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거 직접 하신거 아니시잖아요. 라고 말하고 싶을 때
오늘은 내 일인데 내 일이 아닌 것처럼 부정되는 상황의 대처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저의 일화부터 시작해 볼게요.
대기업에서 인턴을 하던 때였는데 본인이 자료 취합을 하겠다고 한 사람이 제 콘텐츠를 수정하고 본인이 각색한 것처럼 보고를 올렸습니다. 저에게는 아무런 말 없이요. 당시 대리님은 자료 정리가 잘 되어 큰 도움이 되었다며 격려의 말을 해주었을 때 당황스러웠습니다. 결과적으로 잘 되었다고 하니 어떤 상황이었는지 따져 묻기도 어려워 그저 지나갔습니다. 내가 이용당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런 상대에게 아무 말하지 못했던 그날이 스스로 창피했습니다.
두 번째 일화. 회사에서 진행하는 인사이트 세션에 저는 Q&A까지 모두 자리했고 함께 갔던 팀원은 중간에 나갔습니다. 그러고는 저에게 후반부가 어땠냐고 묻길래 느낀 소감을 설명해 주었죠. 그 다음날 팀 식사에서 팀장님이 세션이 어땠냐하니, 그 팀원은 Q&A 세션이 인상 깊었다고 말을 했습니다. 그 자리에는 저만 있었는데 말이죠. 따져 묻기도 애매해 넘어갔지만 토씨하나 다르지 않게 마치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표현하는 게 되려 제 얼굴이 더 화끈거렸습니다.
이런 묘하게 꾸깃꾸깃해진 마음은 내가 예민한 것일까 마음을 검열 해 봅니다. 느낀 박탈감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습관도 나에게 피해를 준다면 악의라고 생각하지만 어쨌든 그 사람은 나의 기여를 자연스럽게 더 포장하고 과장해서 표현하는 게 습관인 익숙한 사람입니다. 내가 남보다 더 나서야 하고, 더 보여야 하고 자연스레 앞에 나서고 싶어 하는 사람이 곁에 있는 것은 곁에 있으면 생각보다 스트레스 요인이 되지요.
하지만 이런 사람을 직접적으로 대처하게 되면 그게 더 피곤해집니다. 그렇다고 피하면 계속 비슷한 상황에 내 마음 둘 곳 없이 당하게 되구요. 이럴 경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절대 직접적으로 그 자리에서는 상대하지 않습니다. 본인이 더 나서야 하는 사람은 타인의 시선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공격을 받는 갈등이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럴 땐, 상대를 꺾지 않으면서 내 기여를 연결해 자연스럽게 자리를 찾아와야 하는 여유로운 처세가 필요합니다. 낙인 없이 지혜롭게 대처하는 방법이지요.
성과 가로챔은 누구나 경험할 수 있지만 대처 방식에 따라 '눈치 없는 사람'이 되거나, '일 잘하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자연스럽게 내 기여를 드러내고 지금의 억울함을 다음에 더 잘 보이게 만드는 자산으로 바꾸는 것이지요.
다툴 필요는 없지만 내 노고가 모두 남에게만 귀속되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물론 의도적으로 반드시 눈에띄어야하는 사람은 결과적으로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기적이라고 평가를 받게 되지만 그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참 지난하지요. 그래서 저는 어느 정도 방어와 수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직접적으로 부딪히는 방법이 아니라 최소한 내 몫을 남기는 게 필요합니다.
예를들어 거창하지 않더라도 보고서 시작에 이름 한 줄 넣거나, 회의 때 일부의 의견을 전달하거나, 팀 슬랙이나 메일을 직접 써서 기록에 남기는 일이지요. 직접 언급을 할 수 있다면 '맞아요 제가 준비하면서 고민하던 지점인데 정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은 '그 포인트도 제가 자료 준비할 때 중요하게 본 부분인데요 이어서 설명드리면..' 하면서 공격않고 내 기여를 연결하는 방식으로요.
하지만 매번 순발력있게 대응하기도 참 어렵죠. 그럴 때에는 회의 끝나고 개인적으로 접근해 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효율과 협업 개선의 톤으로 대화를 시작해 봅니다. '앞으로 이런 일은 제가 직접 공유하는 게 명확할 것 같아요. 어떠세요?'와 같이요. 그리고 회의록을 간략하게 정리해 공유하며 내 이름을 남기는 방법입니다.
그리고 일단 그 사람과는 거리를 둘 것 같아요. 최소한 정서적 거리라도요. 한편으로는 덕분에 일의 발자취를 남기는 걸 습관으로 갖게되면 더 단단하게 성장하는 사람으로 만들어줄 거예요.
우리는 오래달리기를 하니까요.
오늘의 요약
1. 성과를 빼앗기는 경우는 누구나 겪지만, 대처 방식에 따라 ‘눈치 없는 사람’이 될 수도 ‘일 잘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2. 대부분의 상황에선 직접 부딪히지 말고 내 기여를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게 핵심이다.
3. 기록·보고서·메일·회의 발언으로 내 이름을 남기는 습관을 들이자.
4. 즉각적인 대응이 어렵다면 개인적으로 접근해 효율과 협업 개선의 톤으로 말해 보자.
5. 일의 과정과 결과까지의 발자취를 남기는 습관이 결국 나를 단단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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