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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직의 성공은 마인드가 핵심

그리고 업계 선배의 조언 한 스푼

by 찬란


링크드인으로 헤드헌터에게 연락이 왔다. 컨설팅 회사에서 계리사를 구인한다고 했다. 엉겁결에 이력서를 보내고 1차 면접까지 마쳤다. 이제 최종 면접만 보면 되는데…


찜찜해. 뭔가 찜찜하다.

설명할 수 없는 이 불안감.


나를 지켜보던 아내가 물었다.

“누군가한테 한 번 물어보면 어때?”





“여보, 업계에 물어볼 만한 사람 없어?”

“아…아는 사람은 없어. 난 석유쪽만 했으니까…”

“당신 링크드인 열심히 하잖아. 요즘은 SNS로 커피챗도 하고 전문가들한테 조언 얻을 수 있다고 하던데.”

“어…그러고 보니…그 방법이 있었네?”

“잘 찾아서 한 번 물어봐. 중요한 결정이고, 누군가 업계를 잘 아는 분한테 조언을 받으면 좋지.”

“그러게…여보…고마워.”

아내는 항상 현명해. 식탁에 앉은 채 스마트폰으로 링크드인을 다시 열었다. 그 안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몇 몇 분들이 생각났다. 그들은 수천의 팔로워를 자랑하며 여러 업계 소식들을 포스팅하고 소통하고 있었다. 불현듯 그 중 한 명이 생각났다.

“한 분 생각나. 삼성생명 다니다가, 컨설팅으로 옮긴 계리사분인데, 10년 정도 경력에, 대학교도 나랑 같아.”

“오, 링크드인에서 유명하셔?”

“응 나름? 아무래도 활발하게 활동하면 팔로워 수가 많아지니까. 평소 댓글 다시는 것도 봤는데, 후배들한테 상당히 친절하고 도움되는 댓글들을 쓰시더라고.”

“그럼 DM 한 번 보내봐.”

“그래야겠다.”

키보드로 써야겠다 싶어 식탁에서 일어났다. 아내 표정이 장난스럽게 바뀌었다.

“여보. 나 그럼 궁금한게…”

“응, 여보.”

“그럼, 그렇게 팔로워 많은 분들은, 말하자면 보험업계의 인플루언서 같은거야? 보험 아이돌 같은 건가?”

보험 인플루언서.

보험 아이돌.

풋!!!!! 우리 둘은 빵 터졌다.

아내는 소녀처럼 웃음을 터트렸다. 계류유산 이후 침울했던 모습도 사라졌다. 아내는 내가 용과 차장과의 천만원 채무에 대해서 고백했을 때도 나를 용서했다.

아내와 다시 이렇게 농담을 하며 웃다니.

감격스러웠다.

이럴 때가 아니야. 빨리 링크드인 메시지를 보내봐야겠다.

컴퓨터 방으로 들어왔다. 황급히 맥북을 열었다. 아내가 저녁 먹은 그릇을 치우는 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내 손은 키보드 위를 부지런히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선배님, 보험업계 커리어 관련해 잠깐 조언을 구해도 될까요…“


답장은 매우 빨랐다. 역시 일잘러들은 일거리를 놔두는 법이 없는 법이었다.

선배의 답장은 빠르고도, 놀랍게도 단호했다.

”김라임씨 안녕하세요. 컨설팅에서 보험업계 커리어를 처음 시작하지 마세요.“

오, 역시 메시지의 첫 문장만 봐도 유능의 향기가 난다. 두괄식으로 결론부터, 그리고 그 뒤에 이유를 논리적으로 쉽게 설명하기.

”보험은 산업 이해가 전부입니다. 그건 원수사, 가능하면 대기업 보험사에서 배워야 합니다. 그 곳에서 배운 기술과 노하우가 단단하게 축적되어 있어야 나중에 컨설팅에 가서도 평생 라임씨의 무기가 됩니다.“

나의 건승을 빌며 선배는 쿨하게 메시지를 마무리했다. 짧았지만, 울림이 있었다. 두고 두고 기억에 남을 만한 조언이었다.

왜 내가 정체 모를 불안감을 느꼈는지, 이제 또렷히 알았다.

메일함을 다시 열었다.

헤드헌터에 정중히 답장을 썼다.

”안녕하세요, 죄송하지만 이번 기회는 제 커리어 방향과 맞지 않는 것 같아 진행 하지 않으려 합니다…“

송신을 눌렀다. 묘하게 후련했다.

어쩌면 나는 나 스스로 이미 답을 알고 있었는지도 몰라. 현업에서 나만의 무기를 축적하는 시간을 가진 후 컨설팅으로 넘어가야 한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지만 선배의 메시지를 통해 다시금 깨달은 거지.

역시 물어보길 정말 잘했어.

기프티콘이라도 하나 보내야겠다.



”라임씨…기회 봐서 내 밑으로 와. 알았지?“

두리안 상무가 뭣모르는 신입이던 나를 꼬셨을 때가 생각났다.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임원에게 스카우트 당했다며 좋아했다. 철없이 전배 신청을 했다가 팀장에게 개털렸었지.

”그때의 나는 제대로 구분해 내는 능력이 없었어.“

지금은,

지금의 나는?

그 때 제대로 피를 봤기에, 이제는 나도 자라났다.

이번에는 달랐다. 업계 선배에게 조언을 먼저 구했고, 이 자리는 나와 맞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정중하게 아무 문제 없이 진행을 취소시켰다. 프로답게.

나 조금 더 성장했구나.

나는 오늘 이직을 하지 않았어.

하지만 조금 더 어른이 되었다.

기회는 언제나 반짝이고 있다.

준비하는 시간을 허투루 보지 말자.

”한 시간동안 나무를 벤다면,

도끼날을 가는 데 50분을 써야 한다고 했지.“

기지개를 피며 팔 다리를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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