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아웃 2를 보고"
"누가 대장이야?"
인사이드 아웃 2를 보고 생각나는 말이었다. 기쁨이, 분노, 슬픔이, 까칠이, 소심이가 주를 이루던 라일리의 세계관에 새로운 손님이 등장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불안, 당황, 따분, 부럽 이었다.
내용 중에 정말 한 사람의 성장을 잘 표현했던 부분은 본부가 갑자기 무너지면서 확장공사한다며 혼란스러워하던 부분이 정말 천재스럽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었다.
여기에서 라일리의 중학생이 되는 라일리의 새로운 목표가 생기고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해 나가는 과정에서 기쁨이 와 슬픔이 기존의 친구들은 가두어지고, 불안이 가 라일리를 움직이는 대장이 되면서 생기는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나의 14살은 어땠을까?
돌이켜보면 14살의 나는 분노와 슬픔 이가 대장이었던 것 같다.
유년시절 나는 외할머니 손에 자랐다. 엄마의 이른 결혼, 그리고 여러 번의 이혼으로 인해
나는 여러 명의 아빠를 맞이해야 했다. 나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엄마 옆에 새로운 어른남자가 함께 올 때
엄마의 남자친구면 당연히, 아빠지!라는 말에 의해 나의 마음엔 늘 슬픔과 분노가 함께 있었던 것 같다.
그때는 내 마음에 나를 움직이는 대장이 분노와 슬픔이었는지 몰랐다.
슬픔을 위로받고 털어내기보다 슬플 땐 늘 이불속에 숨어 엉엉 울면서 그때그때의 감정을 토해내 듯하는 일이
나를 살리는 일이었다.
초등학생 땐 나는 꽤나 통통한 아이였다. 여성스럽고 아기자기한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고
피부도 까맣고 덩치도 커서 초등학생 때 별명은 고릴라였다.
나를 놀리는 친구들이 너무 미웠고 그럴 때마다 마음속에 분노와 슬픔의 감정이 더 커져서
그 분노가 대장이 돼서 중학생이 되기 전 방학에 나는 큰 마음을 먹고 다이어트를 했다.
매일 새벽 다섯 시 반에 일어나서 막내이모랑 함께 헬스장을 가서
매일매일 운동을 하고, 그렇게 많던 식탐을 줄이고 먹는 욕심을 참아내며
살면서 처음으로 스스로 가장 큰 변화를 경험했다.
중학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가기 전까지,
살도 10킬로 넘게 빼고, 옷도 예쁜 걸로 입고, 렌즈도 끼고,
새로운 환경에 갔다. 그때 만났던 지난 초등학생 때 내 모습을 아는 친구들은 정말 놀라워했고,
나는 정말 뿌듯했다. 처음으로 내가 나 스스로를 변화시키고자 결심하고 피나는 노력 끝에
사람들의 인정과 칭찬을 듣는 일은 정말 행복한 경험이었던 것 같다.
그러고 나서 중학생 시절은 3년 내내 내가 좋아하는 댄스부 활동을 하면서
보냈던 기억이 있다. 물론 친구들과 행복하고 기쁜 기억보다, 내 안에 있는 그 어떤
뭉쳐진 감정들로 인해 나는 마음껏 기쁘고 행복에 맞춰진 삶이 아닌
무언가 끊임없이 하고, 움직이고 나를 증명해야만 할 것 같은 마음으로 살았었다.
여기에서 성인이 되고 나서 읽은 "데미안"의 인상 깊은 구절이 생각났다.
"새는 알에서 빠져나오려고 몸부림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누구든 한 개의
세계를 부숴야 한다. 그 새는 신을 향해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 사스다."
사람은 어떤 이유에서 이는 변하는 존재다. 그게 자의든 타의든 환경에 의해서든,
변화하고 성장하면서 하나의 "나"라는 존재가 되는 거라고 생각한다.
인사이드아웃에 나온 라일리도, 13살에서 14살이 되어가던 나도, 그때의 대장이 분노였든, 불안이었든,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고 태어나기 위해 고통을 겪어내 비로소 "나"라는 존재가 되는 건 아닐까 생각했다.
그리고 그 나의 삶에 존재하는 불안, 슬픔, 고통, 지루함, 당황, 부러움 모든 것들을 사랑하고 그것조차 나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때 하나의 존재가 되는 건 아닐까?
여전히 불안한 삶에서 성장하고 나로 살아가는 법은 그 모든 걸 나의 자양분 삼아 사랑하는 일은 아니었을 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