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온실.거울온실의 아이

— 도윤의 이야기

by 시더로즈


— 도윤의 이야기



도윤은 친구가 없었다.

열한 살. 초등학교 5학년. 쉬는 시간에 혼자 앉아 있는 아이. 체육 시간에 조를 짤 때 마지막에 남는 아이.

친구들이 좋아하는 것을 도윤은 좋아하지 못했다. 축구가 재미없었다. 게임이 시끄러웠다. 대신 비 오는 날 창문에 맺히는 물방울의 경로를 따라가거나, 급식실 바닥 타일에서 얼굴을 찾았다.


"도윤이는 좀 특이해."

누군가 뒤에서 속삭였다.


그냥 나인 것이 왜 이렇게 외로운 건지, 도윤은 알 수 없었다.

거울온실은 학교 화장실 맨 끝 칸에 있었다. 고장 났다고 테이프가 붙어 있는 칸. 도윤이 시끄러울 때 숨어드는 칸. 어느 날 벽에 전신 거울이 있었다. 거울 안에는 도윤이 아니라, 거울 뒤의 공간이 비쳤다.

안은 온통 거울이었다. 어디를 봐도 자기가 보였다.


하지만 거울마다 다른 자기가 비치고 있었다. 왼쪽 거울은 웃는 도윤. 오른쪽은 우는 도윤. 천장은 거꾸로 도는 도윤. 바닥은 웅크린 도윤. 뒤쪽은 뒷모습만.


바닥 모서리에 이끼가 자라고 있었다. 거울과 거울이 만나는 구석. 빛이 닿지 않는 곳. 세상에서 가장 부드러운 초록.


도윤은 이끼를 만져보았다. 이불보다, 엄마 볼보다 부드러운 것.


"너는 구석이 좋아?"


구석이 자기 자리인 것이었다. 거기서 가장 잘 자라니까. 도윤은 그게 자기 같다고 생각했다.

도윤은 매일 거울온실에 갔다. 여기서는 혼자여도 외롭지 않았다. 거울 속에 여러 명의 자기가 있었으니까.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도윤이 온실에 오래 머물수록, 바깥에서 더 멀어졌다. 하루 종일 한 마디도 하지 않는 날이 늘었다. 거울온실이 세상 전부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이끼가 미쳐 자라기 시작했다. 바닥 모서리에만 있던 이끼가 벽을 타고 올라갔다. 거울을 덮기 시작했다. 거울이 이끼에 덮이면 거울 속의 도윤이 보이지 않았다.

웃는 자기, 우는 자기, 빙글빙글 도는 자기 하나씩 이끼에 묻혀 사라졌다.

남은 것은 정면 거울 하나. 웅크리고 있는 도윤만 비쳤다. 외로운 도윤. 세상과 단절된 도윤.

이끼가 거울을 다 덮으면 이 도윤만 남는 것이었다.

도윤은 무서워졌다.


"안 돼."


거울온실에서 처음으로 큰 소리를 냈다. 이끼가 멈추었다.

도윤은 떨리는 손으로 거울 위의 이끼를 벗겼다. 이끼를 미워하는 것이 아니라, 거울을 다시 보고 싶은 것이었다. 이끼를 걷어내자 웃는 도윤이, 우는 도윤이, 빙글빙글 도는 도윤이 다시 나타났다.


"다 나야. 외로운 것도 나고, 웃는 것도 나고, 이상한 것도 나야."


이끼를 바닥에 놓았다. 이끼의 자리는 구석이었다. 거울 전체를 덮는 것이 아니라, 거울과 거울 사이를 부드럽게 잇는 것. 그것이 이끼의 역할이었다.


도윤은 이끼에게 이름을 지었다.

"초록이."

그 다음 주, 점심시간에 도윤은 창가 자리에 앉았다.

민준이라는 아이가 혼자 밥을 먹고 있었다. 도윤이 옆에 앉자 민준이 고개를 들어 보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둘 다.

하지만 나란히 앉아 밥을 먹었다.

그날 거울온실의 정면 거울에 처음으로 도윤이 아닌 다른 형체가 비쳤다. 흐릿하고, 윤곽만 있는, 하지만 분명 다른 사람의 형체.


도윤은 혼자가 아닐 수 있다는 가능성.

이끼가 그 형체가 비친 거울 모서리에서 조금 더 부드럽게 자랐다.

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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