나는 블로그의 주제를 세계여행에서 국내여행으로 바꾸고 사찰만 골라 다니기로 마음을 먹었다. 우리나라 천년 고찰만 찾아 다녀도 일 년이 모자랄 것 같았고 사찰들의 사계절을 사진에 담고 글로 쓴다는 것은 심장을 쿵쾅쿵쾅 뛰게 만들었다.
그리고는 내가 정말 쓰고 싶었던 영화 후기를 위해서 블로그를 하나 더 파기 시작했고 지금은 네이버 블로그 피드 메이커 3기로 열심히 활동 중이다.
블로그로 돈을 벌 수 있어요? 나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매달 들어오는 돈이 최소한 100만원은 넘으니 돈을 벌고 있기는 하지만 이걸로 밥을 벌어먹고 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럼에도 본업을 박차고 글만 쓰기로 작정을 한 것은 눈 앞에 보이는 돈도 돈이지만 가슴 뛰는 일을 하고 싶어서인지도 모르겠다.
이러다 어느 날인가는 훌쩍 비행기를 타고 미지의 세계로 날아들수도 있고 매번 갔던 곳에서 새로운 감동을 담아올 수도 있을테다. 궁시렁 궁시렁 말이 많았다.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극과 극은 역시 통한다는 것이다. 도무지 답이 보이지 않는 그 순간 내 눈 앞에 나타난 답안지처럼 이제 다 포기하고 싶을 때 또 다른 도전의 기회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블로그로 돈을 벌 수 있어요? 다음화에도 나의 도전기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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