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보다 어려운 사람 간의 거리 조율하기
처음에는 정말 마음이 잘 맞는 6개월 차 동료가 있었습니다. 서로 비슷한 업무, 비슷한 일을 하는 것에 대해 공통점이 참 많았지요. 출근하고도 메신저로 대화가 재밌었고 서로 막내로서 불만을 토로하거나 업무 고민을 나누면서 가까워지기도 했죠. 그렇게 워크숍에 갔는데 서로 동기들과 술을 많이 마시면서 약간의 언성이 높아지는 상황이 생기게 됩니다. 모든 동기들이 한자리에 모여 술 한잔하고 나니 평소에 잘 못하던 속 얘기를 서로 나누다가 선을 넘어버린 것이죠. 그 친구는 그 일을 기억하진 못했지만 저는 영 마음에 쓰였습니다. 다음 날부터 자연스럽게 거리가 생겨버렸죠.
두 번째 일화입니다. 여름휴가를 빙자해 팀에 여러 명이 여행을 함께 다녀왔습니다. 그 지역 출신인 팀원이 모든 곳을 안내해줬고, 팀원의 부모님도 뵙고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좋은 추억이었습니다. 그중 운전할 수 있는 둘 뿐이었고 길이 많이 어두워서 외진 곳에서 소리를 지르며 도망간 적도있고 영화 한편을 찍었습니다. 참 즐거운 시간이었는데 복귀하고 2주 뒤 그중 운전을 하지 못하는 두 명의 친구가 다른 팀을 꾸려 팀을 옮긴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여행 중에는 그런 이야기가 아무것도 없었는데 말이죠. 그분들과 저는 어떻게 됐을까요?
어느 정도의 친밀감이 적절할까요?
더 나아가서 친밀감은 필요할까요?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얼마나 가까워지는 것이 좋을까, 그 거리를 어떻게 유지해야 할까 이러한 질문은 누구나에게 한 번쯤은 찾아옵니다. 이 건 회사에서의 인간관계는 누가 좋고 나쁘다의 문제가 아니죠.
눈빛만 마주쳐도 대충 이해가 되는 사이 정도의 친밀감은 일 할 때 자연스러운 협업에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서로의 강점을 알아서 보완해 줄 수 있고 눈치로서의 해결도 가능한 부분이 있습니다. 실수해도 빠르게 피드백하고 회복이 가능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신뢰는 협업의 속도를 높여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편함이 무례함 혹은 느슨함이 되면 문제가 되기 시작합니다. 저는 사람이 객관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감정이 일에 섞이게 되면 더더군다나 균형감 있는 시각은 어려워집니다. 서운함이나 오해가 업무로 번지게 될 수도 있고, 혹은 내가 이런 부분까지 디테일하게 말하면 서로 불편해지겠거니 하고 감정적으로 의존을 피하면 균형이 무너집니다. 일 외에 다른 곳에 신경 쓰게 되면 서서히 흔들리게 되지요.
우린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지만, 결국 믿을 건 ‘일로서 만난 사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서로 너무 가까워서 내가 다 안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에 거리를 두어야합니다. 그리고 굳이 필요가 없다며 끊어내는 것도 거리가 필요합니다.
친해지는 건 좋지만, ‘일하는 나’를 먼저 기억하게 만드는 게 결국 프로입니다. 거리 두기와 친밀함이라는 둘 중 하나를 택하는 것이 아니라, 적정 온도를 유지하고 업무에 도움이 되는 정도의 친함 정도가 적적합니다.
의견이 다를 때 괜히 마음이 상하고, 사소한 말 한마디에 약간의 불편함이 느껴진다면 이미 일의 균형이 무너지고 있다는 시그널입니다.
하지만 또 역설적으로 회사에서의 관계가 꼭 멀어야만 건강한 것은 아닙니다. 가끔은 점심 먹고 수다 30분이 서로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하고, 같이 먹은 저녁 한 끼가 서로의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하지요. 적당한 사적인 친밀함은 되려 도움이 되고 서로의 성향을 존중하는 전제라면 위기 상황에서도 뭉치고 함께 버티는 힘이 됩니다.
하지만 워낙 우리는 공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판단을 흐리게 할 만큼의 친함은 경계하는 것이 좋습니다. 다른 팀 혹은 다른 업무라면 크게 상관없지만, 비슷한 업무이거나 팀 내의 접하는 거리가 가까울수록 더더욱이요.
서로를 잘 이해하되, 너무 많이 알고 싶어 하지 않는 사이 정도가 좋은 것 같습니다. 아래의 질문을 한 번씩 검토해 봅니다.
이 관계는 내 일의 판단에 영향을 주지 않는가?
서로의 업무/개인 시간을 침범하지 않는가? 서로의 시간을 존중하고 있는가?
감정적인 반응보다 일 중심의 대화를 유지하고 있는가?
이 관계는 서로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가?
여기서의 팁은 업무 이야기는 솔직하게, 사적인 이야기는 선택적으로 합니다. 가까울수록 '일의 기준'은 명확해야 합니다. 그리고 가까움보다는 존중, 친밀함보다는 이해와 신뢰를 쌓는 방향으로 서로의 거리감을 조절하시길 추천드립니다.
더 나아가 사내연애에 대해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하지 말라고 하더라도 하시겠지만 장단점이 뚜렷합니다. 저에게 물어보신다면, 결혼할 것이 아니라면 추천드리지 않습니다. 정말 너무 사랑한다면 되도록이면 오랫동안 비밀에 부치세요.
복사기 빼고는 다 아는 게 사내 연애라고 하지만, 굳이 먼저 밝혀서 좋을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꼭 같은 조직이 아니더라도 에이전시나 협업하는 거래처도 유사합니다.
둘의 관계가 단단해지기도 이전에 여러 편견이 생기거나 마음에 영향이 생기는 변수는 줄어드는 게 좋지 않을까 싶지만 사람 마음이라는 게 어려울테니 그 또한 존중합니다.
오늘의 요약
1. 적당한 친밀함은 협업에 도움이 되지만, 친밀함이 편함, 무례함이 된다면 경고의 시그널이다
2. 우리는 일로 만난 사이. 친해지는 건 좋지만, ‘일하는 나’를 먼저 기억하게 만드는 게 결국 프로다
3. 그렇다고 먼 관계만이 건강한 것은 아니다 몇가지 기준이 필요하다
4. 가까울수록 일의 기준을 명확하게, 가까움보다는 존중, 친밀함보다는 이해와 신뢰를 쌓기
5. 사내 연애, 일을 통해 만난 에이전시나 거래처도 신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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