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고소! 고소가 두려운 당신에게

사실은 생존을 위해 알아둬야 할 것

by 찬란


너 고소!!




사람들은 ‘고소’라는 단어를 들으면 움찔한다.

누군가를 법정에 세운다는 것,

아직도 어딘가 격하고, 부담스럽고, 꺼림직한 일처럼 여겨진다.




실화 바탕 영화 <스포트라이트>에서,

기자들은 수십년 동안 은폐되어온

가톨릭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 사건을 파헤친다.

수많은 피해자들이 있었다.

그들은 “왜 당시에 신고하지 않았냐”는 질문 앞에 침묵하다 대답한다.


난 그저,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살고 싶었어요.


그 장면을 보며 나는 힘든 시간을 보냈던 내가 떠올랐다.

다른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고통을 법 앞에 꺼내는 것이 두렵겠지.


또 다른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

복지 심사를 받다 억울하게 ‘노동 가능’ 판정을 받은 노인은

시스템과 싸우는 방법을 배워야 했다.


인터넷도, 컴퓨터도 잘 모르는 노인은

벽에 글씨를 써가며 말한다.


나는 개가 아니다. 사람이다.


두 편의 영화는 아주 다르게 말하지만,

결국 같은 이야기를 한다.



“우리는 싸우는 법을 배워야 한다.”

“고소는 생존을 위한 기술이다.”



‘끝장내자’는 공격이 아니라,

‘내 삶을 지키겠다’는 선언이다.


범죄의 피해자가 된 후

형사고소를 통해 최종 법원 유죄 판결을 받아내기까지

쉬운 길은 아니었지만,

나의 존엄은 천천히 회복되었다.


싸우지 말라는 충고는,

보통 싸울 필요 없는 사람들이 한다.


고소는 가볍지 않다.

그래서 더더욱 가볍게 얘기하는 사람 말고,

제대로 싸워본 사람의 말을 들어봐야 한다.


누군가는 말한다.


”잊고 살아. 용서해.“
”다 지나갈 일이야.“
”법으로 가면 너가 더 힘들어.“



나는 실제로 고소를 해 봤고,

법정에 섰다.


그 과정을 겪는 동안 참았던 내 감정이,

오히려 명확해지고,

모든 과정이 끝났을 때 비로소

마음이 후련해지고 회복이 시작되었음을 느꼈다.


분명한 건,

억울함은

제대로 공식화 하고, 책임을 묻고,

문서로 남길 때 가라앉는다.


”법으로 가 봐야 너만 손해야.“라고

말했던 이들은,


나중에 내가

형사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아내고 나서야

‘중립론’을 해제하며



확실하네, 가해자가 나쁜 놈이네.


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그러니 너무 두려워 마세요.



때로는

내가 나서서,

나와 가족을 지켜야 할 때도 있다.



당신의 싸움이 외롭지 않기를.

당신의 고소가 두려움이 아니라,

회복의 시작이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퀴즈,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 중 한 명이

소중히 여기는 것을 잃고 괴로워하며 고민한다면,

이야기를 잘 들어준 후,

뭐라 말해 주는 게 좋을까?



“사실 나 이렇게 너무 힘들어서..고소할까 고민 중이야..”



1번) “그래, 정의의 철퇴를 내려줘!”

2번) “야,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3번) “그래, 잘 알아봐. 억울하면 그것도 방법이지.”



나는 고루 다 겪어봤다.


그리고,

나중에 내 딸 아이가 나에게 똑같이

고민을 털어놓는다면

3번으로 대답하겠다.


고소를 고민하는 당사자가

그 위험성과 부담을 제일 잘 안다.

때로는 같은 편으로 힘을 실어주는 게 최고더라.

나는 내 딸의 영원한 한 편이니까.





*예민하게 느껴질 수 있는 주제라, 발행 전까지 꽤 망설였습니다.


저는 고소·고발을 쉽게 남발하는 일부 사람들로 인해

행정력과 공권력이 낭비되는 현실에 회의적입니다.

하지만 때로는, 삶이 우리를 싸움의 링 위로 끌어올릴 때가 있습니다.


그 링에 오르는 일은 누구에게나 두려운 일입니다.

제 경험이 누군가에게 정답은 아닐 수 있고,

어찌 보면 개인사에 기대 쓴 좁은 시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힘들다고 피하면 가족도, 나도 지킬 수 없다”

고 생각했고,

그래서 끝내 그 길을 걸었습니다.


이 글을 쓰기까지 참 많은 망설임이 있었고,

그래서인지 마지막에 변명이 길어졌네요.

늘 저의 글을 읽고 응원해주시는 분들께

무한 × 100의 감사를 드립니다.

오늘도 부디 평안한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제 이야기를 담은 연재 브런치북을 읽으시면 이해에 도움이 되실 수 있습니다.

용기 내는 당신을 응원합니다.*


[연재 브런치북] 대기업, 성추행, 그리고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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